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횟 집.
수족관에는 죽은 척 엎드린 광어에서 펄떡펄떡 뛰는 이름 모를 생선까지
나를 위해 기꺼이 목숨 내던져야 하는 놈들이 빤히 쳐다 본다.
그러면 내가 못 먹을 줄 알고... ㅋㅋ
아주버님은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고르라고 횟감 어종 선택의 전권을 주셨다.
세상에..... 우리 아주버님 짱!
아줌마! 이런 아주버님 보셨어요?
생선 뜰채 들고 나오는 횟집 아줌마에게 다그치자
영문도 모르는 아줌마, 장삿속인 게 뻔히 보이지만 후딱 말을 받아주신다.
\"아주버님이신가? 벌써 풍채가 넉넉한 게 인품이 보이시잖아요.\"
ㅋㅋ
나이 들어 얻어 먹는 것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난 건
친정 아버지 졸라서 얻어 먹는 자장면과 엄니가 사주시는 껌이랑 과자
아주버님이 사주 시는 생선회가 아닐까 싶다.
식구들이 정신 없이 먹고 있는 내내, 정작 주인공인 시누형님은 드시지도 않고
뭘 그렇게 뒤로 돌아 앉아 부시럭 댈까 궁금했지만 내 배 부르면 만사 귀찮은 법.
어지간히 배가 불러지자 어시장서 형님이 사 주신다던 그 물 좋은 생선이랑
맛깔스럽던 젓갈 생각이 몽실 몽실 난다.
외국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으니
젓갈이야말로 이쪽 저쪽 가지고 다니며 먹기 안성맞춤인 반찬.
그걸 알고 일부러 사 주시려고 한 거였다는 걸 뒤늦게 눈치 챘지만 입 꾹 다물었다.
\'아고~ 아까버라~ 그냥 사 달라고 할 껄~\'
후회가 마구 밀려들었지만, 빈대도 낯짝이 있지
뭐 한 일이 있다고 형님 생신에 지 배만 불리는 주제에 챙기기까지 하랴.
내가 시누였음 줬던 것도 빼앗고 말았을 것.
시누님은 제대로 밥도 드시지 않은 채, 애 다섯 두고 도망갈 여편네 옷 보따리마냥
올망졸망한 꾸러미를 열 다섯 개나 만들어 놓고
찾아 온 동생들이 반가워서 반가워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동생들이 그렇게 좋을까?? 동생 없는 콜라의 머리와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 항목이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니 어쩌니 그거....
다~ 이담에 동생들 좋은 일 시키기 미안한 부모님들이 지어 낸 헛 칭찬이 틀림없다.
엄니가 담아 준 김치를 꺼내려고 차 트렁크를 열었더니
김치 통 곁에 하얀 스티로폼 박스 두 개가 실려 있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얼음 채은 비닐 봉지 사이사이로
생선이 종류별로 들어 있고,
생선회에 눈 멀어 명란젓이랑 새우젓 필요 없다고 손사레를 쳤건만
철딱서니 없는 막내 올케 맘을 훔쳐 본 듯 그것들이 얌전히 놓여 있다.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정작 생신축하 받아야 하는 시누님은 오늘도 내내 식구들 치닥거리와 퍼주느라
얼마나 고된 하루를 보내셨을까... 그제서 미안함이 늦은 밤 피로와 함께 몰려 든다.
사랑은 주는 것이 행복하다고 굳게 믿고 사는 시누님, 그리고 동서형님들....
당장 형님들께 고맙단 말은 속보여 못하겠고
담에 이 아우가 한 턱 단단히 쏴야지.....쏴야지....되뇌인다.
어쩌면, 이렇게 벼르고 있는 이 아우의 맘 조차 이미 헤아리고
안 먹어도 먹은 듯, 안 받아도 받은 듯 고마워하실 분들...
안다.
늘 행복한 내가 될 수 있음은 ........
이런 형님들의 따뜻한 사랑과 마음이 있음에 가능하고
늘 행복한 내가 될 수 있음은.....
늘 나를 배려하고 보살펴 주는 다른 이들의 이해가 있기 때문임을 .....
나는 잊지 않고 살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