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봐도 없다.
대학노트란 노트는 다 펼쳐봐도 없다.
핸드백부터 손지갑까지.......
요 며칠 동안 중학동창들 주소록을 찾아도..찾아도 없다.
한 달 전 쯤
중학교 은사님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올 한 해가 다 저물어 가기 전에 밥 한끼 사고 싶으시다고...
그 은사님의 은퇴식에서 내가 고별사를 읽은 일도 있고
은퇴하시고 집에서 요양만 하고 계시는 은사님께서
우리 동기들을 보고싶으시다며 아이들을 모아보라셨다.
초등학교에 오래 계시다가 중학교로 부임하시고 처음 맡은 아이들이
우리 동기들이라시며 유달리 애착을 느끼시며 늦은 방과 후 수업도
즐겁게 해 주신 덕분에 우리 동기생들이 좋은 고등학교로
또 좋은 대학으로 많이 진학해서 자부심이 상당하신 은사님.
시간 때우기로 하실 수도 있었던 야간자습시간에
꼼짝없이 아이들을 붙들어 앉히시고 모르는 문제들을
문제집을 손수 인쇄하시고 등사 해 오셔서 복습을 시키시던 은사님.
요즘은 복사기에다가 넣기만 하면 드르륵~~드르륵~~~철컥철컥....
수백장 수천장도 삽시간에 나오는 시절이지만
그 당시에는 철필로 원본을 쓰시고 등사기로 한장 한장 밀어서 쓰던 시절에
손수 예상 문제들을 가려서 쓰시고 등사기로 밀어서 아이들을 공부 시키셨다.
그냥 야자시간을 다 떼우고 퇴근 하시면 될 일이었지만
아이들의 이상을 높여 주시려고 무던히도 애 쓰셨던 은사님께서
이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만남을 가지자고 하시는데
아이들의 주소록 적은 노트를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어쩌다보니 초대 동창모임의 회장을 맡게 되어 가지게 된 주소록인데
야가 어디를 나가버렸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으니...
오면서 가면서 안방이며 거실 서랍장이며를 다 뒤져도 없다는 거.
희미한 기억의 한 조각이라도 남았더라면 실마리라도 있으련만
까매도 이렇게나 까말까?????
주소지를 찾아서 엽서라도 보내고 휴대전화로 문자를 날릴텐데
이 주소록책이 없으니 미안스러워서 도무지 연락을 못 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선생님....주소가 없어서 연락을 못하겠는데요....\"
그 말씀을 어찌 드린단 말이지...
중요한 물건이나 책자들을 모아두는 책장에도 없고
잊어버리기 쉬운 서류들을 챙겨두는 서랍장에도 없으니
이 주소록을 어디가서 찾는단 말이냐구~~~
혹시~~~
재 작년에 남편이 주소록 복사 해 줄 때
컴퓨터에 저장 해 둔게 있는지 나중에 물어 봐야겠다.
그렇게라도 있다면 천만 다행인데 만약에 그거라도 없으면.....
미안해서 어쩌나????
몇명의 전화번호는 내가 가진게 있는데
그 친두들한테라도 연락해서 앎음앎음으로 연락하라고 할까?
띨띨한 회장이라는 핀잔을 받으면 어떠랴?
사실이 그런데....
도대체가 요즘은 뭘 어디 두면 나중에 찾질 못하겠다.
언제 어디에 두는지 도통 까마귀 정신이다.
근데 진짜 까마귀가 잘 잊어 버리는 날짐승 맞나?
만약에 아니라면 듣는 까마귀 기분 나쁘겠다.ㅋㅋㅋ
큰 사건을 몇번 연속으로 맞이하고 나니
그렇찮아도 섬세하지 못하고 꼼꼼하지 못한 한 덜렁꾼이
남편이 뭘 찾아 달라고 하면 그냥 멍~~해서 남편을 멀거니~~`쳐다만 본다.
뭘?????..................달라구요?
그거????................. 언제 줬는데요?
그러는 날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이 저으기...걱정스런 눈빛이다.
아니 벌써?
그 담은 뭔데...왜???
다 누구 때문에 생긴 건망증인데 누굴 탓하려구??
더 이상은 날 놀래키지 마슈~~
원래는 이러기까지는 안한 쪼매는 영리한 여자였다니까 그런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