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어도 멀리 떨어져 걸어도 언제나 넌 혼자구나
언젠가 부터인가 넌 혼자 울고 있구나
아니 넌 언젠가 부터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못난 얼굴로 늘 그늘속에서 울고 있었구나
아무렇게나 입은 짧은 치마에 바짝 자른 까만머리에 동그란 얼굴 ,그리고 주근께가 양볼에 귀엽게 많은 넌 빨간 머리 앤을 생각나게 한다
용기도 없고 말도 없는 넌 샌디(강아지 이름) 와 같이 했고 아침부터 캄캄해질때까지 샌디는 널 세상에 둘도 없는친구로 있구나
조용한 마을에 뒤란은 너의 놀이터 였다
비석치기,땅따먹기,그리고 굴뚝앞에 앉아 샌디 바라보며 노래 부르기 아무도 없는 집안을 넌 정말 많이 좋아했다
그 조그마한 넌 늘 샌디에게 말을 하고 샌디 눈을 바라보고 혼자 알아듣고 또 다시 반문하고 다시 알아듣고 ..
비 오는 날엔 으례히 건넌방 뒤 쪽문을 열고서 \"샌디야~`\"이렇게 부르곤 다시 또 허풍같은 말을 하고 웃고 서 있다
맑은 피아노를 좋아했던 넌 커서 교대 담을 뛰어넘어 들어가
혼자 양손 터득을 하였고 하모니카도 매일 이름모를 산소에 올라가 반주겸 노래 부르는걸 터득하고 노래도 한껏 불러보고..
넌 참 혼자 노는걸 좋아했단다
아니 혼자 놀아야 했구나
키 작고 조그만 계집아이
어쩌면 넌 태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던 아이란다
늘 할머니 한테 꾸중듣고 아버지한테 싫은 소리 들으며 눈치보고 엄마한테도 늘 넌 화풀이 대상이었구나
친구들한테는 언제나 관심 대상이었으니 별로 네가 신경을 쓰지않았고 학교에서도 넌 언제나 책을 가지고 책상에 조용히 앉아 있던 아이였단다
옥아.....
이 이름을 내가 부르면 억장이 무너지고 입이 벌어지면서 눈물이 난다
난 네가 싫다 밉다 그리고 가엾고 안아주고 싶단다
어른들 세상속에서 원하지 않게 살아왔던 옥아..
무슨일인지 왜 그런건지 궁금하지만 옥이 너한테는 아무도 말하지않고 있는것 조차 모르던 널 이거저거 시키면서 잔소리 듣던 널 난 아직도 왜 이리 잊지 못하는지...
음식이 얼마나 맛있고 많은 가지수가 있는것도 모르고 배고파 하던옥아..
그저 밥 한그릇에 하얀 꽃이 피어있은 신 김치라도 있으면 더할나이 없이 행복해 하면서 금방 뚝딱 해치우던 내 어릴적 옥이야..
어찌 그렇게 슬프게 날 울리는 거냐
봄이면 진달래로 배를 채우고 엄마한테 쫒겨나면 하루종일 굶고 야산에서 또 그렇게 혼자 진달래 따먹고 노래를 했었지
그리고 해가 어느정도 넘어갔는지 알기 위해 고갯마루에 올라가 하늘을 보고 네 그림자를 보고 몇시인지 가늠하던 옥아
네 나름대로 욕듣고 잔소리 듣고 눈치 보면서 시간도 세월도 배고픔도 이겨내는걸 일찌기도 알았구나
못 먹고 못 입고 못 보고 못 배우고 ,,네게서 난 \"못\"이자를 지우고 싶구나
가난에 찌들려서 배우진 못했지만 혼자만의 세계에서 늘 생각을 하고 웃어보고 말도 하고 하루하루 헤쳐나가는 넌 아마도 천재 인거 같구나
한참 멋을 낼 나이에도 넌 나이론 자주색 바지 하나로 1년을 입고 더위에 바지가 덜러 붙어도 그러려니 하고 \'몽탁\"이란 실로 짠 긴팔권색 옷으로 또 1년 버티고 언제나 넌 변함없이 나일론 바지에 몽탁 윗도리로 그여름 추운겨울을 나누었구나
가엾은 옥이야...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는 네가 나이기 때문이란다
옥이야 불러도 눈물로 답하고 아직도 소박한 네 모습이 갸련하기까지 하구나
봄이면 양지쪽 때 이른 연두빛 풀에 웃음주고 만져죽 꼭 한마디 하고 지나가는 널 사랑한다
어른 팔뚝만한 고기를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나가는 널 항상 좋아한다
여름엔 상추쌈 하나가득 입에물고 흐르는 물을 닦아내며 먹는 네모습 정말 이쁘구나
상추 쌈에 배부른 넌 늘 큰 웃음을 지어보이니 참 사랑스럽다
가을에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누렇게 익은 들판을 두팔벌려 싸안아보는 옥아..이쁘다
겨울엔 두꺼운 양말에 여름 슬리퍼 신고 마당에 눈을 오랫동안 감상하고 단풍나무가지에 얹혀있는 눈꽃을 살살 만져가며 혼자 중얼거리고 급히 거실로 뛰어 들어오는널 난 사랑한다
언제나 자연과 비슷한 넌 참 바보 스럽구나
눈이 많이 와서 신랑은 걱정이 태산인데 넌 하얀눈에 손을 내놓고 처마밑 빗방울 받듯 하며 좋아하니 ㅎㅎㅎㅎ
옥아 ,,,,건강해라 그리고 사랑해
더 변하지 말고 지금처럼 언제나 내곁에 있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