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23

힘들면 쉬어 가지 뭐


BY 바늘 2009-10-10


아침이면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어쩌면 좋을까?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견뎌야 할까?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어두운 밤이 지나 동 터오는 아침이  부담스러워 수심 가득한 얼굴로 출근 준비를 하면서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오는 날의 연속이었다.

 

9월 중순부터 또 다시 새로운 상담 업무를 나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없이 맡게 되었다.

 

회사 측에서는 새로 맡게 된 쉽지 않은 상담 업무에  나를 넣은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반짝이는 등대가 되어 후배들 틈에서 든든한 버팀목의 역활을 해달라고 ~

 

하지만

 

기대에 부응치도 못하고 실적은 바닥이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려운 보험 업무 수행에도

막말로 꽝은 없었는데

 

크~이게 웬일?

 

좌절감! 상실감! 나아가 비애감!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6시 10분까지 200명 300명 고객과 통화에서 연일

냉랭한 반응과 결번 무응답의 연속이었다.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마음의 상처도 깊어만 갔다.

 

이제는 떠나야 하나 봐~.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틈날 때마다 필요치 않은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정리하여 휴지통에 버려 버리고 잉크액이 얼마 안 남았는지 나오다 말다 속 썩이던 볼펜도

미련없이 던져 버렸다.

 

휴지통에 탕하고 볼펜 떨어지는 소리가 의외로 크게 울려 나도 모르게 잠시 움찔거리다가 까이 것~

 

모니터 옆에 전자파 방지용으로 놓아두었던 산세비리아 화분은 평소 정겹게 지내던 국제 전화 파트

선배에게 선물로 주고 떠날까?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보니 제일 큰 걱정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

 

얼마간 쉬다가  재취업에 다시 도전을 해야 하는지~~

 

나이는 쉰이 넘어 이 나이에 경력은 있다지만 또 어떤 곳에 새 이력서를 들고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

 

아~~~~~~ 

 

삶의 깊은 고뇌여~~힘들다너무 힘들다~

 

작년 2008년도에도 정겹던 동료의 대거 퇴사로 말미암아 나 역시 지금 직장에서 이직을 고려할 때

급작스런 회사 측의 특별 수당 제안으로 또 슬며시 눌러앉았는데

이번에는 또 뭐라하며 내 의사 전달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였다.

 

밤이 깊도록 생각에 생각을 하다 언제 잠이 들었을까?

새벽 찬 공기에 한기를 느껴 일어나 앉았는데 또 다시 출근이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에그그~

 

하지만 아침 9시 30분 고객과의 상담은 습관처럼 자동으로 시작되었고

역시나 거부에 거부로의 행진이었다.

 

1시간 정도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메모지를 꺼내  담당 팀장에게 퇴사하겠노라고 내 의사를  전달하였다.

 

곧 미팅 요청이 왔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무조건 한 달 동안만 힘드셔도 좀 참아 달라는 일방적인 도움 요청이었고 일선에서

피 말리는 상담 업무에 지쳐가던 나는 이제 그럴 수 없다며 퇴사하겠노라 의견을 내세우다 보니

결론 없는 시간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일단 내 의사 전달을 마쳤다고 생각한 나는 다음날로 퇴사한 동료가 평소 해오던 방식 그대로

처음으로 무단결근에 들어갔고 문자로는 도와주지도 못하고 본의 아니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죄송하다는 의사를 전송하였다.

 

불이 나는 휴대폰~

 

일부러 안 받기도 하고 받으면  미안하다고 도저히 강한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로

업무 진행이 어려워 퇴사하겠노라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흘렀다.

 

늘 직장 생활의 연속이었기에 종일 집에 있어도 이웃에 커피 한 잔 나눠 마실 사람도 없었다.

 

첫날 하루는 종일 집 청소로 소일하며 시간을 보냈다.

 

앞 베란다 창고에 보관 돼있던 먼지 묻은 추억의 앨범도 꺼내 보았다.

 

무심한 세월 따라 사진 속에 함께했던 부모님이나 친척 아울러 지인들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분들이 꽤 여럿이나 되었다.

 

중간마다 회사에서 갑작스런 결근에 궁금해하는 동료의 연락이 왔고

센터 총 관리를 맡은 센터장도 많이 아프세요? 좀 쉬시다가 다시 내일 정도 출근하시면

안되냐고 묻기도 하였는데 일단은 금요일 정도 직장에 나가 정리를 하겠노라는 의견을...

 

이틀째

 

동창 친구와 만나 서울 대공원으로 번개 소풍을 떠나기로 하였다.

 

가을 소풍!!!

 

친구에게는 비밀로 하고 밥도 새로 짓고 추석 때 선물 받은 양념 갈비도 노릇하게 구워 먹기 좋게

가위로 잘랐다.

 

포기김치도 먹음직스럽게 반으로 뚝 잘라 통에 담고 감자 샐러드에 양념 김, 작은 보온병에는 커피도

후식으로 따끈하게 준비하였고 단물 주르룩 흐르는 커다란 배도 칼날이 잘 서 있는 과도도 잊지 않고

챙겨 가방에 담았다.

 

편안한 운동화 차림으로 만난 친구와 나

 

평일에 소풍!

 

혼잡하지 않은 서울 대공원 나들이!

 

오십 대 아줌마 둘은 동심으로 돌아가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입구까지 이동하였고 가을빛으로

물 들어가는 공원에 고운 단풍잎 한 장도  감동이었고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솔솔 불어오는 가을

바람도 감동이었다.

 

 

보너스!

