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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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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소동


BY 별빛사랑 2010-08-12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님과 산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을

부부란 인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각자 원초적인 입맛에 길들어진 향수어린 음식이 서로간에 있었지만

쌓아가는 세월만큼 서서히 잊혀져가고 새로운 입맛에 적응해간다

그중에 변하지 않는것은 밥이다

우리남편은 밥의예찬론자이다

연애할당시 난 분위기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우와하게 먹고싶었지만

남편은 그 공간자체가 어색하고 먹어도 먹은것 같지가 않았는지

항상 식사메뉴는 밥이란글짜가 들어간 음식들이었다

자장밥 잡채밥 오므라이스 고기덮밥.....

부모곁을 떠나 일찍부터 혼자생활를 하다보니  밥에대한 향수가 깊었지않았나싶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아침식사를 안해준적이없다

전날 술자리모임으로 입맛이 꺼칠할텐데도  급히 꿇인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훌훌 ~~씹는지 그냥 넘기는지  하여간 밥은 안먹은적이 없다

그 어느날  저녁식사후 밥통엔 딱 한공기분량의 밥이 밥통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티브이에서 알뜰한 주부가 출연해 전기값을 아끼기위해 밥하자마자

먹을만큼 담아 냉동고에 넣었다가 전자렌지로 해동하면 밥도 더맛있고

전기값도 절약할수있다는 그 부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좋은 방법인것같아 비닐팩에 밥을 담고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가끔씩 나이탓인지  신경이예민해서인지  깊은잠을 못이룬다

그날도 잠을 설치다 새벽녘이되서야 달콤한 잠에 빠져버렸다

배게밑에서 울려되는휴대폰 소리에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가늘게뜨고

불려놓은 쌀을 전기압력밥솥에 담고 물담고 뚜껑닫고 ... 다시 침대속으로

남편은 그후일어나  잠시 더 자는 나를 위해 문까지닫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본다 

잠시 더 자는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는 찰나  취사버튼 눌렀나 안눌렀나

잘 생각이안났다  확인하면 간단한데 진짜 일어나기 싫었다

잠이 물밀듯이 밀려와 그 잠깐의 행복의순간이 잠깐의고민을 잊게해주었다

 아늑하게 들려오는소리  밥차려 ~~

그 소리에 기계처럼일어나 화장실가서 이닦고 볼일보고 손씻고 ~~

주방에가서  냉장고에 미리 만들어둔 아침에 먹을만한반찬두어개 꺼내 접시에담고

어제꿇여논 근대된장국 살짝데워 올리고 기름에 살짝달군 후라이팬에

계란 깨놓고...김과 수저올리고  ~~~

그동안 쌓아온 주부의경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금방 식탁은 만족스럽게

차려졌지요

자 이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만 푸면  끝~

밥그릇과 밥주걱을 가지고 밥통으로 다가선순간

어찌 기분이  싸~~한느낌

눈이 커지면서 밥통모니터를 보니 아뿔사 ~~취사완료일때 나오는색이아닌

그냥 컴컴한 색깔인게 아닌가

그래도 믿기자않아 밥통손잡이 버튼을 눌러 확인하니

 퉁퉁불은쌀들이 물에 푹담겨져 있는게 아닌가

이제 큰일났다 어쩐담  곧 식탁으로 올터인데 어쩌지  밥을 얻을때없나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치고지나갔다 

그때 어제저녁에 냉동고에 넣어둔 밥이생각나 잽싸게 꺼내 해동이고 뭐고 

시간도 대충해서 전자렌지에 돌렸다

시간타임이 되서 조심스레 렌지문을열어 밥을보니

아 ~세상에 너무 맛있게 밥이 데워져있는게 아닌가

아무일없었다는듯이 식탁에 올려놓고

남편을 당당하게 불렸다

 여보 빨리 식사하세요 밥 식여용~~~

 전자렌지의 고마움을 다시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