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날 첨 봤을때가 언제 였나요?
벌써 26년 되어 가네요
한 여름 그 뜨겁던 여름날 ..
지금은 입지도 아니 지금은 없는 나일론 빨간색 바탕에 꺼먼 줄이 옆으로 나 있는 반팔티에다가 작업복 기름기 묻은 바지를 입고 다방에 나왔지요
난 나실나실한 얇은 천에 무지게빛 색이 들어있는 옷에다가 하얀 바지를 입고 갔구요
생각나요?
그리고 그날 그 다방은 에어컨이 망가졋다면서 창문 다 열어놓고 선풍기 달랑 한대 죽어라 돌았던것도 생각 나나요?
그때도 무지 여름을 타던 난 옷을 가지고 외숙모네 집으로 와서 거기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고 그 다방으로 갔었지요
우리집은 가난해서 샤워 같은거 꿈도 못꾸고 살았지요
모든게 부럽고 아쉽고 살아야 겠단 생각 조금도 안들때 였어요
하다못해 푸른 하늘조차도 원망 스럽던 때였지요
당신과의 만남을 주선했던 친구한테마져도 신경질 내고 웃음조차 보여 주지 않앗던 나 였어요
그런데 엄마와 외숙모가 더 몸이 달았고 날 살살 말해서 한번이라도 나가보란 말에 웃었고 외숙모는 그때 잘 살았기에 외숙모 집에와서 화장하고 옷 갈아입고 가라고 부추기 까지 했었지요
그렇게 나간 자리에 당신의 하얀 얼굴은 컴컴한 다방에서 환하게 비춰 지고 빨간색 티가 제법 어울렸었지요
하지만 맘에 내키는 상대 가 아니란거 아셨나요?
그 더운 여름날 차 한잔 마시고 나니 오전이라 오래 자리 차지하기엔 다방 식구들한테 넘 미안해서 나왔었지요
해는 쨍쨍거리고 사람들조차 길거리에 없었지요
처음부터 맘에 안들은 난 더 더워 미칠거 같았고 당신은 \"우리 공지천에 배타러 갈까요?\"
툭 내뱉고는 날 처다보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그 순수함을 난 그 당시 못느낀 대신에 화가 났었지요
\"싫어요 더운데 먼 배를 타요 거기 공지천 지금 더운데 사람들이 배를 타겠어요 담에 타요\"
\"........네....\"
짧은 대화속에 온갖 화가 치밀었고 해는 우릴 떨어지라 떨어져라 성사 되지 마라 하듯 더 뜨겁게 이글거렸지요
그리고 바로 헤어졌지요
당신은 나랑 더 있고 싶어했지만 난 더워서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어요
집으로 오면서 울정도로 당신이 맘에 안들었고 더위에 짜증이 가득 찼었지요
\"언니 어떻게 생겼어?잘생겼다는데 피부도 하얗고 키는?착하다며? 머야 말좀해바\"
\"야 덥다 내꼴 보이지도 않니?\"
난 10걷는정도의 거리인 집에 도착했을땐 이미 옷은 다 젖어 있었다
집안이 옷을 가지고 부엌으로 들어가 펌프질해서 들여온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엄마 동생들이 부엌문 쪽을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머야?\"
\"왜 선보고 와서 지랄이제?\"
\"그러게 언니 왜그래?맘에 안들어 순엽언니가 그러는데 사람 좋다던데...\"
\'몰라 더워 죽겠어\"
\"담에 또 보자고 하던?\"
엄마가 슬쩍 내 눈치를 보면서 묻는다
\"몰라 그냥 왔어 글쎄 더워 죽겠는데 공지천 그 그늘도 없는 호수에서 배를 타제 웃겨 \"
\"하하하하하 언니 히히 그건 그렇지만 순수하다 정말 착한게 맞나바 언니\"
엄마도 웃고 동생도 배를 잡는다
그렇게 중매로 뜨겁던 여름에 겨울처럼 선본 남자가 내 남편이다
지금도 멋 부릴줄 모르고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내 남편
한번도 내 속을 맞춰주지 못해 안절부절하면서 날 사랑하며 살아 가는 내 남편
작은것 무엇하나도 나한테는 빠지지 않게 해주는 나의 대통령...
잠투정도 그대로 아파서 자면서 울어도 자장면 반그릇을 먹고 트름을 해도 내 신랑한테 난 공주 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면 이처럼 사랑줄까 싶다
세월가도 더 진솔해 지는 내 남편의 사랑은 아직도 분홍색이다
\"난 내 삶은 없어 당신이 있어서 이 세상 살아갈수 있어\"
이말 듣는 순간 난 가슴이 멍~해 졌다
그냥 촛점없이 흐려진 내눈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남편의 손을 내가 잡아주었다
\"아파도 당신이 살아 있으면 좋겠어 그냥 살아있기만 하면되....\"
\"여보 이제 나 그만큼 사랑하고 사랑 줬으면 됐어요 이제 그만해요 지금부터 당신 좋아하는거 하고 먹고 싶고 가고 싶은거 해바요 내 생각 그만하고....\"
\"난 하고 싶고 먹고 싶은거 없어 그냥 내옆에 당신 있고 내가 돈 버는것도 다 내것이 아니야 모두다 당신이 있어 난 하고 싶고 살고 싶은거야 당신 없으면 난 아무것도 하고 싶은거 없어..그러니 밥 잘먹고 살아야 해\"
여름날 식탁의 푸성귀만 가득한 저녁에 어느 50대 부부의 사랑만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