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버님 생신이 언젠지나 알고 살아?\"
띠융~~~
날씨가 더워서 안 그래도 땀에 쩔언 둔한 머리통이
갑자기 묻는 남편의 물음에 한대 쥐어 박힌 느낌이다.
가만가만가만.....
그러고보니 아버님 생신이 복더위의 한복판이셨지?
달력을 급하게 뒤져보니 히유.....
아직은 넘어가지 않으셨구나.
수련회가 한창일 때 시아버님의 생신이 있었고
창녕에 계실 때는 시누들과 아주버님들이 오셔서 잔치를 하면
우린 수백명의 식사일을 다 마쳐 놓고 밤 늦게라도 참석했었다.
미리 장 볼 돈을 어머님께 드리고 쇠고기며 과일등
큰 장은 따로 우리가 또 보는 이중고를 감당했어도 당연하다고 여겼다.
약 15년 가깝게 시부모님을 우리곁에서 모시면서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었지만
맏이가 아닌 삼남인 우리가 시부모님을 모셨어도 서운하다거나 다른 형제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박봉에 시부모님이 계실 시골집을 마련하면서 세 아이들과 쪼들리게 살았어도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 때문에 그저 감사했었다.
호강을 시켜드리진 못했지만 시골생활에서 얻으실 수 있는 여유로움을 드렸던 것 같다.
제법 큰 텃밭에서는 두분이서 잡숫고 남을만큼의 농작물이 나왔고
그리 넓지는 않지만 두분이서 충분히 지내실만큼의 아담한 집도 있었기에
우린 그 집에서 시부모님을 끝까지 모실 줄 알았다.
그런데 작년에 아버님은 갑자기 시골이 싫어지셨다면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셨다.
여기서는 그래도 제법 넓은 집에서 사시다가 전세를 얻어서 이사를 가셨는데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해 보였고 차라리 시골집이 낫지않나?????...혼자서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지난 월요일 아버님은 영도 바다가 훤히~내려다 뵈는 작아도 아담한 2층집을 구입하셔서
이사를 하셨고 오늘 아버님의 생신이시다.
다른 형제들은 어쩌는지 모르겠고 오늘 부산에 출장가는 김에 아버님께서 이사한 댁으로 인사를 갔다.
꼬불꼬불 영도 뒷길은 온통 미로찾기처럼 복잡하고 그 골목이 이 골목같고 이 골목이 저 골목같다.
전화로 들어서 알아낸 약국 간판을 깃점 삼아서 겨우 찾은 아버님 댁.
창녕에서부터 눈에 익은 어머님 화분이 길 가 에 나와있고 아직은 정리가 덜 된 짐들이 마당에 보였다.
두분이서 두층을 다 사용하기에 아깝다시며 1층만 쓰기로 하셨고 2층은 세 놓을 예정이시란다.
오밀조밀 참 쓸모있게도 만들어 놓은 도시 속 2층집.
단 한뼘의 땅도 허투루 안 두고 알뜰히도 공간사용에 활용한게 역력하게 보였다.
저번에 창녕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실 때는 우리 부부가 이삿짐을 옮겨 드리고 정리해 드리느라
고생을 엄청스럽게 했었는데 이번엔 포장이사를 하셨다니 세련되어 가신다.ㅎㅎㅎ
아니면 부산에 계시는 아주버님들이 약아지시는지....
이사비용은 아버님이 내신 모양인데 이사비용이나 좀 드리고 가셨는지....
남편은 애당초 아버님한테 이사비용겸 생신축하금을 드리자고 했는데
내가 반반씩 나누어 드리겠다고 했다.
아버님을 드리면 어머님께는 그 돈이 전달되지 않을 터
아예 두분이서 똑 같이 즐거우시게 딱 절반씩 나누어 드렸다.
그것도 아버님 모르시게 방 안으로 어머님을 불러 들여서 용돈을 드리는데
너무나 눈치가 빠르신 어머님 잽싸게 그 돈을 나꿔채서는 주머니에 감추신다.ㅎㅎㅎ
뭘 이런걸 다....하시면서 어머님 손은 벌써 내 손에서 그 돈을 뺏고 계셨다.
꼭 독수리가 병아리를 나꿔채듯 잽싸고 정확하셨다.
아버님한테 그 돈이 다 들어가면 어머님은 꽝~
얼마나 지독하게 돈 단속을 하시던지 옆에서 보기에 민망할 정도시다.
늘 어머님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반찬 투정은 애들보다 더 심하게 하시면서 장볼 돈은 잘 안주신단다.
어머님께 드린 그 돈은 아버님의 반찬값으로는 단 한푼도 안 들어 갈 것이기에
어머님 여름 옷으나 한벌 사 입으시거나 좋아하시는 반지나 목걸이 바꿀 때 기여하겠지.
내 시어머님은 새어머님이시다.
남편이 중학생 때 새어머님이 들어 오셨고 지금까지 까다로운 아버님을 잘 보필하고 계신다.
식성 까다롭고 미식가이신 아버님을 보살피시느라 짜증도 내시고 가끔은 부부싸움도 하시지만
그만하시면 우리에겐 너무나 훌륭한 새어머님이시다.
이사하시고 기운 딸리시고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셨을 거 같아서
한우사태 곰거리까지 큰 돈 들여서 사들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너그 아이면 이런거 누가 사 주냐??......
아이~뭘요....건강하시기만 하세요.
(난 속으로 그게 우릴 도와 주는 겁니다..하고 외쳤다.ㅋㅋ)
창녕에서 이사하시면서 우리가 사 드렸던 안방 에어컨을 안 떼서 가시더니
이번에 새집을 구입해서 이사를 하시곤 또 덥다고 하시는데 그냥 듣고 앉아 있을 남편이 아니다.
어머님이나 아버님은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고 계시기에 그 자리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거고...
중고 에어컨이라도 하나 사서 기사 딸려서 보내드릴께요.
선선히 허락하는 남편..난 눈 하나 안 흘기고 곧 보내드리지요...맞장구나 치고.
시댁에 잘하면 잘할수록 친정에도 그만큼 하는 남편이기에 오호라~~이만큼 한다 이거지?
난 그 모든걸 다 듣고만 있었다.
용돈 얼마에 한우 사태곰거리에 비록 중고지만 에어컨이라?.....
마누라는 정장 한벌 사 주래도 눈만 꿈뻑..감았다가 뜨더니 두고보자구~
용량 딸리는 이 두뇌 한구석에 정확하게 뿌리깊게 그리고 묵직하게 박아 뒀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