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삼한사온이라 했는데
요즘은 그 삼한사온이 고장이 났나보다.
온 세계가 혹한과의 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판국이니
우리나란들 온전할라구~~
눈이 눈이...
와도와도 단시일에 엄청나게 많이 내리다보니
여기 저기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인명피해도 많이 난 그런 연초에
우리집엔들 온전했겠는가?
시골이라 추워도 더 춥고
여러가지가 더 불편한 가운데 드디어 할머니들 숙소의
대형 보일러가 작동을 멈추었다.
물탱크가 견디다 견디다 드디어 얼어 터지고 삭았던 부분이
더운 물을 온천수 터지듯이 솟아 올랐다.
그것도 가장 추운 날에...
부랴부랴 시공한 업체의 기술자를 급히 수배해서
고치느라 몇시간을 밥도 못 먹고 수리를 하느라고 하는데
수련회 중이라 나는 들여다도 못보고 남편은 오들오들 떨면서
기술자와 합세해서 공사를 벌여 봤지만
워낙에 큰 물탱크라 수리자체가 어렵고
보일러 작동이 심야전기에서 기름보일러로 급히 교체.
그 공사만 하고 날이 풀리면 전격교체로 일단락은 했는데
공사비가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할머니들 숙소고 더운 물도 있어야 하기에
교체를 하기로 하고 일단은 임시변통을 한 셈이다.
오후 내내~얼어서 돌아다니던 남편은 저녁 늦어서야 집으로 들어왔는데
사람이 얼음같이 차다.
옆으로 지나가는데만도 찬바람이 스치는 듯 하다.
두 눈만 빼꼼 내밀고 완전히 다 칭칭감았는데도 추워서 덜덜덜...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에도 있었다.
한 사나흘 전부터 온수라인이 얼어서 찬물만 나왔다.
북쪽에 설치한 온수통이 하루 온 종일 햇빛을 못받고 연일 너무 추우니까
보온제가 낡아서 벗겨진 부분을 미쳐 마무리를 안했더니
얼어서 온수공급이 안되는 거였다.
낮 기온이라도 영상이면 금방 녹는데 계속 영하의 날씨였으니...
나오겠지...곧 나오겠지...
그러고 바쁜 수련회를 하다보니 다른 잡무에 바빴고
남편이 손을 쓰지 않아서 온수가 중단되어 찬물로만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았더니
드디어~~걸려 들었다.
에에취~~는 아니었고 코가 맹맹~목이 컬컬~머리가 우지끈...
그래도 열은 안 나서 다행이었다.
도무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다.
그래도 아스피린 두어알로 버티겠노라 선언을 하고
하루 정도 버텨봐도 여전하고 오히려 목이 더 잠긴다.
혹시나해서 도라지와 더덕을 꿀에 재워 둔 것을 찐하게 타 먹어도 봤는데
400 명 수련회는 있고 병원 갈 시간은 없고 새벽 4시 30 분에는 일어나야하고
5시에는 주방을 밝혀야 했기에 악으로 버티면서 했었는데 영..아니다.
코가 맹맹하니 도무지 음식맛을 모르겠고 목이 컬컬하니 여러사람 불러대는데도 답답해...
그러구러 수련회도 3박 4일 무사히 마치고
토요일에 할머니들하고 부곡 목욕가는날.
매주 부곡까지 목욕을 가는날이라 가는 길에 작은 의원에 들리려고 했는데
남편은 궂이 창녕까지 미리 병원을 가잔다.
우리집에서 부곡갈려면 중간에 영산이라는 곳에 들리게되면 바로 가는데
창녕은 도로 뒤로 나가야 하는 길이고..
이유는 내가 먼저 병원엘 다녀오면 할머니들 다 태운 차를 중간에 안 기다리게 해도 된다는...
우이쒸~~
아내가 아파도 참고 버티며 수련회를 하고 중간에 한 10 분 정도만 차에서 기다려주시면
주사 한대 엉덩이에 콕~맞고 약 타 오면 되는데
할머니들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게 하신다고 불편한 마누라를
창녕까지 되짚어 데리고 가서 오르락 내르락을 하려는 이 남편.
도대체 아군인겨?? 적군인겨??
차를 타고 부곡엘 가면서 가만 생각하니 도무지 야속해서
한 잔소리 해얄 것 같아서 웅얼웅얼....
조수석에 앉아서 남편만 들리게 쓴소리를 해댔다.
\"마누라가 아파서 옴싹달싹도 하기 싫은데
할머니들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리시게 하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30 분 이나 걸리는 그 거리를 뒤로 가재는거야?
차에 기름도 더 들고 사람만 찬바람에 더 노출되는 일인데...
부곡가는 도중에 이렇게 병원을 오면되는데???
정말 야속하다..
늘 건강만 해야지.
어디 심하게 아팠다가는 내다 버리겠네..씩씩....\"
혼자서 웅얼웅얼 거렸는데 대답이 없다.
가만 생각하니 심했다 싶은건가?
사회복지사면 사회복지사지 마누라를 그리 취급해도 되는겨?
너무 건강하게 잘 버텨주니까 대접이 너무 소홀한거 아녀?
업어주며 살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뭐시라고라????
섭섭하고 야속하고 미워질라고 그래.
어디 아무도 안 볼 때 구석진 곳에 데리고 가서 오지게 패 줄까보다.ㅎㅎㅎ
목욕을 안 갈까..하다가
내가 등을 안 밀어드리면 어찌 목욕을 하실까 싶어
따라가서는 여러명의 등을 다 밀어 드리고 난 샤워만 두어번 처삼촌 묘에 벌초 하듯이 하고는
물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탕을 빠져 나왔다.
온도가 심하게 차이나는 탕 안과 바깥의 기온에 체온을 안 빼앗기려고.
그러곤 지어 온 약을 먹었는데 얼마나 독한지 어질어질....
술기운에 비틀거리는 사람처럼 닭병에 걸린 병아리처럼 기운이 없어서
방에 들어 갈 기력조차 없어 그냥 쇼파에 드러누워 얼마나 잤는지...
도서관에서 돌아 온 아들이 잡아주는 얼음장 같은 손길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니 밤 11 시.
잘 아프지 않던 엄마가 감기로 비실거리고 있으니 아들 눈에 근심이 가득하다.
\"많이 아프시나보네요...엄마가 병원엘 다 가시고...\"
\"응...수련회만 아니면 자연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여러사람 상대를 해야하니 빨리 나아야겠기에..
혹시라도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옮길까 봐.. 그래서 병원갔던거야.
곧 괜찮아질거야. 걱정 마~`ㅎㅎㅎ\"
그래도 미안했던지 아들한테는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그랬나 봐?
그러게 아군과 적군의 차이를 분명히 하라구요~~
나도 그럼 나중에 되로 받은걸 말로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