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다산 콜센터에서는 서울시에 홀로 생활하시는 독거 노인분들께
안심 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손이 바빠 각 콜센터로 지원 요청이 왔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전화 봉사할 수 있는 상담원 봉사자를 모집한다고...
그리하여 지난 2월부터 몇몇 동료 상담원들과 홀로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리게 되었는데 나와 파트너가 되신
할머니는 성동구 응봉동에 사시는 72세의 000 할머님이신데
첫 전화가 가던 날 거의 햇수로 십 년 상담원 경력이 있음에도
어찌나 긴장이 되었던지...
따르릉~~
신호음이 가고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처음 음성은 할머니 같지 않고 초등학교 남자아이 같은 음성으로 들려서
몇 번 본인이신지 확인을 하였는데 재차 자신이 맞는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여 할머니와 나와의 인연이 맺어져서 매주 통화를 드리고
있는데 통화 횟수가 더해 갈수록 할머니는 나의 전화를 기다리기라도
하신 듯 반갑게 받아 주신다.
어떤주에는 복지관에서 마당놀이에 데려가 주었는데
재미있었다고 하시고 어떤 날은 근처에 학교가 있는데 걷기 운동을
하셨단다
관절염이 있으시고 여기저기 쑤시고 저린 통증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구정이 지난 다음 날 전화에는 어디라도 다녀오셨는지 아니면
명절이라 혹시 손님이라도 찾아왔는지 여쭸는데 그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전화를 끝내고 아차 싶었다
할머니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독거 노인이신데...
생각없이 물었던 나의 질문이 순간 후회스러웠다.
할머니에게 여쭙고 싶은 것도 많이 있었지만 안심 콜 서비스를
드리기 전 봉사 진행할 상담원들에게 사전 교육이 있었는데
어르신들과 대화에서 계속 묻지만 말고
봉사자들의 자신 이야기도 전하면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곳 내 가족 이야기로 아들과 딸에 관한 이야기도
해 드리고 내가 사는아파트가 서울대 근처 산 언덕에 있어 아파트 단지
마을버스를 타고 다시 직장으로 오는 일반 버스를 갈아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해 드렸다
할머니는 교육에서 들은 것처럼 할머니에 대하여 묻는 것보다
나의 이야기를 해 드리면 아주 진지하게 경청해 주시고
좋아하셨다
내게 할머니의 집 전화 연락처만 있기에 늘 집 전화로 통화를 드렸는데
바쁜 직장 업무 진행에 따라 수요일 때로 목요일 두서없이 전화를
드렸음에도 언제나 할머니는 서너 번 전화가 울리기 전에 빠르게
수화기를 드신다
그렇게 매번 반갑게 전화를 받아 주시는 할머니께
어제는 할머니가 드시기 좋을 것 같아 택배로 동글동글 알록달록
모양도 색도 고운 찹쌀떡 한 상자를 보내드렸다
할머니께 배달된 말랑한 떡 하나 짚어 맛나게 드셨을 모습을
그려보니 너무도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 누구도 홀로인 쓸쓸한 노년을 희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만은 예외라고 어느 누가 호언장담하겠는가?
일주일에 한 번 할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는 시간
나는 점점 할머니의 안부를 여쭙는 게 아니고 나의 안부를
할머니께 전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감을 느낀다.
할머니!
오래오래 기쁘게 사세요
사실은 저도 외로운 날 서러운 날 가슴 아픈 날 그런 날들이
꽤 많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