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잇몸에서 열이나고 통증이살살 찾아오더니 급기야는 오른쪽 볼이 왕사탕을 물고 있는 아이의 볼처럼 벌겋게 부어올라 어쩔수 없이 친구랑 함께 치과에 들렀습니다
퉁퉁부은 누리끼리한 아주 볼품없고 불쌍한 여자의 얼굴로...
치과에 들어서니 오전시간이여서인지 조용한 듯 순서가 금방 다가왔습니다
서00씨
맨얼굴에 자신이없어진 오십줄의 아지매는 청소는 못해도 분칠은 꼭 하고 다니는데 분칠이고 뭐고 너무 아파서 불쌍한 형골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풀이죽어서있는 나대신 친구가 대답을 하고 난 친구손을 잡고 엉거주춥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손님 여기 의자에 와서 누우세요 양치한번 하시고요”
날씬한 간호사가 관심없는 사무적인말투를 던지고
“예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의자에 누우니 벌써부터 바들바들 떨리고 손발이 얼어붙는듯했다
아이고 전생에무슨 치과랑 웬수가 졌는지 내겐 치과 란 너무 겁이나는 무서운 괴물 이무기보다 더 무섭다
오금이 져려서 오줌이 찔끔 나오는듯하다
눈을감으니 붉고 파란별들이왔다갔다 하고 귓속에는 엥엥거리는 벌떼 소리가 막 들립니다
“죽기 아이마 까무라치기겠지 진료도받기전에 죽을수는없지”
혼자 별의별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입 벌리세요 더크게 벌리세요 아아“
마스크를쓴 의사가 고등학교때 교련선생님처럼 내입을 들여다보십니다
“아이고 많이 부었네요 사랑니가 올라오는데요 흐흐”
지금 나이에 무슨 사랑니가 별 일도 다있다 싶은지 의사는 흐흐 웃음을 흘리더니
‘간호사 이분 사진 찍어주세요“
하시며 손을씻는지 수돗물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슬리퍼를 짤짤 끌면서 어디로 가는듯했다
‘손님 이리오세요
한평도안되는 작은방 의자에 앉으라더니 화투장 반만한필름을 입속에집어넣으라고가르치더니 불을꺼고나간다
“움직이지 마세요 자찍습니다 하나둘 ”
볼을커고 들어오더니
“다됐습니다 나오시고 의자에 앉으세요”
그리고 다시 침대위에 누웠습니다
전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의사는 내 통증과는 상관없이 이리저리입속을 마구 헤집는듯하더니
“사랑니가 쪼매 삐툴게 올라오는데 뺄라마 좀 아프겠습니다”
“간호사 잇몸마취하세요”
“예”
차거운 간호사의 손가락이 볼에 닿는 듯 하더니 잇몸속으로 바늘이 쑥 들어가는 느낌이오고 어릴 때 송충이에 쏘인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 오더니 한겨울 에 얼어붙은 입술처럼 얼얼했다
의사가 다시 나타나고
“많아 아프면 오른쪽 손을 드세요 자 금방 끝납니다 쪼매 참으소”
금속 소리가 들리고 난 또 별을 봐야했습니다
별이 쏟아지고 손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흐고 정말로 오줌이 질끔 찔끔 했습니다
고함도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의사에게 나를 맡기고한참후에야
“에고생했습니더 양치하고 쪼매 쉬고 있으소 ”
예...
나이많은 어른이 너무 아프다고 했나 싶어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의사의 말투
경상도 사투리그리고 억양이 어디서 들은것 같았지만 설마 하고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 다시 의사가 내앞으로왔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하는말
\"조금난 지나면 괜쟎을끼다 그런데 널 만날줄 몰랐다.....\"
갑자기 말을 놓는그대는 누구???세요
놀라서 가슴에 새겨진 이름을보니 역시나 배 00
이럴수가 이럴수가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우야노 세상에나 이일을........