 

고된 나날 묵직한 노동의 당연한 보상이라는 생각을 하자~

 

쉬고 먹고 놀고 자고 소파에 벌렁 누워 평일 낮에 휴식은 생각지도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도 원 없이 보았다

 

너무 편안한 휴식 점점 나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로 생각을 굳혀가는데

아들과 딸 역시 대 환영한다며 이참에 여유롭게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한다 

 

아침이면 따끈한 국과 찌개가 있는  아침 식탁을 마련하여 아이들 속을 채워 주었다.

 

일상의 행복!!

 

고객님~ 고객님~ 우리 고객님에서 헤어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가면서 얼굴에 부기도 빠지고

몸이 점점 가벼워짐을 느꼈다

 

하지만  잠시 잠깐 먹고 살  앞날의 계획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그간 받았던 강한 스트레스에서의 해방은 너무도 달콤하였다.

 

아~ 좋아라~

 

달갑지 않은 고객센터 상담원의 연락에 무반응, 관심 없는  말투, 그런 속절없음에

상처받고 상심했던  나 !

 

회사 측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스스로  괴롭고 힘들어 남몰래 눈물도 찔끔 거렸던 나 !

 

거울속에 비춰진 삶의 굴레에 많이 지쳐있는 내 모습

 

아무리 담담해지려 애써도 어쩔 수 없는 서글픈 나!

 

 

이제 힘들면 쉬어 가지 뭐~ 

마침표가 아닌 쉼표도 찍어가면서   퇴직금 타서 이제 하고 싶은 여행도 하고 놀아 볼까?

.

.

.

.

.

그리하여 나는 드디어~.

 

 

 

ps--자정이 넘었네요 눈이 감기네요 다음에 이어  올려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간만에 에세이방을 찾았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좋지요?

 

//////////////////////////

 

10월 10일 토요일

 

이어서 ...

 

 

화 수 목 금 4일간 내 임의대로 정한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가능하면

실업급여를 신청하여 재취업 전  공백 기간에 조금이나마 경제적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격에 대해 검색을 하여보았다.

 

전직,자영업,학업 등 개인적인 사유로 사표를 쓰는 경우는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데

단, 스스로 사표를 쓴 경우라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단다.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어 구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는

 

새 업무에 적응할 수 없어 그만둔 경우와 체력부족 심신장애, 질병 부상으로 말미암아 업무수행이

곤란한 그만둔 경우도 포함이었다.

 

그간 새로 맡은 상담 업무마다 대부분 상위 실적을 지켜왔는데

이번 업무는 나를 비롯한 모든 상담원이 너무도 넘기 힘든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였고

온종일 예민한 고객들의 반응에 나도 지쳐 장염에 화장실도 자주 들락거리게 되고

잇몸은 붓고 피가 나고 자다가 다리에 근육통이 심하여  한참을 주무르고 다음날까지 통증에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했으니 정당한 사유에 속하지 않겠는가?

 

미리 검색한 고용보험 공단의 실업급여 수급 자격 사례를 인쇄 출력하여 핸드백에 넣고 사무실 옆

편의점에서 주스 한 상자를 사 들고 정들었던  사무실로 향하였다.

 

퇴근 무렵

 

늘 일상의 풍경대로 헤드셋을 끼고 각 부서별로 맡은 업무에 대한 고객과의 상담에 열심들이다.

 

그동안 나의 부재를 궁금해하던 직원들은 나와 시선이 닿자 눈인사로 반가움을 전한다.

 

갑자기  내 자리 내 집을 찾아든 것 마냥 포근한 정경에 울컥~~

 

휴~ 나 원 참 이런 감정은 또 뭐야

 

에잇~~~~~~

 

센터장에게 다가가자 센터장 역시 그간  나의 빈자리가 허전했는지 너무도 반가워하면서

회의실로 자리를 바꿔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회의실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

 

사 들고 간 주스를 꺼내 포도 쥬스와 오렌지 쥬스를 한 병씩 앞에 놓고

센터장은 센터 관리자로서 경영의 애로점을 이야기한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보이스 피싱 문제라던가 고객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정도 이상의

예민한 반응으로 성함만 여쭤도 내 정보 운운하다 보니 그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상적인 고객센터

운영에도 막대한 차질이 있어 센터 운영도 전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맡게 된 업무는  결코 쉬운 상담은 아니지만

그만큼 성과급이 좋은 업무라 그간 나의 실력(?)을 인정하는지라 사장님과 의논 후에 나를

새 업무에 배치한 것인데 내게 너무 무리였나 보다고 그러면서

간곡하게 센터장은 제발 퇴사는 말아달라고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달라고

내가 처한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터여서

이제 아이들도 대학 공부 다 가르쳤고 자신의 건강도 잘 돌보시면서 내가 원하는

상담 파트로 다시 옮겨드리겠단다.

 

그러면서 36세 혼기를  조금은 놓친 나이에 정겨운 센터장은

 

\"언니 저 시집가는 것 다 보시고 그러셔야죠~\" 

 

그리하여 사직서도 실업급여에 대한 상의도 그냥 그대로 묻고

 

나는 또 오늘과 내일 이틀이 지나면 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상냥한 목소리로 고객님~~~~~~~~~~~~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네요

 

의사표현!

 

때로 과감하게 자기 주장을 펼칠 필요도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나름대로 조용한 나흘간 데모아닌 데모가 되었지만

원하던 상담 파트로 다시 옮겨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원대표를 맡아왔던 정든 직장 떠나기도 쉬운게 아닙니다.

 

아들녀석 취업하고 자리 잡으면 그때는 정말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며 떠나렵니다 

 

그때는 정말로...

 

\"힘들면 쉬어 가지 뭐\"

 

아직은 그때가 아닌가 보네요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