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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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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끝없는 도전이다.


BY 수련 2009-10-22

 

설악산 울산바위정상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주 오래전에 흔들바위까지만 가보고 되돌아섰던 기억이 부끄러워

이번에는 각오를 단단히했다.

더 나이들기전에 올라가보기로 작정하고 막상 철계단앞에 이르자 두려움이 앞섰다.

손아래 동서가 앞장서고 동서의 신발 뒤꿈치에 눈을 꽂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아갈듯 불어대는 바람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발도 자꾸 헛디뎌 넘어질듯 불안했지만 내 뒤에 긴 줄을 이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쭐해지면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철계단은 아득하기만 하다.

좁은 길에서는 내려오는 사람과 번갈아가며 오르내렸다.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큰 사고는 없는것 같아 안심은 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점점 힘이 빠지면서 무섬증에 되돌아서고 싶어졌다.

물건을 사서 마음에 안들면 되물리 듯이 물리고 싶었다.

누가 억지로 올라가라고 떠다민 것도 아닌데

내려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다.

까마득한 아래를 쳐다보니 어지럼증에 멀미가 날것만 같다.

추춤하는사이에 뒤에 선 아줌마가 내 앞을 가로지른다.

동서의 발뒤꿈치가 사라졌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어, 아줌마, 우리 동서뒤에  서야되는데요.\"

\"왜요?\"

\"무서워서요, 아니 동서 뒤꿈치가 안보이면 못올라 갈 것 같아서요\"

허허웃는 아줌마가 다시 양보를 해주었다.

우습지만 동서뒤꿈치가 나에게는 큰 길잡이가 되었다.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않는 계단을 오르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그래, 나는 할수있어. 여기서 중단하면 나를 미워할거다. 제대로 이루어본 것도 없는 인생인데

이 깟 산을 오르지못하면 내가 아니지.내 인생의 슬로건이 <긍정>과 <도전>이잖아

나는 해낼수있어. \'

억지로 고상한 슬로건까지 내새우며 천근같은 발을 계속 움직였다.

남편의 말문이 터지기를 얼마나 오래 기다리는중인가.

이러저런 치료를 하면서도 결과가 신통치 않을때는 포기하고 싶었고,

말을 못해 답답해 하는 남편을 보며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다시 정보를 얻기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뽀쪽한 수가 없어 또 실망하기를 수십번이었다.

운동이 최고라는 명약앞에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무그늘 밑에만 하루종일 앉아있는 남편을 보며 안타까워 가슴을 쳐댔다.

산에만 가면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것처럼 애걸을 했건만

들은척도 안하는 남편을 보면 얼마나 원망을 했는지 ..

 

그러던 남편의 마음이 친구의 한마디에 움직이기시작했다.

\"자네, 운동안하면 다리가 골아서 나중에는 못 걸을수가 있어\"

자존심을 건드린것이다.

거짓말처럼 어느 날, 남편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달포가 되어간다.

하루도 빼지 않고 모자를 쓰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집을 나서는 남편이

너무 고마워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남편의 점심을 준비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전에는 건성으로 읽던 책도

산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책속에 편하게  빠져든다.

매일 산을 오르는  남편에게서  희망이 찬란하게 빛나는데 이깟 철 계단쯤이야 .

되 물릴 수 없을 만큼 거의 정상 가까이 올라가자 발걸음에 힘이 솟는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다.

 줄을 이어 올라가던 사람들을 수용할 만큼 정상 꼭대기의 공간이 넓으리라는  내 상상과는

터무니없이 협소했다.

그렇게 줄을 이어 올라가던 서람들은 다 어디로 갔다말인가. 

고르지 못한 바위 정상에서 몸을 부딪히며 아슬아슬하게 한쪽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었지만 눈아래 펼쳐지는 산의 아름다움과 장엄한 위용에 압도당하면서

입에서는 연방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어쩜,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설악산의 한 귀퉁이에 불과하지만 전체를 다 오른듯 가슴이 뿌듯하다.

\'나는 해냈어. 머지않아 남편의 말문도 터지는날이 올거야.\'

원래 산을 오를때보다 내려갈때 다리가 더 후들거려 힘들다고 했지만

오를때 모래를 매단것처럼 무거운 발걸음은 맨발처럼 가볍게 계단을 내려올수있었다.

힘든 표정으로 아직멀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다왔으니 힘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내가

가증스럽지만 입을 헤 벌리고 웃으면서 하산했다.

그 후유증으로 며칠째 어기적거리며 걷고있지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