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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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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책과 김장


BY 엠파이어 2009-11-10

 


지난 금요일....아이들과 가을 산책을 나섰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커다란 지퍼백을 한 장 챙겨들고 목에는 호루라기를 걸고

둘 씩 짝을 지은 아이들은 신나게 어린이집을 나섰습니다.

참, 전 이날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바지를 입고 출근했기에 디카와 휴대용 스프레이 알콜과

풍선껌 두 통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과 길을 나섰습니다.

춥다가 풀린 날이기에 아름다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따스한 햇빛과 그 햇빛을 그대로 감싸 안은 늘 말없이 흐르는 한강 곁을 걸으며

지나가는 어른들에게 인사도 건네며 우리 예쁜 파랑이들은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곁에 서서 여유롭게 반짝이며 웃는 한강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아이들을 쭈욱 세워 놓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우리는 가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색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을이 되어서 변하게 되는 색이 주제인거죠.


먼저 풀과 나뭇잎의 변화가 크기에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은 친구의 말에 낄낄대며 웃다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우리의 대열을 벗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이 되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정해진 곳까지 도착한 아이들은 운동기구 있는 곳에서 특히 ‘하늘걷기’를 하는 기구를 그네삼아

흔들거려 보기도 합니다. 전 아이들이 다칠 새라 얼른 주의를 모아서 벤치에 앉히고

손에 스프레이를 뿌려 소독을 한 뒤 가져간 풍선껌을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자그마한 입으로 오물오물 맛나게도 먹습니다.

한 아이가 “선생님 풍선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자

미처 생각 못했던 아이들도 감사합니다~ 합창을 합니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 길입니다.

“얘들아 이제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색깔이 바뀐 나뭇잎들을 찾을 거야.

여름에는 초록이나 연두 빛이었는데 이제 가을이 되어서 색이 바뀐 나뭇잎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봉투에 담을 거야. 오는 길에 많이 봤는데 누가누가 더 많이 찾는지 볼까?”

아이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고 작은 낙엽들을 주워옵니다. 아주 큰 지퍼백이 반쯤 찼을 때

전 시간을 확인하고 부지런히 귀원했습니다.

원의 뒷마당에는 큰 목련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밑에 떨어진 낙엽을 아이들에게 줍게 하고

지퍼백을 가득 채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와 나뭇잎이 가득 찬 지퍼백은 나뭇잎 방석이 되었지요.

가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방석에 앉는 거지요.

아이들은 방석에 앉으려고 서로 눈이 반짝반짝 합니다.

앉지 못해 밀려난 아이를 보고 웃기도 하고 앉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고

즐겁게 노래 부르다 보니 귀가할 시간이 되었네요.

아이들이 더 하자고 합니다. 내일 한 번 더 하자고 했는데 너무도 원해서

마지막임을 말하고 하는데 그만 평소에도 적극적이고 활발한 아이가 욕심을 내어 앉다가

그만 방석이 터졌습니다.

아이들과 손잡고 나와서 목련 나무 밑에 나뭇잎을 다 쏟아내 주었습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아이들과 한참 웃었단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과 김장을 했습니다.

지난 주 날 추운 날 밭에 가서 배추와 무를 뽑아왔는데 드디어 오늘 빨간 옷을 입히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김장김치를  담게 된 이유와 배경 등을 이야기 하고 김치 담는 순서를 말해주고

우리가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아이들은 앞치마를 입고 머리 수건을 쓰고 준비를 합니다.

먼저 제가 김치 속을 넣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 다음

예쁘게 기다리는 아이가 먼저 나와 선생님처럼 절여진 배추에 빨간 김치 속을 발라줍니다.

전 배추 작은 잎을 떼어서 속을 살짝 발라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평소에 김치를 잘 먹지 않던 아이들도 매워라 하면서도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심지어...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 같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을 때도 김치가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아이에게  위생장갑을 끼워주고 배추를 놓아주고 바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뒷마무리 해주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오늘 찍은 사진은 내일 활동지가 됩니다. 자신의 김장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는 활동지에

그 사진을 보며 김장하던 모습을 그리게 되지요.

아마도 오늘 아이들은 집에 가서 그 작은 입으로 선생님과 친구들과 김치 담았던 이야기와

진짜 맛있는 김치 이야기를 했을 거고 그 귀여운 모습에 부모님들은 행복해 하셨을 겁니다.


퇴근하며 수퍼에 들러 빼빼로를 샀습니다.

내일이 빼빼로 먹는 날이라고 하지요. 물론 빼빼로를 만드는 회사에서 퍼트렸을 날이지만요^^

내일은 우리 귀여운 꼬맹이들과 빼빼로 나눠 먹으며 웃으려고요^^

행복한 날은 늘 제 곁에 있는데 가끔 여유 없는 마음 때문에 못 볼 때가 있네요.

어린 천사들이 곁에 있는 대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