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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74)강한남자 독한여자


BY 남상순 2009-12-10

   남자는 강하다 그러나 여자는 독하다


중병으로 장기 입원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내게 커다란 느티나무 같던 존재가
작은 사시나무가 되어 내 앞에 떨며 나의 보호아래 들어올 때
참 평생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인용 방에 입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료 부위가 방광인지라 하체를 드러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무거운 방값 (보험혜택도 없음) 고액호텔 값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병이란 원래 여럿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환우들의 환우애를 맛보면서
치료효과를 심리적으로 누릴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이 1인용 방에 있다는 것이 내게는 엄청난 감옥이라는 점을 아시는지요
환자는 오랫동안 거의 말을 안하고 고통과 싸우는 날이 많았습니다.

환자의 질병 특성상 한순간도 자리를 비울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호자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감금된 상태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지요

인터넷이라는 창을 통해 사진이나 글로 나를 표출하지 않으면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만만칠 않습니다.
만일 보호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영향력은 즉시 환자에게 미칠것입니다.

순간적인 동정심이라 립서비스로 오랜기간의 수술 환자를 지켜낼 수는 없습니다.
눈 한번 손끝 하나만 소홀해도 즉시 환자는 \"내가 귀찮은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질병퇴치에는 마아너스 요인입니다.

이렇게 지극 정성인 여자를 보아서도 \"내가 꼭 살아야겠다\" 라는
감동을 일으킬 정도로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충족해주고
그의 불편을 최소화 시켜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눈치 없고 자신만 알던 내가 초집중을 하며
남편에게 절대로 필요한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퇴원하면 자유로우냐? 천만에 말씀입니다.
앞으로 최소한 1년은 소장이 방광으로 둔갑을 했으니 소변보는 일이
자리를 잡을때까지 그리고 장을 두번이나 잘라내고 이어 붙이고 요란을 피웠으니
장수술 한 사람과 똑같이 음식이 막히지 않고 장마비가 오지 않도록
섬유질 음식을 삼가하며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등
새로 태어난 아기 키우듯 조심 또 조심해야
응급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퇴원후에는 더 조심하며 옆에 붙어서 같은 몸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어찌보면 답답하기 짝이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한몸처럼 붙어 시중하며 사는 삶에
우울증도 생기지 않을까 지레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오직 이 사람이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게 있어서 온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이번 질병 과정에서 체험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죽었다고 가정해 본 순간이 많았는데
텅빈 세상에 혼자 던져진 느낌 이었습니다.
막말로 닥치면 산 목숨 다 살아가겠지만
무엇으로도 이 사람을 대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남자는 내게 있어 강하고 큰 존재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남자가 아기처럼 복잡한 말도 싫어하고
자그마한 충격도 거부하고 오직 절대적인 도움을 입으며 아주
작고 작아졌습니다.

내가 마치 이 사람에게 태산처럼 큰 존재로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잠시 간호를 한다고 해도
내가 지루하고 힘들줄 눈치를 못채는지
아이들을 자꾸만 인천으로 보낼 궁리만하고
내 도움이면 족하다는 눈치입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맡기고 외출을 하고 싶은데
환자는 상상도 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한달여간에 집요하게 붙어서 편하게 도와주니
자기 몸처럼 착각이 되는게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남자는 강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독합니다.

모진 고통속에서도 살려내야 한다,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시간 시간 흘러가고 있는 내 인생을 독하게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먼 훗날 추억하기 위해 사진도 찍어놓고 글도 써 놓고
즐거운 노년의 아름다운 꿈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퇴원하면 즉시 책을 한권 만들어서 우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한남자에 독한여자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