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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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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흔적


BY 오월 2009-12-23

비척거리며 걸어가 베란다에 나가 밖 풍경을 본다

 

안전창 철망에 아직 내 눈에 맺힌 눈물처럼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다 장막을 드리우고 잠에 취한 잿빛 도시는

 

말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초침 돌아가고

 

분침 돌아가고

 

시침 돌아간다

 

내가 살아온 세계다

 

네모 반듯한 사각틀을 짜고 한 치의 오차없이 살아 내려고 애썼다

 

나 뿐만이 아니고 가족 모두가 그렇게 살아주길 원했다.

 

딸아이는 다행이 엄마의 사각틀을 벗어나지 않았고 남편은 내가

 

만든 사각틀보다 더 정교한 사각틀안에 자신을 맞춰넣고 사는 사람이라

 

오히려 내가 긴장을 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신발 하나도 평범한 것을 거부한 아들.

 

8개월때 아들이 조금도 어색함 없이 걸었다는 말을 남들이 믿거나 말거나

 

사실이다  아들이 가진 기질을 좋게 말해 리더십이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지독한 이기심이라 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아들로 키우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다르게 아들은

 

늘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였다 아주 어린 날부터

 

크지도 않은 작으마한 아이가 덩치 큰 아이들을 따르게 하는 모습은 그 부모들에게

 

아들이나 나는 늘 원성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나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수능을 보고 좌절하고 방황한 잠시의 시간외에 아들은

 

내 속 끓인일 없이 잘 자라서 지금 군대에 있다.

 

1Q84

 

아들이 휴가를 온다고 했다

오는길에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는 친구를 만나 술을 한 잔 사주고 싶다고 했다.

고마운 친구였기에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에 소식은 끊겼다.

피말리는 시간은 재깍재깍 흐르고 전화도 없는 아들은 행방이 묘연하다.

하루,이틀 흘러가는 시간.

아들의 귀대 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아빠 닮아 술에 약한 아들이 잠시

 

몸을 추스르고 돌아 올거란 기대는 이제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 생사 만이라도

하는 초조함으로 가슴은 타들어갔다.

 

귀대날짜를 넘기고 골목길을 서성이는 내 앞에 부대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내 사정 이야기를 다 듣고 그사람들도 아들을 찾아 나섰고

가족들이 모두 올라와 어딘가로 아들을 찾아 나섰다

아들을 찾아 나선 사람들까지 함흥차사  다시 골목길로 나가보니 무장한 군인들이

 

우리집 골목을 온통 장악하고 있다.

도대체 아들은 어디로 갔을까

도대체 뭔 일을 저지른 걸까.

얼만큼 애끓는 시간이 지나고 런닝과 팬티 차림으로 아들이 잡혀온다.

전혀 당황도 뉘우침도 없는 얼굴

아들은 너무나 태연자약하다

 

내가 아들을 향해 한 마디를 했다.

스스로 저지른 일 스스로 잘 치르라고~~~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말했다.

군인이 말했다.

부모님 앞에서 차마 수갑을 채우지 못합니다

선명한 오렌지색 밧줄로 아들손을 묶어 차에 태운다.

밤톨같이 예쁘고 어리기만 한 내 아들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걸어들어가니 수북하게 널부러진

신발들이 있다 차마 거실까지도 들어서지 못하고 신발위에 주저앉았다.

 

들숨날숨이 없다

그저 들숨은 들숨으로 끝나 숨이 멎어지고

날숨은 날숨으로 끝나 숨이 멎어진다

컥컥컥 호흡이 곤란해 꺽꺽 거린다.

언젠가 정글속에 사는 커다란 뱀이 자신의 몸에 위험을 느끼고 몸을

날렵하게 하고 도망칠 요량으로 엄청나게 큰 먹이를 끈적끈적한 소화 액을

묻혀 다시 토해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단장이 끊어 진다는 표현이 있었던가

하얀 밥이 초밥만큼의 덩이가 소화액을 끈적하고 미끌하게 발라 고통스런

들숨과 날숨을 따라 꾸역꾸역 올라온다.

눈물도 나오질 않는다.

숨도 나오질 않는다.

몸을 날렵하게 만들어 살아 남고 싶지도 않은데,미끄덩 거리는 밥덩이만

계속 올라온다.

 

가만히 눈을 뜬다

출근해야 할 시간인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비척거리며 베란다로 간다.

안전망에 내 눈에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한 눈물처럼 그렇게 눈물이 맺혀있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었다

고통을 그 커다란 고통을 누군가에게 좀 덜어준다면 그게 가능 할까

남편이 내 절반의 고통을 덜어갈 수 있을까.

그 밤 그 고통에 겨워 내 숨이 끊어 진다 해도

오롯이  고통은 내 것이였다

잿빛 도시는 아직도 잠에 취해있다.

아들아 단장이 끊어지는 이 고통으로 널 키워낸걸  알겠니?

사랑이 깊은 만큼 고통은 그 깊이를 같이 한단다.

사랑한다 아들아~~~~~~~~

한 밤으로도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부족하지만 난 엄마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