삽십년에 만난 사랑한테 그것도 입을 떡 벌리고 해후를 했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싶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말인가 법니다
그러나 찾을 쥐구멍도 없고 어쩌나
안절부절 하는내게
\"들어온나 차한잔하게\"
책상에는 따스한 차가 놓여져 있고 진료차트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래00아 그렇게 연락이 안되더니 잘 지냈나 살아는 있었네 난 니가 어데 이민이라도 간줄 알았다 아이가”
“예 오빠는 그라마 처음부터 내 알아봤어예”
“니 이름이 대한민국에 둘이나 있겠나 딱 보니 알겠더만 ”
“세상에나 오빠예에‘’‘
“아무튼 반갑다 넌 사랑도 못해봤나 이제야 사랑니가 나오게”
‘’‘’‘’‘’‘’‘’‘’‘’‘’‘’‘’‘’‘’‘’
그렇습니다 첫사랑
오빠와 나의 아련한 숨막힐듯했던 첫사랑
어릴 때 과수원을 하던 우리집 앞집에 살던 오빠랑은 자연스례 오누이처럼 친하게 지냈습니다
세 살터울인 오빠는 저를 친 동생처럼 잘 챙겼습니다
무거운 가방도 오빠 자전거에 실고 다니고 숙제도 많이 도와주고
양집안역시 한 식구처럼 친하게 보냈지요
라일락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에 전 알수 있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오누이의 감정이 아니고어쩌면 로미오 줄리엣의 사랑처럼 내 가슴에도 색 다른느낌이
생겼다는 것을.....
그때가 아마 중삼학년이고 오빠가 고 삼이였을겁니다
감기에 들린 듯 열나고 나쁜짓하다 들켜버린 것처럼 쿵당대는 가슴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혼자 뒷동산에 올라가서 소리도 질러보고 뛰어도 봤지만 조심스레 찾아온 풋사랑의 감정을 숨기기엔 소녀 가슴이 너무 벅찻습니다
오빠가 알아버릴까봐 오빠를 자꾸 멀리하고 저 만치서 오빠가 걸어오면 돌아서 가고 말괄량이는 얌전한 소녀로 새침떼기로 변했습니다
갑자기변한 내 행동에 오빠는 많이 당황스러워 했고 그해 겨울은 우리 둘에게 아프게 흘렀습니다
오빠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서울로 올라가고 남겨진 내 가슴에는 따스한 봄날이 와도 휑한 북풍한설만 불었습니다
오빠는 서울에 가서도 편지를 자주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답장을 하지 못하고 보지도 못한 서울에있는 여 대생들을 미워 하는 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여름 방학이시작되자 오빠는 친구들을 데리고 고향집을 찾았습니다농사를 많이 지었던 오빠네 보리를 베 주러 왔다면서 남자셋 여자셋 이 왔는데 서울 여학생들은 어쩌면 그리 피부도 뽀얗고 손도 적은지 .........
소풀베고 호미질까지한 시커먼 내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내 속에타오르는 질투와그리고 부러움을 감당하느라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 오빠는 이제 서울사람이되고 변해버렸어”
내 마음을 열어보이지도 못하고 난 그렇게 오빠에대한 마음에 빗장을 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여고를 졸업한 나는 오빠가 있는 서울이랑 반대 방향에 있는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이따금식 들려오는 오빠 소식을 외면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피지도 영글지도 못한 첫사랑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도 오빠를 왜 찾지 않았는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빗장걸었지만 언제나 내가슴 한켠에 자리작고 있었던 작은 아픔같았던 오빠에 대한사랑
그런 절절했던 사랑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신은 너무 잔인하십니다
치료받느라 눈물로 얼룩지고 볼은 부러서 한줌이나되고 누리끼리한 얼굴로 이렇게 만나게 될줄이야
돌아오는 길은 눈물로가렸습니다
그여름방학때 내 손이 뽀향고 예뻤다면 오빠랑 이뤄졌을까
지금은 쭈굴 쭈굴 해진 작은손 위로 미소년의 하얀 얼굴이 겹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