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아니 내렸다기 보다  하늘에서 비를 쏟아 부었다. 

 

두 사람이 함께 써도 될 성 싶은 커다란 대형 우산을 펼쳐 썼는데도 얼마나 빗줄기가 거세던지

우산 아래 옷도 젖고 샌들도 젖고 더불어 나도 푹 젖어드는 그런 날이었다.

 

으라차차!!!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힘내라 힘!!!

 

직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KBS 홀이 있다.

 

가끔 삶이 시들하고 재미없고 그래서 한숨 폭폭 나오는 날이면 나는 화려한 무대 대형 관현악

오케스트라의 연주, 고상한 미모의 긴 드레스를 받쳐 입은 진행자 황수경 아나운서, 신세대 구세대

출연진 구별 없이 때로 국악에 팝, 최신 유행 곡은 물론이요 흘러간 7080 가요까지 다양한 노래에

풍덩 취하여 놀다 온다.

 

열린 음악회!!!

 

박수도 신나게 치고 무대 좌우 상단에 자막으로 보이는 노랫말을 따라서 불러 보고

TV 화면을 통하여 바라 보던 유명 가수들을 직접 한 공간에서 가깝게 보게 되는데

 

가수는 방청객의 환호와 박수에 힘입어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의 멋진

모습에 취하여 객석의 앉은 나를 비롯하여 관객 모두 행복한 순간으로 빠져든다.

 

화요일 저녁 8시 방송 녹화가 있기 전 미리 인터넷을 통하여 사전 초대권 예약을 한다.

 

 

예매한 초대권을 출력하여 준비하고 당일 6시 30분부터 도착 순서대로 입장권을 배부하는데

직장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도착하는 시간이라 주로 입석으로 대기표를 받았다가 녹화 전

입장을 하게 되는데 종종 운 좋게 좋은 자리에 앉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 같은 경우에도 열린 음악회 800회 특집이었는데 폭우로 말미암아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

편안하게 2층 중앙에 앉아 즐겁게 놀다 왔다.

 

김건모 송창식 정훈희 조영남 인순이 소희 소녀시대 SG워너비...

 

출연진도 모두 화려하다.

 

김건모!

작은 체구에 검은테 안경을 쓰고 하얀 바지를 입고 나와 첫 무대를 압도한다

항상 웃음을 주면서 노래한다

언제나 친근감을 주는 가수다

 

송창식!

후배라는 분과 동행하여 기타 연주에 맞춰 

자아~ 떠나자 동해바다로 ~

고래사냥 오랜 추억의 노래를 열창한다

나잇살이 조금 들어 보였어도 아직 근사하다

 

정훈희!

세월이 흘러도 어쩌면 저렇게 자기 관리를 잘했을까?

목소리도 곱고 반짝이는 비즈 장식의 타이트한 원피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

 

조영남!

구부정한 어깨 이웃집 아저씨를 만난 듯 구수하다

화개장터를 신나게 부른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무대 메너가 매우 자연스럽다

 

인순이!

인어를 연상케 하는 레이스 길게 늘어진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군살 하나 없는 정돈 되어 잘 갖춰진 몸매

파워풀한 음색

역시 인순이다

인순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덩달아 신이 난다

 

소희!

와~~가창력이 대단하다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을 부른다

 

무대는 노래 따라 타이타닉호의 영상이 떠오르고 마술처럼

노래하는 소희는 타이타닉 배의 중앙에 서서 마치 드넓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노래하는 것 마냥  변신을 한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노래도 무대도 모두가 환상이다.

 

SG워너비!

라라라 노래를 부른다

내 휴대폰 컬러링이다.

부드러운 솜사탕 같은 음성이네 화음도 좋고 노래를 너무 잘한다.

감성적인 노래에 풍덩 매료되는 순간이다

 

소녀시대!

이 시대 젊은 층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소녀시대

깜짝 놀랐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여학생들이 야구나 축구경기 응원에 나선 것처럼

노래 중간 중간 우렁찬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소녀시대!  톡톡튀는 율동 빨간 구두 늘씬한 각선미

 

아~ 내게도 저런 좋은 시절이 있었거늘... 

 

휴~~

 

삶이 나를 속여 인생무상 삶의 회의에 지쳐갈 때

나는 가끔 노래에 날개를 실어 행복 찾기에 나선다.

 

다음 녹화에는 어떤 가수가 출연할까?

 

가까운 곳에서 행복 찾기 나름대로 참 즐겁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