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와 결혼하길 잘했구나...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 들게 하는 사람...
만약 그와 결혼하지 못했더라면, 그 분과의 인연도 없었기때문이다.
바로 내 행복 절반의 임자, 시누님의 쉰 여덟번째 생신이었다.
올해는 전화로 축하를 대신하며 이 글은 쉰 다섯 번째 생신날 이야기다.
여자는 자식이 있어도 남편이 없으면 \'홀로\' 맞는 생일이 되고
혼자인 사람은 기쁜 날일 수록 외로움이 깊어지는 법이다.
젊디 젊은 서른 여덟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을 잘 키워낸 시누님의 생신인 월요일을 하루 앞둔 주일날 오후
독수리 5형제가 춘천을 나섰다.
인천에서 작은 홍어집을 시작 한 시누님 가게에서 홍어를 먹고 매상을 더 올릴 것인가
아니면, 생신이니 문 닫고 함께 월미도에 가서 회를 먹을 것인가
우리는 약간의 고민을 해야 했다.
나는 몹시 회가 땡기누만, 네째 아주버님은 홍어가 땡기시는 눈치.
은행까지 다녀오시는 걸로 보아
아마도 \'골든벨\'을 때리실 모양이다.
그동안 가족외식을 가면 딸린 식구 없는 우리가 대체로 물주를 자청했다.
메뉴를 우리가 정한 다음, 이 집 저 집 전화해서 형님들을 소집(?)하다보니
형님들이 내신다 해도 우리가 주최측이라고 우겨대기 때문이다.
아무려면 형님들이 동생 밥 한끼 못 사주랴만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아이들이 모두 한창 돈 들어가는 때라
달랑 두 입 뿐인 우리가 일부러 자릴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주버님이 골들벨 때리는 이런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ㅋ
아주버님 두툼한 지갑 생각에 기분은 업~~~
사람이 먹는 재미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ㅋ
온 가족의 인천 출동에 오후 예배를 드리던 시누님이 헐레벌떡 달려오시고
활어회 먹을 기대가 물 오를대로 오른 내 맘도 모르시는 엄니...
‘사 먹는 건 맛도 없고 생선이랑 꽃게만 사 와서 밥을 해 먹자’고 하신다.
\"엄니~ 회가 왜 맛이 없어~ 글구 생일날 형님 부엌대기 만들거면 괜히 몰려온 거 되잖우~ \"
\"글쿠나. 알았다~ 그럼 니가 먹고 싶은 대로 가자~\"
ㅋㅋㅋㅋ
연안부두 어시장.
반짝 반짝한 제주갈치가 열 마리에 5만원, 조기가 40마리에 1만원, 아구는 3마리 1만원.....
명란젓 1킬로에 3만원.....
처음 가본 연안부두 어시장은 생선의 싱싱함에 놀라고, 싼 가격에 놀라고
손 큰 아줌마들의 그 넉넉한 인심에 다시 한 번 더 놀랐다.
6남매 말단 우리 부부는 검정 비닐봉투에 바리 바리 담은 생선꾸러미를 들고
낑낑거리며 쭐래쭐래 형님들 꽁무니를 열심히 따라 다녔다.
시누 형님이 명란젓이랑 한치 젓갈을 사 주시겠다고 하셔서 즉각 거부했다.
\'형님~ 우린 그런 거 필요 없어요~ 회만 먹음 돼요~\'
나눠야 할 형제가 다섯 이니, 꽃게랑 생선의 양이 장난 아니다. 더불어 생선 값을 지불하는
아주버님의 지갑 두께도 점점 줄어드는 게 보여 내 가슴도 졸아들고
내 관심은 오직 아주버님의 자금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쏠려 있었다.
\'아고~ 회 값은 남겨둬야 하는데~~\'
그래서 이것 저것 사준다는 걸 마다 했다.
아주버님은 생선 잔뜩 사자는 자기 마누라 말만 듣는 거 같고...
내 남편은 내 편 드는 척 약만 올린다.
\'야~ 저기 횟집이다. 누나랑 형들이 보이도록 빨랑 정문 앞에 가서 서 있어 ~ \'
시누형님 생일축하사절인지 생선 소매상들인지
앞장 선 시누님 뒤로 온 가족이 생선 구입에만 열을 올리며 아주버님 지갑을 절단내고 있었다.
5만원+ 6만원+ 3만원+ 7만원+++++ ......
아주버님이 생선 값을 지불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아주버님 지갑 속을 계산하고 있었다.
생선회 살 기미는 없고, 생선보따리가 아이스 박스와 차 트렁크에 넘쳐 날 지경에 이르러
나는 더 이상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아~ 생선회는 언제 사요~ 행님~~~ ”
아주버님이랑 넷째 형님이 큭큭 웃으시더니
횟집으로 가서 먹을 거라고 하셨다.
드디어 횟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시누님이 혼잣말로
‘가만... 오늘 생선을 얼마나 샀지?\' 하시는데
\'295,000원 이요!\'
민망하게도 내 입에서 바로 튀어 나왔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