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그랑~!
\'히힛...문자닷!\'
요샌 스팸문자가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반가운 마음에 핸드폰을 열어보니
<ㅇㅇ 님 카드로 \"신데렐라가 훔쳐간 구두점\"에서 29,9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서울서 학교 다니고 있는 딸이 구두점에서 한 방 긁는 소리가 되겠다.
기숙사 생활하니 돈 쓸 일도 많지 않을테고 현금보다는 신중하게 사용하겠지 싶어 쥐어준 카드인데,
\'시험 기간에 공부는 안 하고 신상구두 사러 댕기나.....내 이 자식을\'
전화로 잔소리 좀 할까 싶다가도
기숙사에 틀어박혀 죽자고 공부만 하겠냐 계절이 바뀌니 신발도 필요하겠지....참았다.
며칠 후, 집으로 온 딸이 가게문을 밀고 들어선다.
\"나 왔어.\"
\"으응....왔냐?\"
시원찮게 대답을 흘리면서 눈은 아래 쪽으로 내려깔았다. 숨길 수 없는 조건반사!
아...........그런데
구두 굽은 높은데다 색상이 붉은 에나멜을 들이부은 듯 빨갛다
신데렐라가 미쳤나.....
유리구두는 어쩌고 훔쳐간 구두가 왜 하필 빨간색이고?
암만해도 신데렐라가 버리고 간 구두를 보는 눈 없는 봉자 딸이 낼름 주웠지 싶다.
\"대학생 신발 꼬라지가 그게 뭐냐?\"
\"뭐~? 요샌 다 이런 거 신어...\"
\'나 같음 그저 줘도 안 신는다. 구두 보는 눈이 완전 하수구나. 금방 질리는 색상이니 곧 몇 번 신고 말걸!\'
이런 말들이 속사포 처럼 튀어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쯧쯧 엄마 처녀 적이면 딱 별다방 미쓰리용이다.\"
\"............!\"
딸은 별다방이 어느 별에 지어놓은 원룸 광고판으로 아는 지 봉자 말에 반응이 없다.
그랬다.
7-80년대 봉자 처녀 시절 빨간색 구두는 금기에 가까웠다.
유난히 튀는 사람 빼고는 아무 옷에나 어울리고 유행 안 타는
검은 색이나 브라운 계열만 주로 신고 다녔지
봉자같은 촌닭한테
빨간 구두는 노랫말에나 나오는 꿰지 못할 구슬과 같은 것이었다.
세월이 장강처럼 흘러 한 세대를 건너 뛰니
아이들은 미디어 세대가 되어 화면이나 광고 속 스타보다 더 개성이 차고 넘친다.
오뉴월 푹푹 찌는 날에 이효리처럼 처바르고
야~한 별다방 미쓰 리 구두를 신고 댕겨도
늙은 에미는 입맛만 다신다.
잘못 떠들다간 싸구려 신발 하나 갖고 잔소리는 열두 마디라고
돈 대주고도 핀잔만 들을 수!
그려 그려,
29,900원짜리 시뻘건 구두에 대범하자고,
그래야 더 열심히 공부해서 88만원 세대를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카드 회수한다는 협박 한 마디 못하고 봉자는 입을 악세사리처럼 달고 있었다.
요즈음 엄마노릇 대세가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고라.....
없는 집 봉자는 따라하다 곧 자빠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