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일..... 분주하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차를 타고 핸들을 잡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세상이 모두 어둡습니다.
비소식이 있더니 비구름이 옅게 펼쳐진 하늘은 감상적인 제 가슴을 아득하게 무너뜨립니다.
바람의 간지럼에 까르르 웃는 나뭇잎의 움직임도 오늘은 무거워 보이고 떨어질 날의 가까움에
슬픔을 못이기는 것 같고....
분명 어제와 같은 나뭇잎인데도 보는 이의 마음 따라 다르다는 것을 머리는 아나
가슴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댑니다.
11시 본 예배 전에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 그리고 전 중학교 3학년 담임으로 8시 30분에
시작되는 예배에 늦지 않게 도착해 준비를 하고
예배를 잘 드린 다음 공과시간도 갖고 오늘은 추석을 앞두고 학생들과 송편을 빚는 활동도 합니다.
백년초 열매와 쑥을 넣은 반죽까지 흰색, 쑥색, 핑크색의 반죽과 흑설탕과 깨를 섞어놓은 소를 넣어
예쁘게 송편을 빚습니다.
물론 전 송편을 아주 예쁘게 빨리 빚습니다.
송편 뿐 아니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빠르게 또 예쁘게 잘하는 편이지요.
큰 노력없이 그냥 주어진 재주인지라 감사함으로 즐겁게 만드는 일을 즐기지요^^
송편을 빚고 쪄서 먹고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 안내를 하고 있는지라 학생부의 예배와 활동이 끝나고 나면 바로 대 예배 실로 자리를 옮겨
안내를 섭니다.
그 사이 아들 딸은 친구들과 밀린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두 시간 쯤 보내지요.
오후 1시가 되면 저희는 집을 향해 갑니다.
이사하기 전에는 저녁 예배까지 참여를 했었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게을러진 저는
저녁에는 집에서 쉽니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여전히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저 바람이 어디론가 나를 이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은 요즘 학교에서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주말과 휴일에도 학교에 갑니다. 오늘은 3~5시 까지 일이 있답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나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고 저희는 얼른 점심을 먹고
딸은 보충이 있어 학원으로 아들은 친구를 만나겠다며 나가고 남편은 학교로...
그럼 또 혼자?
“나 어디 가고 싶은데...아무도 안 놀아 주네....”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하고 남편을 바라봅니다.
“어떡하지?...”
“나 데리고 가요. 당신 일하는 동안 난 올림픽공원에서 놀게...”
그래서 전 올림픽 공원에 갔습니다.
여전히 흐린 하늘은 예쁜 수채화 그림에 연잿빛 셀로판종이를 덮은 듯합니다.
저를 공원에 내려준 남편은 학교로 갔고 전 mp3를 귀에 꽂고 조금 걷다가 더 어두워져도
산책은 할 수 있으니 우선은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편안해 보이면서 앞에 넓은 잔디가 있고 예쁜 단풍나무 아래에 자리한 벤치가 맘에 듭니다.
‘음~ 커피가 없네? 먼저 GS25시부터 가서 엠 카페를 이용...
단돈 600원에 쟈뎅 카푸치노 한잔은 행복을 주지...^^ Let`s go~~~’
혼자서도 참 잘 노는 저는 편의점에 가서 커피 한잔을 계산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들고 다시 그 벤치로 가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페이지를 넘기다가 멀리 시선을 주어 초록을 바라보고
또 책을 읽다가 위로 시선을 주어 가지 끝에서부터 물들기 시작한 단풍을 바라보고
그러기를 두 시간 쯤...
책을 덮고 여유롭게 걸어봅니다.
햇빛을 받는 부위에 따라 나뭇잎이 갈빛으로 물든 가을도 확인하고
목화꽃, 꽃 담배, 갈대가 피어있는 길 옆으로 다니기도 하고
조롱박, 수세미, 약호박, 여주가 주렁주렁 달린 터널아래로도 걸어보고
연보랏빛 쑥부쟁이에게 예쁘다며 칭찬도 한 마디 던져주며 걷다가
남편 학교 연구실로 갔습니다.
그 동안 보충을 끝낸 딸아이와 통화해서 오빠랑 아빠 학교로 오라고 했지요.
아들은 어차피 학교로 돌아와야 하니 오는 길에 동생을 데리고 오라고 한거지요.
둔촌동에서 모인 가족은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아이들 의견을 존중해서 고기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아들은 학교로 보내고
저희는 집으로 돌아왔지요.
아침부터 돌아다녔으니 집안일은 그대로 남아 있고...우렁이 각시가 있었음 딱 좋겠지만
열심히 치우고 닦고 세탁기 돌리고...
에구 휴일이 다 가버렸네요.
그나저나 아침에 블루는 다 날아가 버렸네요^^
길 가시다가 길가 벤치나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서 음악 들으며 커피 들고 책 읽는 여자가
키가 크다면 혹시 엠파이어 아니냐고 물어봐주세요~^^
(Blue는 파란색을 의미하고 또 그 외에도 아주 많은 뜻이 있지만 우울하다는 뜻도 있지요^^ )
갈대옆을 걷는 저 부부...뿐 아니라 많은 연인이 함께 하는 올팍...부러움~
쑥부쟁이
수세미, 조롱박, 약호박, 여주...아주 예쁜 터널
꽃 담배...지나가는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꽃 담배 꽃은 처음 봤어요
산수유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