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이랑 봄에 심었던 감자 캐러 가는 날이에요.
최대한 옷은 편하게, 시원하게 입고
썬캡과 얇은 긴팔도 하나 챙기고 또 수건도 하나 챙겨서
아이들과 감자밭에 갔어요.
다른 원에서도 많이 왔네요. 감자밭에 또 다른 감자같은 아이들의 머리가
감자를 줍느라 부지런히 움직이더라고요.
저희들 역시 감자대를 치우고 비닐을 걷고 호미를 들고 한 자리를 차지했어요.
겉에서도 보이는 감자와 제가 호미질을 하면 나오는 감자를
저희 아이들이(10명) 열심히 봉투에 담는 겁니다.
열명이 서로 감자 달라는 통에 처음 해보는 호미질이건만
손이 얼마나 빠르게 또 가볍게 움직이던지..
찍히는 감자 없이 알 굵은 감자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아웅~~~저 꿈틀거리는게 뭐야?\"
\"선생님~ 지렁이에요.\"
\"그래 지렁이구나. 징그럽기는 해도 이 땅이 아주 좋은 땅이라는 말이네\"
\"왜요? 왜 좋은 땅이에요?\"
\"비료같은 화학성분이 이 땅에 있다면 지렁이는 살 수 없거든.
지렁이가 꿈틀꿈틀 땅속을 다니면서 흙을 먹고 또 똥도 싸는데
지렁이 똥이 흙과 합해져서 아주 좋은 흙이 되는 거야.
좋은 흙에서 자란 감자니까 이 감자는 아주 좋은 감자네^^\"
\"와~ 우리 빨리 맛있는 감자 캐자~\"
땀도 나고 지렁이, 굼벵이 같은 벌레, 개미, 개미 알까지 보았지만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감자를 캤습니다.
목도 마르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ㅠㅠ
한 시간 반 정도의 작업(?)이 끝나고 장갑을 벗으니
응? 손가락에 물집이?
\"선생님, 처음이라며 감자 잘 캐시네요^^\"
\"원장님 저 나중에 감자 농사지어야 할까봐요^^ 그런데 손에 물집 잡혔어요\"
\"^^ 농사는 접으세요~\"
원에 돌아와 손을 씻고 아이들 저마다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를 꺼내서
점심 먹자고 난리입니다.
다른 때 보다 겨우 10분 지났는데
감자 줍느라 힘 좀 썼나봅니다^^
하원 때 아이들 가방에 저마다 감자를 봉투에 담아서 메 주는데
묵직하니 아이들의 걸음이 비틀거립니다.
그래도 다들 들고 가겠답니다.
아마도 오늘 그 감자 쪄서 먹고 가족들에게 내가 캔 거라고 자랑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