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날마다 드라마를 쓰는 것 같습니다.
월요일에는 8주간의 병가를 끝내고 옆 반 선생님이 돌아왔고,
화요일에는 1년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3세 영아반 선생님이 그만 뒀고,
수요일에는 새로 영아반 선생님이 왔고,
오늘 목요일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옆 반 선생님은 돌아오셨지만 약간의 편의를 봐줘서 늦게 출근, 일찍 퇴근을 하지요.
그럼 그 선생님의 빈자리는 누군가 채워줘야 하고 찍소리 없이 오지랖 넓은 제가 맡고 있지요.
부러 생색을 내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도움을 받는 쪽에서는 분명 제 손길이 더 가고 있는데
그 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어야하는 거지요.
월요일 출근해서 인사를 나눈 뒤 그 선생님 제게 이러더군요.
“선생님,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요?” 그게 다였습니다.
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다? 고맙다?.......물론 말을 듣자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래, 자신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 속에 다 포함되어 있는 거지....
오늘 아침, 그 반 아이들은 이미 등원해서 교실에 다 있는데 선생님은 아니 오셨으니
또 제가 저희 반과 옆 반을 오가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는 중
오늘 체육시간에 쓸 공을 준비하느라 자료실에 갔는데 옆 반 아이가 제 옆에 와서
놀아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빨강반 선생님은 원에 오면 너희들 뭐하고 있으라고 하시니?”
“책 읽고 있으라고 했어요.”
“그래?, 그럼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지.
이젠 빨강반 선생님이 오셨으니까 선생님 말씀을 따르는 거란다.”
“그래도,,,, 놀고 싶어요. 저 구슬놀이 하고 싶어요.”
“교실로 돌아가서 선생님을 기다리자~”
담임이 있는데 월권을 행사할 수 없는지라 전 아이를 데리고 옆 반 교실을 갔지요.
그 때, 빨강반 선생님이 오시더군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 아이들 등원하면 무얼 해야 하나요?
대희가 놀고 싶다고 하던데....“
“우리 반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있어야 해요. 아침부터 놀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수업 진행이 안돼요.
나 없는 동안, 몹쓸 버릇들만 늘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죽겠어요.“
허걱~~~~~~~!
몹쓸 버릇, 몹쓸 버릇, 몹쓸 버릇........
전 교실로 돌아와 이 황당한 순간에 상처입은 제 자존심과 뛰는 심장을 다독여야 했습니다.
혼자 있다면 당장 따질 판이지만 지금은 근무 중,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거든요.
될 수 있음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점심시간 주방에서 부딪혀도 그냥 바쁘게 볼일을 봤죠.
점심 후 아이들의 선택활동을 하는 시간에 전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빨강반 선생님의 말을 전하고 나서
“원장님, 제가 예민한 건가요? 그럴 수도 있는데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요?
제 상식으로는 저 선생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
원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장님도 8주 중 3주는 부분적으로 옆 반을 지도 하셨기에 몹쓸 버릇 들인 공모자인 탓에
알려드리고 물었습니다.
“세상에, 그 선생님, 말실수 하셨네.
아무리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말을 내 뱉는 건 아닌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모르겠네요.
선생님이 이해해줘요.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더니......”
일단 제가 예민 반응을 보인 건 아니라는 거죠.......
오전 반 아이들 귀가를 시키려고 준비하는데
교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옆 반 선생님.
“선생님, 아까 아침에 기분 나빴죠?
내가 아이들 들으라고 한 소리인데,
선생님에게 바로 오해하지 말라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화났어요?”
“네! 화났어요. 너무 황당했어요. 선생님 너무 책임감 없으세요.
그렇게 선생님 반 아이들 학습지도와 학습 분위기 중요했다면
저에게 전화해서 부탁한다는 말씀 정도는 해 주셨어야 하고요.
중간 중간 전화해서 아이들 어떤지 물어 보셨어야 했고요.
아니 월요일 출근해서라도 어떻게 수업을 진행했었는지 물어보셨어야 했어요.
그런데 부탁도 안하시고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오늘 몹쓸 버릇이라는 말씀을 어떻게 내 뱉으세요?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 미치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하시니까 말씀 드릴게요.
저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적어도 그런 말 들을 짓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침에 놀게 했어도 아이들 수업 다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잊지요.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하시니까.....“
“선생님, 그래요. 내가 미안해요. 마음에 두지 마요~”
그러고는 나가셨지요.
오늘 아침에 읽은 책 구절이 생각나네요.
삼가재상...황희정승을 생각나게 하는 구절을 읽으며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했는데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전에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오늘도 참지 못하고 먼저 화내고 비판하고 그 사람을 비난 했다는....
분명 나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기에 선생님에게 퍼부은 다음,
마음이 편하질 않네요.
언제쯤이면 이 욱하는 감정이 더디게 올라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때가 될까요?
죽을 때라고는 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