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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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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미쓰 리


BY 봉자 2010-06-16

쟝그랑~!

\'히힛...문자닷!\'

요샌 스팸문자가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반가운 마음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ㅇㅇ 님 카드로 \"신데렐라가 훔쳐간 구두점\"에서 29,9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서울서 학교 다니고 있는  딸이 구두점에서 한 방 긁는 소리가 되겠다.

기숙사 생활하니 돈 쓸 일도 많지 않을테고 현금보다는 신중하게 사용하겠지 싶어 쥐어준 카드인데,

\'시험 기간에 공부는 안 하고 신상구두 사러 댕기나.....내 이 자식을\'

전화로 잔소리 좀 할까 싶다가도

기숙사에 틀어박혀 죽자고 공부만 하겠냐 계절이 바뀌니 신발도 필요하겠지....참았다.

며칠 후, 집으로 온 딸이 가게문을 밀고 들어선다.

\"나 왔어.\"

\"으응....왔냐?\"

시원찮게 대답을 흘리면서 눈은 아래 쪽으로 내려깔았다. 숨길 수 없는 조건반사!

아...........그런데 

구두 굽은 높은데다 색상이 붉은 에나멜을 들이부은 듯 빨갛다

신데렐라가 미쳤나.....

유리구두는 어쩌고 훔쳐간 구두가 왜 하필  빨간색이고?

암만해도 신데렐라가 버리고 간 구두를 보는 눈 없는 봉자 딸이 낼름 주웠지 싶다.

 

\"대학생 신발 꼬라지가 그게 뭐냐?\"

\"뭐~? 요샌 다 이런 거 신어...\"

\'나 같음 그저 줘도 안 신는다. 구두 보는 눈이 완전 하수구나. 금방 질리는 색상이니 곧 몇 번 신고 말걸!\'

이런 말들이 속사포 처럼 튀어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쯧쯧 엄마 처녀 적이면 딱 별다방 미쓰리용이다.\"

\"............!\"

딸은 별다방이 어느 별에 지어놓은 원룸 광고판으로 아는 지 봉자 말에 반응이 없다.

 

그랬다.

7-80년대 봉자 처녀 시절 빨간색 구두는 금기에 가까웠다.

유난히 튀는 사람 빼고는 아무 옷에나 어울리고 유행 안 타는

검은 색이나 브라운 계열만 주로 신고 다녔지

봉자같은 촌닭한테

빨간 구두는 노랫말에나 나오는 꿰지 못할 구슬과 같은 것이었다.

 

 

세월이 장강처럼 흘러 한 세대를 건너 뛰니

아이들은 미디어 세대가 되어 화면이나 광고 속 스타보다 더 개성이 차고 넘친다. 

오뉴월 푹푹 찌는 날에 이효리처럼 처바르고

야~한 별다방 미쓰 리 구두를 신고 댕겨도

늙은 에미는 입맛만 다신다.

잘못 떠들다간 싸구려 신발 하나 갖고 잔소리는 열두 마디라고

돈 대주고도 핀잔만 들을 수!

그려 그려, 

29,900원짜리 시뻘건 구두에 대범하자고,

그래야 더 열심히 공부해서 88만원 세대를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카드 회수한다는 협박 한 마디 못하고 봉자는 입을 악세사리처럼 달고 있었다.

 

요즈음 엄마노릇 대세가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고라.....

없는 집 봉자는 따라하다 곧 자빠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