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일 월요일 자칭도사^^
어젠 잠을 못잤다.
새벽까지 휴게실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다보니...헐~새벽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만 잠을 못자는건 아니지 싶다.
한시도 가만 못앉아 있고 허리를 흔들고 두다리를 S자로 절룩거리며 바삐 왔다갔다 하던
한 환자가 눈이 마주치니 한마디 한다.
(왜? 누나는 고민만 해요? 다 잘 될건데...그러니까 머리가 아프지...ㅉㅉ)
작은 키에도 울룩불룩 운동을 한 흔적이 깊게 묻어나는 팔근육에...ㅋ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 같은 용한마리가 앉아 있는데...오히려 깜찍하다.
환자복은 폼인가...팔뚝 자랑을 위함인가
늘 민소매에 까만 비니에 ㅎㅎ 밤낮 구별없이
걸친 까만 썬글라스로는 도대체 환자의 포스라고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이 독특한 인물은 어젯밤 말을 텄단 이유로 뻔질나게 610호 우리방을 찾아와 귀염을 떤다.
어찌나 친화력이 대단한지...모두들 이모.누나로 멀지않은 친인척 관계로 호적정리를 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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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박사 박춘화 언니 - 의료진이 회진을 돌 때마다 친구분들이 안부 전화를 할 때마다
지인들이 병문안을 올 때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같은 멘트로
(내가 차에 치여 2미터를 날랐는데 나나 되니까 이정도지..
머리가 파도타기를 하는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서리....)
내가 보기엔 파도타기 하는 머리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 만큼 기억력은 대단하다^^
어젯밤엔 이언니 초저녁부터 코골고 주무시는 덕분에
난 또 휴게실에서 시간을 떼웠다는거~
@욕쟁이 강철순 언니 - (이런~염병xx~)
오늘은 아침부터 누가 빈정 상하게 하셨나~~
남편분이 오셔도 간병인이 있어도 상관없다.
뇌경색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하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물리치료 한 덕에
점점 호전되어 가는 중이다.
@엄마같은 김재분 언니 - 남편분과의 대화가 마치 우리 친정 부모님을 보는 둣 하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서 일명 갑옷^^을 두루고 전용카^^에 의지하지 않으면
거동이 불편하다.
당연히 몸이 맘대로 움직여지질 않으니 짜증이 나는걸 남편분께 푸는 듯하다.
그래도 허허~~하시는 남편분을 보니 룸메이트들도 흐뭇해한다.
@조선족언니 - 산업장에서 일하다가 한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깁스를 하고 있다.
말수가 없다가도 전화 통화를 할 때면...음...중국어가 줄줄줄~
남편분이 가끔 면회를 오셔서는 휠체어에 앉아 한참을 졸고 가신다.
@력셔리 윤선녀 언니 - 진짜 이름이다.
이방에서 난 짝퉁선녀다.ㅋ
주사바늘로 양쪽 팔뚝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어도
항상 긴머리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하이힐을 신고
(참고로 난 청색 삼선슬리퍼! 병실에선 최고다!)
흐느적흐느적 우아~하게 링거 지지대를 끌면서
(은주씨이~ 어딜 돌아다녀어~~밥먹고 얼른 약먹어여~~얼르은~~~~~)
목욕탕에서 목욕하다 뒤로 넘어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타박상인데 위험한 순간였단다.
입원한지 한달이 다 되어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