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지 백 일되었을때의 사진..엄마와 오빠와 함께...)
어버이날과 거리가 멀어진지 꽤 오래됐는데도 어버이 날 이란 말만 들으면 왠지 가슴이 저려온다.
요즘엔 부쩍 엄마가 보고 싶다.
돌아가신지 10년하고도 몇 년이 더 흘렀는데도 엄마와 지낸 시간들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어렸을 때, 학교갔다 오면 바구니 가득 술빵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반겨 주셨다.
그 술빵이 먹고 싶어서 어제 막걸리 한 병 사다 만들어 봤는데... 실패했다.
찜통에 찌지 않고, 전기밥솥에 쪘더니 바닥은 누렇게 타서 딱딱해지고 잘부풀어진 윘부분은
압력솥때문인지 지나치게 질겨져 버렸다.
혼자 꾸역꾸역 먹긴했지만 엄마의 술빵이 그리운 내마음을 위로해주기는 커녕 더 허전하게 했다.
엄마가 살아계실때 이런것두 좀 배워둘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애꿎은 막걸리만 마시고...
지난주엔 강변에 나갔다가 어린쑥이 눈이 띄길래 조금 뜯어다가 쑥버무리를 만들어 본답시고 ..
집안만 어질러 놓고 제맛이 안나 거의 다 버렸다.
엄마는 나를 위해서 봄마다 치뤄야 할 행사처럼 쑥버무리를 해주셨다.
난 학교 갔다 오자마자 쑥버무리가 든 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손으로 우걱우걱 먹어댔다.
마치 그걸 먹어야 봄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나 때문에 엄마는 봄이 되면 쑥 캐러 다니느라 귀찮다고 투덜대면서도
좋아하는 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었다.
쑥버무리를 찌는 찜통을 보면 \"와아~~\"하고 함성을 지를 정도로 좋아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애가 무슨 맛을 알고 그걸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요즘엔 시장에서 팔지도 않는 쑥버무리가 먹고 싶다.
내 생일때마다 해주셨던 약식도 생각 난다.
약식이야 내가 아이들 키우면서 자주 해봐서 해먹을 수 있슴에도 엄마의 그 약식이 그립다.
별다른 꾸미를 올리지 않고도 달짝지근 하고 고소한 그맛...
입안에서 녹아버리듯 부드럽고 쫄깃한 그 맛을 떡집에서 사 온 약식에서도,
내가 만든 약식에서도 느낄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제일 큰 재료가 빠져서 그럴까....
그래... 가을이면 수수부꾸미도 먹어야 했다.
수수반죽를 얇게 펴서 팥소를 넣고 부쳐낸 수수부꾸미는 입안에 넣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
엄마와 함께 프라이팬에서 익기가 무섭게 입으로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던 그 때가 그립다.
올가을엔 수수부꾸미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엄마랑 먹던 그 맛이야 느낄 수 없겠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쑥버무리가 먹고 싶어서 엄마 생각이 나고,
여름이면 내 생일때마다 엄마가 주는 선물이라며 만들어주셨던 약식이 먹고 싶어서 엄마 생각이 나고,
가을이면 꼭 먹고 지나야만 앓지 않았던 수수부꾸미가 먹고 싶어서 엄마 생각이 난다.
겨울엔.... 엄마가 돌아 가신 계절이라 ... 제사를 모시면서 엄마 생각에 울컥 한다.
그리운 ... 우리 엄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