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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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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야, 메추리야 ~~~


BY 푸우 2010-03-03

종각에 있는 중국은행에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

버스를 타고 갈까?

속으로 시간계산, 거리계산하다 보니 날씨가 너무좋다.

모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햇볕이 아깝다고 느껴질정도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창가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나른하게 받으며 종각까지 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한참을 가는동안 창안에서 보는 시내거리는 흥분해 들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고, 줄지어 늘어선 상가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종묘앞 공원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파고다 공원 근처에도 여전히 많은 할아버지, 할아버지들...

문득 차에서 내려 그들과 나란히 앉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너무 한가해 제정신이 아닌 젊은 여자이거나,

할아버지들 유혹(그런 여자들이 있다고 들어 본 적이 있다)하러 나온 꽃뱀(??)이라

생각하겠다 싶으니 웃음이 절로 난다. 

 

종각역에서 내려 중국은행으로 가는데 영풍문고가 눈에 들어 온다.

서점에 가 본지도 오래 된 듯하다.

요즘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서 읽었으니까..

할인가에 배송까지, 나중에 포인트 적립해 준 것으로 또 책을 사고...

그런 작은 이익이 아까워서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것이 어쩐지 낭비인것 같았다.

잠깐 들른 서점에서 표지만 구경하는데도 황홀하다.

요즘은 책표지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게 잘 만들어낸다.

그런 책 한권 내보는 게 소원인데... 죽기전에 한 번 해 볼 수 있을까 싶다.

 

은행 가서 중국에 있는 딸아이한테 생활비 보낼 전용 송금카드를 재발급 받았다.

중국에서 정책을 바꿔 위엔화가 아닌 달러로만 송금 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말짱한 카드를 버리고 새로 만들었다.

중국의 콧바람이 나한테 까지 영향을 주다니....

현금인출기에서 위엔화로 바로 찾아 쓰던 우리딸은 달러로 찾아 위엔화로 교환해서 써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단다. 불편하기 짝이 없어도 하라는대로 해야지 뭐..

어쨋든 요즘은 중국이 대세니까...

 

이런 저런 생각하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롯데리아가 있다.

\'저기 들어가서 햄버거 하나 사먹고 갈까...\'

아이들한테 돈 들어 가느라 나 먹고 싶은 음식 사먹고 다녀본게 언젠가 싶다.

\'에라,  모르겠다 .... 오천원 한도로 한 번 써보지 뭐....\'

햄버거 세트 주문해 놓고 앉아 기다리는 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귀에 거슬린다.

~~ 메추리야! 메추리야!~~~~

\'대체 메추리가 어쨋다는 거야??   아,  맞다 ... 그 노래구나...\'

애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본 TV 음악프로에서 봤던 거였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아이들과 외톨이냐, 메추리냐 하며 실갱이 하게 했던 그 노래였다.

\'도대체가  어떻게 해서 외톨이를 저렇게 굴려서 부를수가 있담...

분명 외톨이라는 단어는 영어가 아니고 한국어 인데 말야.

내 귀엔  분명  메추린데....\'

햄버거 먹는 동안 계속되는 메추리 노래를 듣다보니

따뜻한 햇살 받으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종일 토록 보고, 느끼고, 행복해 했던 기억은

온데 간데 없이 메추리야 ~~ 메추리야~~ 하는 노랫말만 귀전을 울려댔다.

이래서 예전에 울엄마는 정신없이 울려대는 젊은 노래는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재미 없다고,  노래는 역시 트롯트가 최고라고 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