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란 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하다라는 뜻’ 인데, 신어로 ‘남자가 여자를 꾀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 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뜻의 작업(?)이란 단어를 처음 쓴 것은 예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심야 성인 시트콤 \'세 친구\'에서 바람둥이배역을 맡았던 윤다훈이 극중에서 연예의 베테랑을 ‘선수’라고 하고 여자를 꼬시는 일을 ‘작업’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말이었는데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행위가 없지는 않았다. 분명 그 시절에도 작업을 하는 남자와 선수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는 그 당시 순도 100%의 연애에 환상을 가진 꿈꾸는 처녀였기에 그러한 작업의 실체 자체도 몰랐거니와 더러 이여자 저여자 찝적거리는 남자를 보면 벌레보듯 경멸하면서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었다.
대학 3학년이 되고 보니 같은 동기 남학생들은 대부분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했고,
우리 과의 남자들은 이들보다 3년 삭은 아저씨(?) 예비역들로 물갈이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그때 당시에는 세 살 더 나이많은 남자들이 왜 그렇게도 아저씨처럼 느껴졌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우리 과 남학생들이 유독 나이들어보이는 외모를 갖고 있긴 했다.
그런데 그렇게 늙어보이던 아저씨 선배들이 지금은 별로 늙지 않고 그 외모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오히려 나이보다 더 젊어보인다. 심지어 나보다도....아 슬퍼라...훌쩍...
아무튼 나는 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내 단짝 여자친구와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학교에서는 늘상 함께 다녔다. 강의도 함께 밥먹을때도 함께...
듣는 과목도 거의 똑같이 수강신청했으니 학교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남자 선배가 나와 친구한테 오더니 학교앞 카페에서 잠깐 보자고 한다. 그래서 옆에 친구한테 누구냐고 했더니 우리과 선배란다.
순진한 우리는 뭣도 모르고 그 카페로 갔다. 조금 있으니 그 선배가 와서 자리에 앉았다.
“어...내가 너희들을 보자고 한 것은...너랑 진지하게 만나서 사귀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나와 친구 제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둘을 불러 놓고는 나한테 사귀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다.
“두 사람 다 불러놓고 이렇게 이야기하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 특히 제이한테...
근데 내가 아무리 기회를 엿보려고 해도 네가 혼자있는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그제서야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잠시 걷어내고 이성을 차리기 시작했다.
단짝 친구 제이는 심한 수치감에 자기가 앉아있을 자리가 아니라며 나가려고 했다.
나 역시 미안함에 난감했지만, 일어나는 제이 팔목을 잡고 도로 앉혔다.
“너, 나가지마 앉아 있어”
그리고 선배한테 말했다.
“선배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저는 선배를 오늘 이 자리에 처음 보는데요. 게다가 친구까지 있는데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저는 오늘 이야기는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그건 내가 조금 성급했던 것 같다. 나를 잘 모른다고 했지만 앞으로 알아갈 기회를 더 만들면 되지 않겠니?”
친구 제이는 카페를 함께 나오면서 그넘 완전히 싸이코라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나도 단호히 이야기를 했으므로 그 일은 이제 완전히 없는 일처럼 될거라고 생각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