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부싸움--起
시작은 늘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허나 그 작은 실마리는 아마도 고구마 넝쿨처럼
옛날 고리짝의 수많은 사건에서 비롯된 마음 속 상처가 주렁주렁 달려있을 것이다.
문득 해변에서 두 어린아이가 무릎꿇고 마주앉아
모래무더기 가운데 작대기 하나 꽂아놓고는 모래흙을 헐어내던 놀이가 생각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작대기가 넘어지곤 하지만
순번이 돌 때마다 간당간당하도록 모래흙을 덜어내던 끝이리라.
벌컥 하고 작대기 넘어지듯 사소한 일 끝에 감정의 폭발을 해버리고 나면
여자란 지 기분대로, 뜬금 없이, 무책임하게 성질을 부리기도 하는
이해 불능한 감정체계를 가진 인간 종족이라고 밀쳐지기 십상이다.
나는 나대로 이제까지 쌓였던 서운함과 소외감과 억울함이
줄줄이 진주 목걸이 꿰어지듯 스토리를 엮어대면서 마음속에서 아우성치고
남편은 남편대로 더한 일에도 멀쩡하던 인간이
뭔 변덕으로 저 심술을 부리는지 골치만 아파진다.
처음엔 그렇게까지 싸우려고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지 모를 화난 감정에 분명한 이유가 얹혀지고
지금의 감정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정연해진다.
날마다 라디오 틀어놓은 듯 떠들던 수다와 웃음들이 한순간 너무나 낯설어지고
어제와 똑같은 일상이 오늘도 그렇게 지나가지만 갑자기 사는 게 다 서먹해진다.
부부싸움 전쟁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