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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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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의 끝은....


BY 날개. 2010-06-14

 

23시 15분....겨우 오늘의 업무가 끝나고....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 속에서 딸에게 전화를 한다.

\"밥은 먹었니...

목욕은 했어....

응....엄마 이제 끝났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벌써 2개월째 계속 이 시간에 퇴근하게 되어....

애들에겐 더없이 미안한 일이지만.....살아야 하니까....

살아 나가기 위해선.....무엇보다 경제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는 걸....

이 나이에 깨닫게 된 무지한 엄마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결혼생활 19년 7개월만에 맞이한 파탄.....

이혼 서류에 서명은 했었지만....언제 제출되었는지도 몰랐던 정말 한심한 여자였었던 나....

이혼 후...7개월 되던 어느날....내 이름으로 된 부채가 일억엔이 넘는단다....

가족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 이혼해 달라던 남편의 말에....

측은함과 동시에...배신감을 느끼면서도...애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응해준 이혼인데....

웬 일억엔이 넘는 부채란 말이냐....

남편이 경영하던 몇몇 회사 중의 하나인 자회사에 대표로 내 이름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운영이 잘되던 그때는....그 회사의 존재 조차도...알지도 못하던 내가....

산이 되고 남은 부채의 책임을 져야 한다니....

 

그래도 오기 하나로 파산선고는 하지 않으리라 작정을 하고는....

채권단들이 모인 자리에서....

\" 부채를 한 곳으로 모아주세요....

그리고 갚아 나가는 건 제가 할 일이지만....한군데로 모은 부채를 은행 론으로 돌리는 과정은 채권단이 해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지 못한다면...전 파산선고를 하겠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40대 중반의 아줌마치고는 배짱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그때까지 난 세상을 너무 몰랐었고...우습게 알았던 것이었다.

40대 아줌마가 돈을 벌 수있는 사회의 한계를 너무 몰랐었던 것 뿐이었다.

 

아무튼 그 지옥같은 과정을 거쳐.....지금 난 딸아이 둘과....몸은 깨어질듯이 피곤하지만....살아나가고 있다.

 

그러나.....너무나 부담스런 부채와 대학 1년에 진학한 큰애...그리고 지금 고3인 작은애의 뒷바라지에....

과연 내가 선택한 이 길이이 옳은 것이었을까 하는 후회가 따르지 않는다고 하면....그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주어진 이상엔.....비겁하게 물러서고 싶진 않다...이 생의 결전에서.....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이국 땅에서.....난 대한민국의 딸임을 자부하며.....

오늘도 살아 나가기 위해...밤잠마저 아끼며...몸부림치고 있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그리고 언제 끝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