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암닭이 탈출을 시도 해서 늘 닭장 앞에
대기 하고 있는 검둥이에게 물려 죽었을 때도 난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두 마리 암닭을 다시 공수해 오며 자보부인이
셋이 되면서 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관찰했다.
본부인 암닭이 첩인 암닭들을 머리를 쪼아 털이
빠지는 모습은 우리들이 듣고 텔레비전 등을
통해 수없이 보았던 그 장면을 연상 시킨다.
피해도 보고 몸을 사려 구석에 쪼그려 앉기도
하지만 본부인 암닭의 무차별 공격은 멈출줄
모른다.
결국 또 다시 탈출을 시도한 암닭
밖에는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검둥이가 있건만
다행히 첫 번째 시도는 내 눈에 띄어 탈출 실패
하지만 잠시 내가 방심한 사이 다시 탈출에 성공한
작은 부인 도랑에 빠지고 검둥이에게 쫒기고
그 작은 몸으로 날다 뛰다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
했지만 결국 내 손에 잡혀 다시 그 생지옥 같은
닭장 속으로 들어 가야만 했다.
닭장 앞에 자보의 작은 부인을 안고 선 내 마음이
참으로 미안했다.
원해서 첩이 된것도 아닌데
유부남인 걸 알고 자보를 꼬여 본부인의 자리를
탐한 것도 아닌데 그저 운명이 첩으로 살라는 그 운명을
타고 났을 뿐인데 마음 붙일 곳 없는 그 속에 다시
들어 가는 것이 차라리 검둥이 에게 물려 죽는것이
자보부인에게는 나은 것이였을까
뚝딱 내가 닭장을 지어 따로 살림을 차려 줄 수도
없고 자보의 작은 부인이 날 울린다.
탈출을 감행하다 다리를 다쳐 다리는 절게된
자보의 작은 부인 자보네 이야기엔 인생이 있다.
우리들 누군가를 향해 아무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 누군가에게도 처절한 생이 있으니
함부로 누군가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자보네 작은 부인도 원치 않았지만 첩이 되어 그 수모를
겪지 않는가 나 아닌 다른 삶에 우리들 함부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삶이든 그 삶에도
처절한 인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