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몇 달전 십자매 한 쌍을 사왔다.
지지배배 우는 소리가 집안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식당에서 조근조근 말을 하면서
서로의 밥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는 남녀는 부부가 아니고
말없이 밥만 먹는 남녀는 부부라는 말이있다.
경상도 사나이라 원체 말이 없는 남편에게 언어장애가 오면서
적게 하던말도 이제는 한마디도 안하니 둘이 살아도 나 혼자 사는것 처럼 여자 수다소리만
쟁쟁하다가 돌아오지않는 메아리에 싱거운 수다도 뜸한집에
십자매의 지지배배소리가 그나마 사람사는 집처럼 여겨진다.
남편도 담배피우러 베란다로 나가면 자기가 사온 십자매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해서
구박않고 부지런히 물도 갈아주고 모이도 주고 청소도 잘해준다.
그저께 모이를 주다가 문이 안닫았는지 한마리가 바깥으로 나와버렸다.
한쪽구석에서 퍼득거리는 새를 잡아 새장에 넣어주었다.
다음날, 문득 이런생각이 났다.
안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오고 싶을까.
예전에 아이들이 어릴때 새를 네종류를 키웠다.
십자매, 문조, 잉꼬, 카나리아.
아이들도 좋아해서 열심히 키워 알을 낳아 새끼를 까면
이웃들에게도 나누어주곤했다.
어느 날, 남편과 크게 다투고 난뒤에
새장에 갇힌 새가 내 신세처럼 불쌍해보여 일부러 실수인척 잉꼬 한마리를 날려보냈다.
잘 날아갔을까. 바깥세상에서도 잘 살아낼까.
다음 날, 마트에 다녀오다가 경비실 옆 화단에 무참하게 짓이겨진 잉꼬를 발견했다.
아저씨말로는 고양이가 물어죽였단다.
새장에 갇힌 새는 바깥에서 살아가지 못한다고.
새장안에 갇힌새를 불쌍하다고 글을 쓴적이 있다.
그때 누군가 반박하는 글을 올렸었다.
새장안의 새는 결코 불쌍하지않다고,
거기가 자신들의 보금자리이기때문에
새장밖에서는 되려 불행하다고.
젊은 시절, 남편의 의처증에 죽고싶을만큼 괴로워했고
날개를 달아 새처럼 훨훨 날아가버렸으면..
아뒤를 \'날개\'라고 할 만큼 나는 멀리 멀리 날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새장에 갇힌 새가 내 신세같다는 생각에 잉꼬를 시험삼아 먼저 놓아주고
순차적으로 한마리씩 날려보내리라 했는데.....
그 후로 새장이 눈에 거슬렸고
한쌍씩 원하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다시는 새를 키우지 않으리라.
만약 그때 새장안의 새처럼 모든걸 내팽개치고 새장밖으로 나갔다면
나는 어찌 되었을까. 또 우리 아이들은?
아마 제비에게 채여갔거나 통통배에 실려 이름모를 섬에서
마늘까는 여인으로 변했을지도.
이날까지 새장안에서 잘 버텨냈기에 남편이 주는 모이를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아이들 잘 키워내고 손녀의 재롱에 껌뻑넘어가는 할미가 되지 않았을까.
작년 여름에 남편손에 들려온 십자매를 보며 짜증을 내며
왜 사왔나며 돌려줄거라고 했더니 화를 내는 남편.
베란다에 두라는 손짓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 키우게 되었다.
밥먹다가도 새를 쳐다보는 남편은 지지배배 소리도 부러운가??
이제 의처증도 없으니 그냥 애완용으로 키우지 뭐.
어제 새장 청소를 하면서 새들을 풀어놓았다.
베란다에서나마 맘껏 날아다니라고.
\'세상에 이런일이\'에서 십자매 네마리가 사람손에서 자연스럽게 노는걸 보니
나도 한번 시도해 보고도 싶었다.
그런데 웬걸, 풀어놓은 십자매는 정작 바깥으로 나오니
두려움에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떨면서 내 손이 닿을라치면 푸드득 난리다.
자, 날아봐, 맘껏 날아다니라고.
놀다가 밤이 되면 둥지로 들어가.
새장문을 열어놓았는데
어두어 지도록
제 집도 못찾아 들어간다.
에이 바보들.
밤사이 얼어죽을까봐 잡아서 새장안에 들여놨다.
그제사 좋은지 지지배배 지지배배 새장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래, 걍 살던대로 사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