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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 (제30회) 돌아보는 일 년


BY 만석 2009-09-03

 

1부 제30회


돌아보는 1년


  주판을 놓고 따져보면 웃고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그게 말과 같이 쉽지가 않다. 남들은 배꼽을 쥐고 웃을만한 우스운 이야기도, 나는 그냥 피시~ㄱ 웃으면 그만이다. 말하는 이가 무색할라 싶은 건 다음 생각이다. 특히 TV에서 나오는 코메디 프로는 도대체 방청객이 왜 웃는지를 모르겠다. 그만큼 내 감정이 말라붙었다는 이야기겠다. 

  비단 웃음에만 인색해진 것이 아니다. 표현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고마워해야 할 일에도 감사할 일에도 입만 벙긋거린다. “고마워.”라든지 “감사합니다.”라든지. 예쁘거나 고운 것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표현이 필요할 때도 있건만…….


  한 보따리의 약을 타 와서 시간을 맞춰 먹을 때는 그래도 뭔가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먹을 약이 없고 보니, 그래도 약을 먹을 때가 그립다. 이 약을 먹으면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하나마 기대가 있었다. 약이라고 해야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위산을 억제하는 약 뿐이다. 생각해보면 그도 그렇겠다. 예방을 할 수 있는 약이라든지, 치료할 약이 있다면 암이라는 병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을 게다. 예방도 할 수 없고 치료도 할 수 없으니 걱정인 게지. 그저 멀거니 앉아서 재발(再發)이나 전이(轉移)를 걱정하거나 아니면 손 놓고 그저 기다리기나 하는 게 고작이니. 쯔쯔쯔.


  가장 견디기 어려운 날은 누군가의 부음(訃音)을 듣는 날이다. 것도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요절을 했다거나, 특히 암을 앓던 누군가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전갈(傳喝)은 견디기 힘든 좌절을 겪게 되는 날이다. 그런 날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다가 밤까지 뜬 눈으로 지새우기가 일수다. 그래서 제일 늦게까지 챙겨먹는 약이 수면제였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내 패이스를 잃어 하루의 리듬이 엉키게 된다. 그보다는 약을 먹고 제대로 잠을 청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데에 명의와 내가 합의를 본 게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내 몸 어디에 작은 뾰루지라도 나면, 내 병인 암이라는 놈과 연계가 된다. 이것이 내 병 때문일까. 아니면 이것이 내 병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그러나 뾰루지가 조용히 가라앉으면 나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아, 감기라도 들어서 약을 먹게 될 때에도 걱정은 있다. 이 감기약이 내 병에 지장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다. 소화제라도 먹는 날에도 또 걱정이 태산이다. 오늘 저녁은 좀 짜게 먹었는데……. 에구~. 오늘은 좀 매운 걸 먹었는데…….

  어느 날은 수술을 한 부위가 무척 따가웠다. 이거 뭐 잘 못 된 거 아녀? 뭔가 물어서 따가웠다는 걸 알고는 기분이 좋아서 혼자 웃었다. 후일에 명의에게 물으니, 그게 큰 병을 앓는 이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무슨 증후군’이라고 한다.


  아, 수술 부위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얘기를 좀 더 해야겠다. 전에 어디에선가 말했듯이, 내 수술의 흔적은 아주 험상스럽게도 큰 흉터로 남아있다. 오른쪽 뒷날개에서 시작한 수술자국은 척추를 향해서 타원형을 그리다가 유턴을 했다. 턴을 한 상처는 오른쪽 겨드랑이 밑을 지나 다시 오른쪽 유방 아래로 파고들어 명치를 바라보기 5cm 전에서 멎어있다. 또 하나의 흉터는 흉부에서 배꼽을 향해 직진을 하다가 배꼽을 둥그렇게 반이나 내려서서 흉부의 상처와 나란한 곳에서 멎어있다. 상처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러니 문제는 목욕을 아니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집에서 대충 샤워는 할 수 있으나 때로는 목욕탕에도 가야 한다. 이 상처를 어떻게 가릴 수 있겠는가. 퇴원을 한 처음에는 큰딸의 집으로 원정을 갔다. 그도 하루 이틀도 아니니 바쁜 큰딸아이가 고생스러워서 내가 마다했다. 열흘은 별러야 목욕탕을 가곤했다. 때를 미는 아주머니는,

  “이게 왜 부끄러워요? 나쁜 일을 했어야 부끄럽지요.”한다. 차차는 나도 익숙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