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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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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고 힘쎈 여자


BY 그대향기 2010-03-15

 

 

키가 커서 좋은 여자.

힘도 쎄니 더 좋은 여자.

더불어서 손놀림까지 빨라 더 좋은 여자.

 

며칠을 못 넘기실 것 같은 할머니가 목욕을 원하셨다.

이틀을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병원에서 자꾸만 검사를 하고

피를 뽑는게 싫으시고 여러명이 있는 병실이 시끄럽고 불편하시다고

조용하고 따뜻한 본인 방으로 돌아 오시길 희망해서 퇴원을 하셨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움쩍도 못하시면서 목욕을.....

그냥 따끈한 물수건으로 닦아 드리겠다고 하니

기어히 머리까지 감으려고 하시고 물목욕을 원하신다.

 

주방 의자를 욕실로 들여 놓고 할머니를 등 뒤에서 안고

내가 먼저 욕실로 들어가고 할머니를 의자에 앉혀 드리고는

더운 물을 탕 안에 가득 받아서 온실 효과를 내게 하고

할머니 옷을 하나 하나 벗겨 나갔다.

 

이미 살은 몸을 다빠져 나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의자에 부딪힐 때 마다 쇳소리가 난다.

가만 가만 옷을 다 벗기는데 마지막 팬티는 벗으시면서

그래도 나이든 할머니지만 최소한의 여자 자존심때문에 손으로 그 곳을 가리셨다.

앙상하게 뼈 언덕만 남았는데도....

 

요 며칠 동안 하루 온 종일 설사만 하셨기에 더 앙상했고

팬티 속 기저귀를 벗길 때는 헙~~~~

순간적으로 숨이 턱....막히는  냄새가 났지만

환자한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꾹 참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벗겨나갔다.

의자 등받이에도 수건으로 푹신하게 만들어 드렸고

의자 바닥에도 수건을 깔아서 안 미끄럽고 안 차갑게 해 드리고

샤워기 물 온도를 맞춰서 몸을 적셔 나갔다.

 

가능한 최대한 빠르고 안 움직이시는 한도 내에서 목욕 해 드리기.

머리를 못 감아서 불편해 하시기게 얼른 머리부터 감겨 드리는데

고개도 뒤로 못 젖히시는지라 앉은 자세에서

눈 감으시고 코 막고 계시라고 하곤 샴푸를 풀어서 샤샤샥~

손가락이 안 보일정도로 빠르게 거품 낸 샴푸를 헹궈 드리고

몸에도 샤워타월로 비누칠을 해서 얼른 얼른....

그리곤 적당히 더운 물로 말끔히 헹궈 드리고는 마른 수건으로 닦아 드리고

등 뒤에서 안아 방으로 옮겨 드리면서 눈물이 났다.

 

우리 엄마도 곧 이렇게 될건데 어쩌나....

곁에서 다른 할머니들은 수발 들면서 정작 내 엄마는....

엄마한테 못하는 일을 여기서 잘 하자.

그러면 내 엄마가 덜 고통스럽게 돌아가실런지도 모르잖아.

엄마한테 못하는 것을 이 할머니들한테 더 잘 하자.

그러면서 엄마를 위한 기도만 전달되게 하자.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아 드리고 자리에 눕게 하시는데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두 눈동자가 휑~하신데

빛을 잃은 두 눈동자로 날 바라보시고 앙상하고 떨리는  두 손으로 날 잡으신다.

\" 고맙고 미안해요...내 며느리도 이리 못해 주는데.....

 처음부터 고마웠는데....끝까지 신세져서 미안해요.....\"

\"괜찮아요......이 일도 다 제 일인데요 뭐.

 깨끗하니 기분이 좋아요?\"

\"예....이젠 날아갈  것 같이 좋네요.

 며칠 못 씻었더니 너무 싫었는데 아주 좋아요.

 미안해요.....\"

\"아니래도 그러시네요....내일이라도 또 씻어 드릴께요.

 말씀만 하세요.\"

\"이젠 됐어요.....더는 못 할것 같네요. 기운이 없어.......\"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나오면서

벗어 둔 옷가지들을 들고 나와 세탁기로 돌리는데 비는 왜 또 오는지...

지난 주 토요일에 온 큰 딸한테 할머니 방에 들어가서 귀국 인사를 시켰더니

죽기전에 널 보고 가게되서 참 고맙다고...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와 줘서 고맙다고 친 손녀처럼 이뻐하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 할머니하고 같이 살았으니 그럴만도 하시다.

친손녀 친 할머니보다 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으니.

 

다른 방 할머니들이 그러신다.

본인들 다 돌아가실 때 까지 내가 이 곳을 그만두면 안된다고.

키 크고 힘 쎄고 할머니들 다 아는 내가 본인들 수습을 다 해 주면 좋으시겠단다.

내가 언제까지 키는 큰 체로 있겠지만 힘까지 쎈 아줌마로 남아 있을까?

나도 늙을거고 힘도 서서히 빠져 나가는 할머니가 될건데....

나를 언제나 청춘으로.... 젊은이로 보시는 할니들.

처음 서른 초반에 들어온 그 때 그 아줌마로 아시는가벼.ㅎㅎㅎㅎ

나도 벌써 쉰이나 먹어버린 중 늙은이로 접어들었는데...

 

한분 두분..

할머니들을  내 손으로 돌봐 드리다가 보내 드리면서

슬픔도 쌓여가지만 행복함 또한 배로 쌓인다.

내가 설 자리가 있고 서 있는 자리가 보람있는 자리기에

마음 약해 자주 눈물바람이지만 그래도 고맙단 인사로 나를 위로하시는 할머니들이 계시기에

키 크게 낳아주신 부모님과 힘까지 쎄게 길러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이런 직장으로 날 이끄신 하나님께 더 큰 감사를 드린다.

 

할머니들 마음을 다른 아줌마들보다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살짝 주제 넘게 자만하면서도

진심으로 매 순간들을 다 섬기지 못했던 것들이 이런 순간에는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가시고 나서 더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시간동안만이라도 할머니의 불편을 살펴 드려야겠다.

전복죽도 마다하시고 쌀미음도 ,누루지탕도, 깨죽도, 땅콩죽도 다 쓰다고만 하신다.

이젠 정말 얼마 안 남으신 듯 하다.

속에서 안 받아 들이면 ..곡기를 끊으시면 이젠 정말 힘드실건데....

 

추신....이 글을 올리고 다른 할머니들 점심을 차려드린 다음

          할머니 미음을 몇번 떠 드리니 드십디다.

          가슴이 아파서 많이는 못드신다기에

          2층 저희집에 올라왔다가 조금 있으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들의 전화를 받기 위해 몸 위치를 바꿔달라고 하시더니....

         끝내 그 아들의 목소리도 못 듣고 가셨네요.

         고통없는 천국으로 가셨답니다.

         며칠 동안 장례 치른다고 바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