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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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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세입자


BY 그대향기 2010-08-26

 

 

3년 전에 아주 조그만 집을 하나 장만했다.

아주아주 우연찮게.

남편의 친구가 사업을 하는데 친구 이웃의 형뻘 되는 사람한테

돈을 좀 빌려줬는데 그 형뻘 되는 사람이 워낙에 빚이 많아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생겼고 빌려 준 돈을 몇푼이라도 받을려면

그 집을 사는 수 밖에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그 집을 샀다고 했다.

사업하는 친구는 돈 회전이 되어야 하는데 그 집을 처분하려고 하니

비수기때라 잘 안 팔린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우연히..진짜 우연히 그럼 집구경이나 한번 해 보자고 했고

그 친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같이 가 본 그 집은

시골 오일장마당에 1층은 상가겸 방 세칸 살림집이 있었고

 2층에는 방 3칸에 거실까지 있는 살림집이었다.

평수는 1층 2층 모두 30평 정도.

그래봤자 서울 한복판에 땅 한평값도 안되는 시골집이지만...ㅋㅋㅋㅋ

친구는 빌려 준 돈만큼만 받으면 웃돈없이 집을 팔겠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그 자리에서 그럼 얼마면 되겠냐고....

2층에 상가까지 들어 있는 집이라고 해 봤자 시골장이고 하다보니

큰 돈 들이지 않고 친구는 돈 회전이 되니 흔쾌히 팔았고 우린 큰 부담없이

그 집을 정말로..우연찮게 구입하게 되었다.

미리 예산을 짜고 주변을 면밀히 조사해서 산 집이 아니라

큰 부담없이 서로 손해 안 보는 거래를 했기에 그렇게해서 집 주인이 된 나.

남편은 아무래도 자기는 암 수술을 두번이나 했으니까 늘 나보다는 먼저 간단다.

허리 수술 빼고는 몸에 칼 한번 안 댄 나는 무조건 오래 살거고...

그러니  집이든 다른 재산(있기는 하나?ㅋㅋㅋㅋㅋ)이 생기면 내 이름으로 해 주겠다고 했고

그 말을 지킨 셈이다.

작은 적금 깨고 아버님한테  돈 좀 빌리고 해서 일단 집을 샀고 아버님 돈은 조금씩 갚아 드렸다.

목돈 빌려쓰고 푼돈으로 이자 없이 드린 얌체족이 되고 말았다.

하기사 두고두고 그 이자를 갚아대느라 지금까지도 힘들지만...ㅋㅋㅋㅋ

그 집을 사고 집 전체 페인트랑 자잘한 몇 군데 손질을 하고 세를 놓았는데

주변 입주자들하고는 비교도 안될 가격으로 싸게 세를 놓았다.

우리도 꽤 여러번 이사를 했었고 월세의 어려움을 알기에.

1층 상가딸린 집은 상가하고 방 3칸에 보증금 300 에 월 20만원

2층은 방 3칸에 거실 하나는 보증금 300이 없다기에 그럼 보증금 100에 월16만원.

1층이나 2층 세입자들이 다 만족하다 못해 너무 감사하다며 세를 들었고

세 준지 벌써 만 2년이 지나도 세를 올리지도 않았고 그냥 그 월세만 받고 있었는데

농협 대출계에 근무하는 남편 친구가 그럼 집 값 내려간다고 세를 좀 올리라고....

주변 상가하고 다른 집 전세나 월세하고 차이가 너무 난다면서 올려 받을 것을 말해 줬다.

그러고보니 아는 사람도 상가하나에 방 한칸에 전세 5천에 월 50 만원을 준다고 했다.

물론 그 집은 읍에 있는 집이라 좀 비싼 동네긴 하지만 우리가 너무 싼 집세를 받긴 했나 싶어서

전화로 미안하지만 계약기간도 거의 일년 가깝게 몇 개월 더 지나갔고 집세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으니

조금만 올렸으면 좋겠다고 하니 세입자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알았다고...계약서를 다시 적자고 했다.

1층은 그럭저럭 사업하는 사람이라 큰 어려움이 없이  잘 지나갔는데 2층에 세 든 사람은

남편 일이 없어 지금껏 날일이나 좀 하고 있다가 이제 겨우 일 나간지 며칠 안된다며

그 동안 형편 봐 줘서 고맙다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난 다음에 가정사를 이야기 하더란다.

아내가.....심한 당뇨에 뇌에 이상이 생겨서 치료비가 많이 들고 어려운 일이 많다고....

계약서에 도장을 다 찍고 난 다음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남편은 집으로 돌아 오면서 내내 불편했고

내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 듣고는 도저히 월세 못 올리겠다고 우리 도로 물리자...

월세 인상 하기 전 계약서로 다시 적자고 했다.

난 월 4만원 인상이 그리 큰 인상도 아니지만 그 돈 올리고 우리가 억수로 부자 될 것도 아닌데

그분들 살아가는데 약값은 못 대 줄 망정 근심거리는 만들어 주지 말자며

새로 계약서 가지고 가서 인상 전 임대계약서를 만들어 주고 오라고 했다.

밤 늦은 시간에 한시간이라도 더 편안하게 주무시라고 월세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는 전화를 넣었다.

너무나 반가워하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2층 세입자의 목소리에서 우리 남편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한 가정의 가장의 힘겨움을 엿보았다고 했다.

우리가 월 4만원 더 받아서 빌딩을 지을 것도 아니고 그 돈 더 받아서 재벌이 되는 것도 아닌데

다달이 월세가 버거운 그들에게 집 관리비나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자고 했다.

최근에 옥상 전체 방수를 하면서 큰 돈이 들긴 했어도.

그 집에서 싼 월세로 살면서 부자되어 나간다면 그것으로 우린 행복하지 않겠냐며

그 밤 우리 부부도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그들 부부가 겪는 어려움이 우리 아이들 셋 다 어릴 때 월 5만원짜리 방 한칸에서

웃목에는 우리 부부가  아랫목에는  어린 아이들 셋을 재우며  살았던 부산 대저동 그 시골집을

생각나게 해서 동정이 갔다.

그래도 난 아프진 않았는데.....

도둑같이 날강도같이 순식간에 찾아오는 월세 주는 날.

우리도 겪어 봐서 너무나 잘 안다.

그래도 고맙게도 집세 독촉 한번 안하고 1,2층 세입자들이 다 착하게 제 날짜에

또박또박 월세를 정확하게 입금해 주고 있다.

다달이 입금확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농협에 볼일이 있어 가면 통장정리기에서

촤르르촤르륵~~~~

그분들이 고맙게 넣어주신 월세명세서가 찍혀있다.

어쩌다가 하루 이틀 정도는 오차가 있어도 거의 정확하게 찍혀있다.

몽땅 공짜로 살라고 하기엔 우리도 아이들 공부시키기 벅차기에 그 돈이나마 받고 관리는 해야겠기에

월세 인상없이 우리집에서 오래오래 살라고 했다.

시장이 가까우니 편리하고 교통도 원활한 집이다.

주변 상가나 일반 주택하고 세입자의 세차이가 많이 나지만

집세 때문에 골머리 앓다가 그 부인이 더 아프기라도 한다면????

그 부인이 덜 아프고 빨리 낫기를 바라면서 남편분한테도 일거리가 많이 생겼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집세부담도 없고 작으나마 본인들 집을 하나 장만해서 이사를 간다면

난 두루마리 화장지 젤루~~좋은거랑 가루비누 젤루~~ 큰 걸로 하나씩 선물하고 싶다.

아니 두개씩이라도 선물하고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