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드린대로 오늘 코엑스 강의 갑니다.
아침에 긴필 입을까 짧은 팔 입을까 망설이다가 짧은 팔로 결정했습니다.
강의하다 분명 열받을거고 더워서 헥헥 댈거 같아서.ㅎ
전 아무래도 우아하고 고상한 강사가 되긴 틀린 거 같습니다.
나긋나긋 천천히 강의하는 예쁜 강사들도 많은데
마이크만 잡으면 속사포로 할 말 쏘아대는
딱 부산 자갈치 시장의 중년 아줌마 폼으로 떠들어대니...
결론은 \'제 식으로 살겠다\'로 짓습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말했던 시인 김춘수의 말처럼
내 빛깔과 향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지로 위로삼아
오늘도 강남 한 복판 무역센타 10층 꼭대기에서
생선파는 아줌마의 목소리로 소리를 팍 지르고 그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코엑스 강의를 간다하니 오래 전 아버님과 함께 이주일 쇼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 아시는 분이 티켓 두 장을 사서 시부모님께 선물로 주셨는데
어머님이 안가시겠다고 우기시고 남편보고 아버님 모시고 다녀오랬더니 싫다해서
할 수 없이 제가 아버님의 보호자로 아버님과 팔짱끼고 다녀왔었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해 앞 뒤를 돌아보니 효도공연인지 제가 제일 젊은 여자더군요.
본래 코미디엔 관심이 없는 편이고
또 참가목적이 보호자의 임무이니 귀가 어두운 아버님 옆에서 통역(?) 하느라 힘들었지만
어차피 온거니 재미있게 즐겨보려고 박수치며 장단 맞추며 마구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오면서 아버님이 말씀하셨어요.
\"이구..아가, 내가 귀가 아파 죽는 줄 알았다. 티켓 9만원짜리 주지말고
빵 9천원어치 사주었으면 내가 고맙다는 소리나 하지..이그..\"
\"아이~재밌었쟎아요 아버님~ 비싼 티켓 사주셨는데 고맙죠~ \"
선물을 해주고도 고마운 소리 못들은 그 어떤 분이 가엾어 편을 들어주었어요.
그러면서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본인이 신청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무료강의이니
우리 아버님 처럼 티켓받아 억지로 오시는 분들은 없을 듯 하여
다행이다 싶어요~ ㅎ
오래 전 시아버지 모시고 통역사로 보호자로 객석 한쪽에 오두마니 앉아있던 젊은 아줌마가
어느 날 그냥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세월이 지나 저명하신 분 서서 이야기 하던 그 강단에 강사로 서게 되었다는 것이
감동을 넘어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젠 남편을 앞에두고 리허설을 해보았습니다.
본래 두 시간짜리 강의인데 한 시간으로 줄이는 연습이 필요했었거든요.
좀처럼 칭찬 안하는 남편이 잘했다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칭찬을 해주더군요.
응원해 주실거죠?
마음속으로 응원 받으며 저 잘 하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