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과 퇴근길은 늘 그렇게 대전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환승하게 됩니다.
이같은 출.퇴근의 동선(動線) 패러다임은 어제도 매한가지였죠.
그러면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아예
근처의 재래시장에 들러 긴요한 생필품을 사 가곤 합니다.
어제도 퇴근길에 재래시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단골로 가는 집에서 콩나물을 천 원어치 산 뒤
또 뭘 살건 없나 싶어 시장의 좌판까지를 좌우로 살펴보았지요.
그러자 엊그제까지만 하더라도 한 근에 2천 원이었던
시금치가 고작 1천 원이라는 아줌마의 외침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얼씨구나! 자고로 값이 싼 건 일단은~ 사고 볼 일.
“아줌마, 이 시금치 한 근만 주세유, 그나저나 값이 왜 이렇게 갑자기 내렸대유?
날씨가 좋아져서 시금치 작황도 덩달아 좋아져서인가유?”
하지만 푸성귀를 파는 아줌마의 대답은 전혀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아녀유! 내가 얼른 떨어버리려구 그냥 싸게 파는규(거요).”
이어진 푸성귀 상인 아줌마의 ‘하소연’은 이랬습니다.
시골에서 밭농사를 짓는 막역한 형님(할머니)이 계신데
그 아줌마는 그 분과 일종의 계약재배 거래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기온으로 말미암아 푸성귀 가격이 폭등하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곤 당최 푸성귀를 안 사 가더라나요.
그 바람에 푸성귀의 ‘판매 실적’은 저조했고 하여
상인 아줌마 또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그 바람에 ‘에라, 내가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얼른
팔아치워야만 오매불망 내 연락만 기다리고 계실 형님의
푸성귀를 또 받아서 팔아 줄 것 아니겠는가!라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고요.
순간 그 아줌마의 의리가 돋보여 여간 감탄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추노’에서 천지호(성동일 분)는
평소의 사관이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데 이러한 정서는 거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겠습니다.
왜냐면 원수는 돌에 새길지언정 은혜는 고작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는 이들이 부지기수니까 말입니다.
여하튼 그처럼 어떤 의리를 지키고자 노력하시는
아줌마를 보자니 새삼 그렇게 그 아줌마가 존경스러웠습니다.
아줌마는 검은 봉지에 시금치를 담아 저울에 달더니 한움큼의 시금치를 더 주셨습니다.
“됐어유, 가뜩이나 싸게 파신다면서 이렇게 더 주심 부도나겄슈.”
“까짓 거 부도나면 말지유, 뭐.”
아줌마의 넉넉한 농담에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앞으로 푸성귀를 살 땐 일부러라도 이 아줌마를
찾아 사야겠다는 결심을 다지면서 시장을 빠져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