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기분 좋은 음모인거다.
둘이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서 이틀 동안을 지하실로 들락날락...
환상의 바퀴벌레 한쌍이 오르락내리락 아이구 허리야~~
자투리 카페트를 나르고 물청소를 하고 벽에 못질을 하면서 으흐흐흐흐...
드디어 우리들만의 전용헬스장이 생기는 거다~~!!
너르디 너른 지하실에 그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없이
우리 가족들만의 전용헬스장을 꾸미는 일은 너무 행복한거.....
그저께.
거실 여기저기 아내가 짱박아 둔 운동기구들을 둘러보던 남편이
어디 적당한 자리에 운동할 공간을 마련하자는데 의기투합.
거실에서 하자니 운동을 하고선 일일이 운동기구들을 치워야 하고
덩치가 큰 런닝머신이나 윗몸 일으키기 같은 기구들은 보기에도 버겁고
공간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고심하던 차에 남편의 하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했다.
내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기 바로 전에 운동을 좋아했고 늘 운동에 관심이 많은 날 위해
남편이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아니면 매장에 직접가서 사다 준 운동기구들이 열가지도 넘었다.
도시는 가로등 불빛이 밝아서 밤에도 산책이 가능하고 운동시설도 다양하게 많이 있지만
시골은 밤만되면 암흑천지고 또 공원에라도 갈라치면 차를 꼭 타야한다.
그러니 자연히 운동이 게을러지고 낮에는 일 때문에 잘 안해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게을리 하는 날 보더니 거실에서 가능한 운동기구들을
부지런히 사다 준 남편이었는데 런닝머신도 허리를 수술하고나서는 더 안해졌고
머리며 허리를 뒤로 제꼈다가 올리는 복근 운동기구는 도대체 머리가 어지러워서 잘 안해지고
윗몸일으키기는 허리가 아파서 또 안해졌다보니 사람 수보다 운동기구 수가 더 많이 있는게 아닌가?
건강하게 운동해서 튼튼하게 살자였는데 게으르고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기구들을 홀대했었다.
그 대신 스트레칭은 열심히 하는 편이다.
텔레비젼을 보더라도 누운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다리를 올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보고
다리를 꽈서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틀고 옆구리살을 비틀고
곧추 선 자세로 두 팔을 하늘로 향하게 해서 위에서 모으고 발뒤축을 올리며 괄약근을 조아주고
고양이자세로 등을 둥그렇게 말기도 하면서
차탁에 한다리를 올리고 최대한 보폭을 크게 해서 힙업을 하고...
밤중에 혼자서 아주 생쑈에 난리부르스를 춘다.
달이 밝은 날에는 달밤에 체조겠고.ㅋㅋㅋㅋ
그러던 차에 전용헬스장을 물색하면서 다른 곳은 돈을 들여야 가능한데 지하실에는
이미 공간은 다 마련돼 있고 지하실이라 좀 그렇긴하지만 카페트깔고 조금만 꾸미면 가능할 것 같았다.
지하실 특유의 시멘트 냄새는 좀 났지만 불 밝기를 좀 높이고 붉은색 카페트조각들을 이어붙이니
제법 넓고 그럴싸~한 공간이 나왔다.
그 자리에 런닝머신으로부터 역기며 트위스트, 아령에 줄넘기,윗몸일으키기,다리근력기, 발맛사지기....
거실이며 안방에 쉬고 있던 모든 기구들을 총 집합시켜 놓으니 아주 근사한 헬스장이 되는게 아닌가?
시멘트벽이 너무 밋밋하고 삭막해서 작은 스트레오도 준비했고 (뛰면서 음악을 들으면???? 캬~~)
쌍절곤도 쪼르르...대여섯개나 되는 걸 걸어두니 그것도 멋스럽다.
못을 박아서 전기만 넣으면 바다풍경이 돌아가는 벽걸이 등도 달았고 원목 옷걸이도 하나 걸었고
오래되어 가죽색이 좀 벗겨지긴 했지만 통가죽쇼파도 하나 들여 놨고
지하실 냄새를 없애려고 시간되면 칙..칙...향기를 내뿜어 주는 칙칙이도 하나 달고
둥그런 체리목 벽시계도 떡~하니 걸어 놓으니 초코렛복근 강사만 없지 아주 근사한 헬스장이다~~ㅋㅋ
며칠내로 놀고있는 컴퓨터도 한대 들여놔 준다니 금상첨화.
지하실에서 바깥이 내다 뵈는 건 아니지만 제법 큰 환기창이 있는데 그 창엔 이쁜 꽃시트지도 발랐다.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지하실 냄새가 나던 공간이 어느 새 그럴 듯한 헬스장으로 변화에 성공~
여름에는 에어컨바람보다 훨씬 시원하고 먼지도 안나는 전용헬스장에서 올 여름을 시원하게~
건강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썩~많이 좋을라 그런다.
작은 변화에도 행복해 하는 우리 부부.
쓸모없는 지하실을 헬스장으로 꾸미면서도 낄낄거리며 산다.
쿵후에 태권도는 유단자며 몸이 가벼워서 마라톤도 제법 잘하는 남편은 어떤 운동도 다 관심있어한다.
특히나 몸매 만드는 일에 요즘 부쩍 매력을 느낀 모양이다.ㅎㅎㅎ
워낙에 초코렛복근이 어쩌구 짐승남이 어쩌구 하니까 은근히 질투를????
기다려보란다.
머지않은 날에 짐승남과 살게 될거라고.ㅋㅋㅋㅋ
그럼 난?
몸매 만들어 뭐라하고 살까나?ㅎㅎㅎ
누구든지 오세요.
입회비 없습니다.
연회비도 없습니다.
지하실에서 뛸 자신만 있으시다면 누구든지 대환영입니다.
초코렛복근을 만들고자 하시는 분~~`
향기네 지하헬스장으로 오세요~~
단, 모시러가는 차는 없습니다.
걸어 오시든... 뛰어 오시든... 날아오시든 그건 자유의지되겠습니다.
그럼...지하실의 전천후 헬스장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