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제27회
만석이의 고백
오늘은 아주 어려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식도암 선고를 받은 시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한 석 달간의 이야기였습니다. 수술은 작년의 오늘, 그러니까 2008년 8월 29일에 근치절제술을 받아서 오늘이 꼭 일 년이 되는 날입니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과거의 일이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라고 대답을 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읽는 이들의 흥미를 유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고로,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깊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실은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정식으로 운영진에도 인사를 하고 에세이방의 작가님들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편 올리지도 못하고 도중하차를 하게 된다면, 시작을 아니 한 만 못한 꼴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무대보로 우선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몇 편 올린 뒤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에 명의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어떤 일을 계획해서 시작해도 되겠느냐고. 명의로부터 80%는 재발의 염려가 없다는 답을 듣고는 안도의 눈물과 용기를 냈습니다. 그러니까 식도암 3기인 환자의 근치절제술 뒤의 생존율인 34~40%를 훌쩍 넘겼기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쉽게 글을 접게 되지는 않겠구나 하는 자신감으로, 오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주민등록 상 올해 63세의 아주 조그만 몸집의 할머니입니다. 딸 둘에 아들 둘을 두었고, 큰딸에게서 외손녀 둘을 봤습니다. 수술 뒤에 서둘러서 두 아들을 결혼 시켰고, 이제 미혼인 막내 딸아이만 남았습니다.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전공도 국문학을 택했습니다. 아, 대학은 아이들이 대학을 끝낼 때에 시작해서 02학번입니다. 그보다 더 먼저는 양장점을 거의 40년 가까이 경영했고, 늦깍기 대학생활을 하느라고 양장점 일을 접었습니다. 글은 그동안도 쉬지 않고 쭉 썼습니다. 꿈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든지 꿈을 이루리라는 결심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 복지관을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차차 글을 올리면서 제 소개의 부족한 점은 더 이야기 하는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이,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어려운 수술을 하고 어떻게 이런 글을 올릴 수 있었겠어.”하시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저는 원고를 청탁받고 글을 쓰던 중이었기 때문에, 식도암 선고를 받고도 6월 29일, 7월 14일, 7월 23일, 8월 22일자로 글을 계속 올려서, 지금도 모 사이트에 제 글이 개제되어 있습니다. 수술을 받은 뒤로도 9월 11일, 9월 25일, 10월 15일, 11월 5일, 11월 24일, 12월 2일까지 글을 올려서, 역시 지금도 개제가 돼 있습니다. 그만큼 저는 글쓰기에 집요했으므로, 식구들도 말리지 못했습니다. 입원을 하고서도 오히려 식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의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 컴을 이용해서 글을 썼습니다. 머리는 멀쩡했고 손도 자유로웠으며 거동도 용이했으니까요. 혹 돈이 필요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NO!\"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고료는 너무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쟁이(?)들이 배고프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어디엔가 적을 두고, 또 제 원고를 기다려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기다리는 저만의 독자가 있다는 사실도 제 자부심이었음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처음 투병기를 시작할 때에는 암을 앓는 환우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의도였습니다. 하여 5회에 걸쳐서만 수술을 받은 날까지로 계획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회부터는 지금의 제가 사는 모습을 통해서, 모든 환우들이 용기를 갖도록 하는 글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작하고 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덧 27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여 제30회까지만 1부로 하여 그간의 상황을 보고하고, 제31회부터는 ‘2부’라 하여 지금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물론 살아 있는 동안은 제 글이 계속 될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에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아컴’의 ‘사이버작가방’에 대해서 뭔지도 알지 못했기에 먼저 에세이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게 올바른 길인지를 이제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가글방’에, <시어머니는 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 투병기도 ‘작가글방’으로 한 데 모을까 생각 중입니다. 이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문의 드립니다. ‘작가글방’으로 옮겨서 투병기를 올리는 게 옳겠는지요. 아니면 그냥 에세이방을 이용해야 하는지요. 댓글로 의견들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계속 관심주시고 제 글을 찾아주시어, 제가 살아가는 데에 많은 용기와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 주신 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1년 전의 이야기를 하자 하니, 다소간 일의 진행이 뒤바뀐 감도 있고 잊혀진 일도 있었지 싶습니다.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