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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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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 이야기


BY 오월 2010-04-30

어제밤 남편은 저녁밥을 먹고

잠시 쉬겠다며 아이들이 다 떠난 빈방에서

잠이 들었다.

남편이 깨어 있으면 늘 남편에 존재를 확인

시키듯 켜 있는 텔레비전 남편이 거실에서

자리를 뜸과 동시에 난 텔레비전을 끄고

소음에서 해방된다.

책을 읽다가 늦은 밤 곤하게 잠든 남편을

아이들 방에 두고 혼자 안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누웠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집안의 모든 불을 다 끄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기어가는 개미도 보일 만큼 환 한

이 빛은 뭔가 혹 베란다 불이 켜진 건 아닌가

벌떡 일어나 살펴보다 난 깜짝 놀람과 동시에

커다란 감동이 쿵 하고 가슴에 밀려왔다

내 집이 가장 높은 곳이라 거실을 빼곤 커튼을

모두 떼어버린 창 안방 창문을 지나 베란다 창문에

한 500볼트 밝기의 백열전구 하나가 동그마니

달려 있었다  침대 위에서 몸을 더 낮춰 밑에서

전구를 바라보니 분명 그 커다란 전구는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다.

그 커다란 전구는 달이였는데 어떻게 내가 혼자

자는 걸 알고 창가에 찾아와 문을 열어주길 바랐던 걸까

달빛에 비친 창 그림자를 바라보며

어릴적 신우대 그림자 일렁이든 초가집 창문이

그립고 모기소리 선명했던 그 여름밤을 생각하고

달밝은 밤 지렁이 울음이 그침을 알고 밖에 양상군자가

왔음을 알았다고 했던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며

사는게 바빠 잊었던 옛 이야기를 달빛 그윽한 방안에

불러 들여 늦은 밤 까지 함께 놀았다.

 

문득 아침 일찍 일어나 고향에서 들었음직한 새벽닭 우는

소리 어둠을 타고 들려 오는 컹컹 개짖는 소리

오늘처럼 생각지도 못한 달님의 방문 이건 생각지 못한

너무나 큰 뜻밖의 행운

휘적휘적 제 갈길 가시다 장난 스레 들여다 본 달님의

방문에 난 늦은 시간까지 이불위에 이불아래

옛 추억들을 불러와 함께 놀았다. 

살아가면서 생각지 못하고 누리는 이 행복감

난 이 행복감들을 보너스 행복이라 부른다.

노랗고 따뜻한 달빛이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그 손길에 꼭꼭 여몄던 내 모든것을 부드럽게 풀어

내어 주고 나도 행복한 잠을 잤다.

꿈 속에선 칡꽃 흐드러진 고향집 뒷마당을

뛰어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