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78

본능에 충실하자구~


BY 그대향기 2010-05-29

 

 

그놈은 식음을 전폐했다.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초죽음이다.

 

벌써 1주일째.

앞으로 며칠은 더 갈 것 같다.

빈도는 좀 낮겠지만....

 

집에서 키우는 말라뮤트 숫놈이 죽을 지경이다.

암수 한쌍이 있는데 암컷한테 발정기가 왔는데도

암컷이 곁을 안 줘서 숫놈이 야단이 났다.

 

개는 발정기때만 교미를 해야 수정이 됨으로

암컷의 발정기때 맞춰서 숫놈이 딱 몇차례

암컷을 가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사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가능한게 아니라 일년에 딱 두번

암컷의 발정기 때만 숫놈도 교미를 한다.

암컷이 내뿜는 특별한 향이 몇킬로미터까지 간다지 아마?

 

그래서 딱 두번.

일년에 딱 두번만 암컷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짓인데

지금 우리집 말라뮤트는 도무지 숫놈을 숫놈 취급을 안해주는게 문제다.

 

말라뮤트 중에서도 초대형견인데 서 있으면 키가 내 키(166센티)보다 크고

덩치가 완전 집채만~~하다.

암컷도 마찬가지 한 덩치한다.

 

개집도 집짓는 사람들을 불러서 사흘걸려 지은 집이니 개집치고는 빌라다.ㅎㅎㅎ

개가 초대형이다보니 사람이 서서 들어가도 개집 천장이 더 높고

양 사방 환기통까지 넣은 멋진 조립식 주택에 가깝다.

 

개집을 지었던 사람도 남편 친군데 그 친구도 개를 무지 좋아해서 개집을 멋지게 지어줬다.

남편이 좋아하는 개들이라 별 말은 안했지만 난 도무지 야들이 별로다.

먹성도 좋고 성격도 순하지만 먹은만큼 배설량이 너무 많아서 뒷처리가 버겁다.

 

처음 야들을 데려 올 때는 혼자서 그 모든 일을 다 할것 같더니 웬걸???

목욕도 내 차지, 뒷처리도 내 차지, 털갈이까지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에 할께... 저녁에 할께...내일 할께.....

 

그런 남편을 믿느니 내가 하고 만다 말아~

어휴~~~

수압좋은 물호스로 한다고는 하지만 파편이 장난아니다.

 

각설하고 나도 개 좋아하니 그런 일쯤이야 한다고 하지만

숫놈은 지금 먹지도 못하고 암컷의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느라고

뀅~~한 눈으로 뱃가죽도 홀죽하고 비칠비칠 불쌍해 못 봐 주겠다.

 

일년에 딱 두번있는 발정기를 놓치고나면 암컷에게 자기 씨를 못 퍼트린다 생각하니

어떻게 하든 암컷을 달래야하는데 암컷은 숫놈을 거들떠도 안본다.

내가 보기에도 숫놈은 아주 잘 생겼고 매너 좋고 점잖은 놈인데....

 

왜 암컷이 숫놈을 안 받아줄까?

개들도 맘에 안 들면 곁을 안 줄까?

본능에 충실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가리는 것 처럼 자기 나름의 판단기준이 따로 있을까?

 

난 개인적으로 숫놈이  성격도  완화하고  안 설치고 말도 더 잘 들어 좋은데

암컷은 점잖은 숫놈이 왜 싫을까?

그만하면 개들 중에서도 빼어난 훈남에 속하고 몸매좋고 매너까지 좋은데....

 

암컷이 생각하기에는  숫놈의 씨를 받기에 또 다른 뭔가가 부족한게 있는지...

숫놈이 옆에만 와도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등 뒤에라도 갈라치면

으르렁~~`호되게 야단을 치니 숫놈이 아예 접근도 못하고 침만 질질질...

눈에는 핏발이 서서 싯벌겋고.

 

본능적인 거사를 치루어야하는데 암컷이 저 난리니 낮이고 밤이고 한밤중 빼고는

길게~~아주 ....길게~~~울고 울고 또 운다.

이제는 목까지 쉬어서 길게라도 울라치면 컥컥 막히는 울음이 나온다.

 

다른 집 말라뮤트를 데려와서 어떻게라도 임신을 시켜보려고 했는데

우리 암컷이 워낙에 큰 암컷이라 그  개는 구석에 콕 쳐박혀서 운신도 못하는게 아닌가?

에엥???

오줌까지 질질 싸 놓고 발발발 떨기까지??

우리 암컷이 다른집에도 가 봤지만 숫놈들이 작다보니 암컷이 거들떠도 안보는데 참.....

 

가임기 동안에는 어김없이 일년에 두번씩 발정기가 올텐데

언제까지 다 놓치고 숫놈만 암컷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으로 외치게 해야하는지...

때로는 암컷을 때려주고라도 말을 듣게 하고 싶다.

 

일어나라고...그만 나를 받아주라고 울다가 지칠대로 지쳐서 널부러져 자는 숫놈을 보면

본능에 움직이는 개지만 너무 처절하도록 힘들겠다 싶어서 안타깝기가 이루 말로는 어렵다.

발정기가 거의 다 끝나가는지 어제 오늘은 우는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우~~~

컹~컹~컹~

숫놈은 호색한의 색심이 동하는게 아니라 본능에 충실할 뿐인데 암컷은 저러다가

새끼를 단 한마리도 남기지 못하고 가임기가 끝날 것 같다.

일반 말라뮤트는 흔한데 저렇게 큰 대형견은 드물어서 너무 속 상한다.

 

오늘 밤에라도 잠결에 암컷이 숫놈을 모르는 척...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