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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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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과 말하는 것 - 둘 다 어렵다.


BY 수련 2009-11-12

오늘 며느리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장문을 썼는데 아직 보내지를 못하고

임시보관함에 저정해 두고있다.

메일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차라리 만나서 말로 하는게 낫지않을까

오전내내 고민을 하는 중이다.

 

아이들을 키울때,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서운한 마음이나 하고싶은 말이 길때는 편지를 쓴다.

 

아이들이 한참 사춘기때 이 방법은 참으로 요긴하게 써 먹었다.

머리가 커지면서 점점 엄마하고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방문을 닫아걸면서 대화를 회피하는 아들을 보면서

왜그러느냐고 욱박지르면 지를수록 더 피하기만 했었다.

 

그때 마침 \'부모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교육청에서 실시했는데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의 대화법을 배웠다.

 

엄마의 속상함을 꾹꾹 누르지말고 글로서 털어놓으라고.

그래야 아이들도 엄마가 왜 속상한지 안다고.

마주보며 이야기하다보면 얼굴을 붉혀가며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급기야는 욕도 나오면서 손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편지를 쓰면 그런 마음이 자제되면서 냉정해진다고.

 

내가 먼저 편지를 쓰기시작했다. 거짓말처럼

신기하게 아이들은 답장편지를 식탁위에 살며시  놓고 가기도 하고

책상위에 놓아두기도 했다.

자기도 이러저러한 일로  속상한데 엄마가 다구치니

말이 하기싫었다면서 엄마에게 미안했단다.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 지고 기툭한 마음에 눈물도 글썽거렸다.

 

말은 한번 뱉으면 줏어담을 수 없다. 자칫 상대방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줄수있지만

편지는 쓰면서 말을 고르게되고,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조정할 수있기에 글을 쓰는게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결혼하고도 가끔씩 메일을 보냈다.

며느리에게도 메일을 보내곤했는데 너무 자주 써먹으면

시어머니가 실없어 보일 것같아서 요즘은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며칠 전 안사돈과의 통화가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딸이(며느리) 직장을 나가게 되어 외손녀를 보게 되었다고 하소연조로 말을 했고

 나도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었나보다.

며느리가 직장을 나갈때는 친정엄마와 충분한 의논이 있었을거라고 여겼는데

일방적으로 결정해놓고 손녀를 보라고 한 모양이다.

손녀가 전에는 유치원에서 마치면 2시에 왔는데 딸이 직장에 나가면서

5시까지 유치원에 있게한단다.

 차를 타고오면 5시30분인데 딸이 직장에서 돌아올때까지

봐야 한다며 속상하다는 투로 말을 하기에 안사돈과 나는 내속상함을

다른 의미로 말을 했었다.

 

그 시간까지 애가 유치원에있으면 애가 얼마나 힘들까.

진작에 직장나간다고 했으면 시골로 내려오지않고 내가 봐줬을텐데,

일언반구 한마디없이 내일부터 출근한다고 통보식으로 말하는 며느리가 괘씸하다.

우리 아들이 그렇게 돈을 못버나.

직장 안나가고 애 잘키우라고 집 사줬지. 또 둘째는 언제 가질거냐.

그러다 영영 둘째는 안가지는거 아니냐. 지가 그러면 안되지.

 

안사돈과 전화 통화할때는 며느리를 ,딸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둘이서

맞장구를 쳐가며 흉을 보았는데 결론은 안사돈이 며늘에게 어떻게 말을 전달했는지

안사돈의 말만듣고 아들,며느리가 서운했나보다.

 

말이란 한 발 건너가면 벌써 어,다르고 아, 달라진다.

그리고 내가 한 나쁜말은 흐지부지해지고 상대방의 서운한 말만

가지까지 붙여가며 옮기게된다.

 

어제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저희들에게 직접하세요.\"

\"왜? 너희장모가 뭐라 하시더니?\" 

\"그게 아니고..어쨌거나 그랬으면 싶어서요\"

\"알았다\"

 

곰곰히 생각하니 안사돈과 맞장구친 말들이 걸리긴하다.

안사돈이 먼저 며느리(딸)를 야단 좀 쳐라고 했다.

그냥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다했더니 그러니 지 마음대로 하는거 아니냐고.

참내, 자기 딸 야단치라고 하는 엄마가 어디있나싶지만

\'맞아요. 직장나려면 시엄니에게 상의를 해야지, 못됐네요.\' 했던 말이 떠오른다.

외손녀를 보려니 화가 많이 났겠다 싶어 다음에 만나면 혼을 낼게요 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어떻게 딸에게 했을까. 별일도 다 있다.

 

남편이 산에 가고 나서 컴을 켜고 며느리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에게는 앞에 앉아있는것처럼 술술 할 말이 잘도 쓰지더만

며느리에게 새삼스러이 글을 쓰려니 왜 그리 더듬거리는지.

썼다가 지우고, 고치고...

두어시간을 컴앞에서 미적거리면서 완성을 했는데

막상 다 쓰고 나니 <보내기>가 눌러지지않는다.

 

쓰다보니 그동안 며늘에게 서운했던 내 마음도 , 안사돈과 대화 내용의 해명도 했는데..

다시 열어보고 불필요한 말은 또 지우고.. 그냥 보내지말까.

아니다. 그래도 내 속상함도 알아야지.

얼굴 마주보며 이야기하는것 보다 글이 훨씬 낫겠다 싶기도 해서 쓰기는 했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산다는 말이 남의 말이 아니네.

이렇게 눈치가 보여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