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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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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방 대신 입원가방을 꾸리며....


BY 그대향기 2009-09-17

 

 

푸른 눈물 한 방울이 뚜...욱...

높은 가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아주 아주 긴 터널을 지나고

갑자기 밝은 햇살을 받았을 때 처럼

어리둥절하면서도 반가운 그런 느낌이랄지.

 

어제 오후 늦은 시간에 창고에서 같이 일을 하던 남편이

갑자기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평소에 엄살을 부리는 사람도 아니고 아픈 걸로 장난칠 사람이 아니어서

순간 당황한 나에게 남편이 그런다.

\"아까 낮에 복국을 너무 많이 먹었나?

 복 손질할 때 복어 알은 버리고 피는 잘 씻었어?\"

 

으응?

남편이 하는 말에 난 뒷통수가 싸늘해지고

온 몸이 경직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어제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생복어를 상인한테 손질을 안하고 사서

집에서 내가 눈알도 깨끗하게 제거하고 내장도 말끔히

피는 자잘한 실핏줄까지 칼로 다 쪼개서 흐르는 물로

거의 한시간 정도나 씻었는데 독이 남았었더란 말인가?

 

만약에 복어독이 온 몸에 퍼진거라면 나도 이상이 있어야하고

연세 지긋한 할머니들도 맛있게 복국을 드셨는데

어쩌면 좋아...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아홉시 메인뉴스 시간에

창녕 어디어디에서 복어국을 나눠 먹고 몇명이 숨지고

몇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가 나가고 내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수건이나 잠바를 뒤집어 쓰고 인터뷰를 하는 상상이 떠 오르면서

남편을 먼저 보내는 흉측한 상상이 떠 올라 다리에 힘이 쫘악....

 

아닐거야.

내가 얼마나 손질을 철저히 했는데...

복어 독이면 나도 아파야지.

남편이 나보다 체중이 덜 나가서 빨리 퍼진걸까?

나도 그러고 보니 두통이 있을라고 그런다.

어쩌면 좋아...

단체로 먹었는데 아이구~~이 일을 어쩌면 좋아....

너무 당황이 되니 사람이란게 생각이 까맣게 없어져 버린다.

 

\"119 부를까요?

  병원까지 운전하겠어?

  누구 아는 사람 부를까? 택시라도.....\"

그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있는 남편을 향해서

다급하게 묻는 내게 본인이 운전할 수 있겠단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아내면 뭐하냐구?

덜덜거리다가 운전대도 제대로 못 잡고 겨우 20 킬로미만만 겨우겨우 다니고..

내가 생각해도 난 참 한심한 여자야.

 

겨우겨우 추스리고 일어난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나가는데

혹시라도 도중에 갑자기 통증이 심해서

도로 중간에서 쓰러질까 무서웠다.

너무 갑자기 아프대고 통증이 심하다니 오만 상상이 다 되는게

냉정해지지가 않는다.

어찌어찌 시간이 좀 흐르는 것 같은데 남편은 아직 안 오고

전화를 해 보려고 해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무서워서 그만 뒀다.

빨리 좀 연락 해 주잖코...

 

그러구러 한참만에 돌아 온 남편은

폐에 구멍이 났다는 결과를 안고 왔다.

복어독하고는 상관없다는 말에는 일단 안심인데 폐에 이상이 있다니...

당장 입원을 하고 경과를 지켜보다가 수술을 결정하자고 시골 병원에서는

그랬지만 날 밝는데로 큰 병원에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정밀검사를 해 보기로 했다.

오늘 다시 정밀검사를 해 본 결과 폐에 구멍이 나서

그리로 공기가 빠져 나와서 폐가 찌그러져 있단다.

그러니까 숨을 쉬는데 압박이 심하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폐에 구멍이 나다니?

흡연하고 상관없이  사람마다 폐에는 자잘한 공기주머니가 있는데

그게 터지면서 구멍이 나고 그리로 공기가 빠져 나간거라니.

다행히 염려했던 나쁜 병명은 아니라서 안심이 되지만

당장 입원을 해서 작은 시술을 하고

사나흘 지켜보다가 나아지면 곧 퇴원을 하고 나쁘면 가슴을 열어야 한단다.

과로한 탓일까?

남자라고는 남편하고 아들이 전부 인 이 집에서

내가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어디 남자만 할까?

남자직원이 없어서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하다가

무리한 건강으로 좀 쉬라는 경고이실까?

 

내일부터 예정된 휴가는 일단은 보류하기로 하고

입원준비를 급하게 해서 부산 백병원으로 남편 혼자서 떠났다.

난 할머니들이 있고 또 잡무가 미리 준비해 두지 않은게 있어서

세면도구며 기본적인 위생용품을 챙겨서 짧은 입맞춤으로 화이팅을

대신하면서 남편을 배웅하는 운동장이 왜 이다지도 넓어뵈냐?

미안해 하면서 찡긋~~윙크를 하고 떠나는 남편이

간단하게 시술로 끝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수술이 아닌 시술로만.

 

16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 날까 봐 가슴이 두근두근.

너무 자주 큰 일로 날 놀라게 하지 말라며 웃으면서 보냈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둘째가 그리 씩씩하게 떠나고 난 후 엄마가 너무 촐싹거렸나?

진득하게 자중하고 있지 동네방네~~떠들다가...

반성을 하다가... 자책하다가...금방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길만큼의 시련만 주시길 바라며

아직은 혼자라는 그 무게를 감당키 어려우매 마른침을 삼키면서

남편이 떠난 빈 운동장의 긴......흙먼지 길이 그리움으로

뿌우연 서러움으로 다가온다.

 

휴가는 안 가면 어때?

못 가면 또 어때?

남편이랑 지내는 날마다가 우리의 휴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