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때를 말갛게 씻고 환하게
밝혀둔 불을 끄고 우리는 잠자리에 든다.
지금 몸을 맑게 씻어낸 겨울 산들은 잿빛
구름을 이불삼아 동면에 들 채비를 한다.
월말이라 잔뜩 어질러진 책상위 핸드폰에서
연달아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에 들어온 문자는
\" 지금 너에 변천사를 다 보고 오는 길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 살도 많이 빠졌고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아마도 형님께서(남편) 많이 불안하고 신경
쓰이겠다 하지만 너무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나도 네 독사진이 하도 예뻐서 핸폰에 하나
훔쳐왔다.\"
뭔소린가 하고 발신인을 보니
내 첫사랑이자 초등학교 친구이자
내 기억으론 엊그제 같은데
뇌졸증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이제 조금씩 회복 되어가는 친구다..
최고로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고
그 다음 잘난 아들은 장모의 아들이고
그 다음 잘난 아들은 며늘이의 남편이고
그 다음 쭉정이 아들은 내아들이라 했던가.
그 잘난 친구는 어머니께 얼굴 보여줄 시간도 없이
45년을 살고 만신창이의 몸으로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의 아들이 되었다.
이제 정상인의 지능을 조금씩 찾아가는 친구가 동창
카페에 올려진 최근 내 사진을 보고 보내온 문자다.
그래도 젊었을때가 좀 낫겠지
그리고 내 사진 잘 감춰두고 봐라
너 쫒겨나면 나 너 책임못진다.
그런 답을 보내놓고 창너머 잿빛 숲으로 눈길을 둔다.
그래 나도 안다.
나이들며 이뻐지는 여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이렇게 큰 변화를 겪게 된 데는 많은 요인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아컴을 알게 된것이고
그 두 번째는 언젠가 죽기 전까지 꼭꼭 숨겨둔 하나의
그리움 때문이다 아컴의 인연으로 난 숨어들고 움추렸던
내 부족함들을 정면 돌파했다. 아직도 끝없는 연마 작업
중이지만 6년의 시간동안 아컴의 인연으로 난 정말 눈부신
발전을 했다 어쩌면 나와는 전혀다른 부류들과의 교류를
통해 조금조금 성장했고 가끔 내가 누군지 알고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내 생활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내 치부를 모두 보이고 시작한 인연
그렇기에 더 편하고 더 믿을 수 있었고 더 기댈 수 있었다
그리고 숨겨진 그리움은 언젠가 우연이라도 그 그리움의
대상을 볼 수 있다면 초라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날 발전하게 했다.
그리움에도 1기2기3기4기 를 거쳐 말기가 있다.
그 말기의 통증은 어쩌다 한번 큰 한숨에 섞여 나오기도 하고
저르르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횟수가 너무나 적어
어쩌면 자연 치유될 수 있는 확률이 크다.
하지만 감사한 건 늘 나를 발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준 점
그래서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오십을 눈앞에 두고도 두렵지 않다
맘 가득 희망과 용기가 차 있기 때문이다.
더 멋있는 할망이 되어 갈것이다.
언젠가 어떤 친구가 야~~~너 ~~~너무 예뻐졌다.
하는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어떤 그리움이 있음이 남편에게 미안하지 않다.
그 그리움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그건 우리 부부에게
모두 플러스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용서 못할것은 불륜이다 돌부처도 돌아 앉는다는 옛말도
있다 그러나 바람을 피우는 짓은 가장 인간다운 죄라는
역설도 있다. 하지만 남편이 만약 바람을 피우면
그건 죽음이다! 내가 한 발 한 발 세상을 향해 발자국을
뗄때 언제나 흐뭇한 미소를 짓고 날 바라보는 사람
그 사람의 든든한 백을 믿고 난 오늘도 많이 까불었다.
인간이 살아감에 수많은 감정은 있을 수 있고
삶의 바른길을 가는 한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없다는
그건 니생각이고를 외치며 날아오는 돌이 있어도
즐거이 감내하며 멋진 하루를 또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