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공공장소에서 불시에 체질양지수 측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67

라디오에 빠지다.


BY 무지개그림 2010-08-11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라디오를 들으며 울고 웃던 그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솜씨를 키웠던것 같네요.
예쁜 엽서를 만들기위해 밤새 가위질을 하고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위해 색을 입히고 글자를 꾸미고...
그렇게 보낸 엽서가 상이라도 받는 날이면, 사연이라도 읽혀지는 날이면  뛸듯이 기뻐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던 그 소녀가 바로 저랍니다.
처음의 서툼도 자주 연습하면 늘어가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처럼 그렇게 매일 사연을 보내고 , 라디오앞에 웅크리고앉아 혹여나 내이름이 불려질까 귀기울이던 시간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라디오보다는 친구가 , 여행이  더 좋았기에 결혼 할때까지는 거의 잊고 산듯해요.
하지만 결혼 초 늘 바쁜 남편은 이른 새벽에나가 저녁 늦게야 들어오곤 했죠.
TV마저 끝나버리는 12시가 넘으면 무섭기도하고, 심심하기도해서 안절부절하던 저를 다시 라디오 앞으로 불러앉힌건 옆집 살던 새댁이었죠.
새 라디오를 샀다며 혹 심심하면 들으라고 주었던 중고라디오!
그 라디오는 그날부터 제 친구가되었고 , 그 친구때문에 남편에게만 집중되던 관심을 분산시켰죠.
그 덕분에 늘 외롭기만했던 시간들을 라디오와 벗삼아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은 날마다 아이들에 매달려있느라 예전의 그 친구를 다시 잊어버렸는데 아이들 다 키우고 나니 또 다시 그리워지더라구요.
예전의 그 좋았던 추억을 기억하는것처럼 늘 함께했던 나의 좋은 친구가 다시그리워질쯤 그때는 세상도 많이 변해 편지를 보내놓고 기다리지않아도 문자나 레인보우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라디오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전 가끔 예전의 그때처럼 엽서나 편지를 쓴답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부모님께도 손편지가 라디오를 통해 멋진 목소리로 읽혀질때 그때만큼의 행복은 없는듯해서요.
어릴적 사춘기 소녀의 앳된 모습은 아니지만 이젠 중년의 아줌마가되어서도 그때 쌓아두었던 그림실력으로, 글 솜씨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건 아직은 마음속에 간직한 그림움 같은 기억이 남아있기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