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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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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감자~^^


BY 엠파이어 2009-07-01

 

 

오늘 아이들이랑 봄에  심었던 감자 캐러 가는 날이에요.

 

최대한 옷은 편하게, 시원하게 입고

썬캡과 얇은 긴팔도 하나 챙기고 또 수건도 하나 챙겨서

아이들과 감자밭에 갔어요.

다른 원에서도 많이 왔네요. 감자밭에 또 다른 감자같은 아이들의 머리가

 감자를 줍느라 부지런히 움직이더라고요.

 

저희들 역시 감자대를 치우고 비닐을 걷고 호미를 들고 한 자리를 차지했어요.

겉에서도 보이는 감자와 제가 호미질을 하면 나오는 감자를

저희 아이들이(10명) 열심히 봉투에 담는 겁니다.

 

열명이 서로 감자 달라는 통에 처음 해보는 호미질이건만

손이 얼마나 빠르게 또 가볍게 움직이던지..

찍히는 감자 없이 알 굵은 감자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아웅~~~저 꿈틀거리는게 뭐야?\"

\"선생님~ 지렁이에요.\"

\"그래 지렁이구나. 징그럽기는 해도 이 땅이 아주 좋은 땅이라는 말이네\"

\"왜요?  왜 좋은 땅이에요?\"

\"비료같은 화학성분이 이 땅에 있다면 지렁이는 살 수 없거든.

지렁이가 꿈틀꿈틀 땅속을 다니면서 흙을 먹고 또 똥도 싸는데

지렁이 똥이 흙과 합해져서 아주 좋은 흙이 되는 거야.

좋은 흙에서 자란 감자니까 이 감자는 아주 좋은 감자네^^\"

\"와~ 우리 빨리 맛있는 감자 캐자~\"

 

땀도 나고 지렁이, 굼벵이 같은 벌레, 개미, 개미 알까지 보았지만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감자를 캤습니다.

목도 마르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ㅠㅠ

한 시간 반 정도의 작업(?)이 끝나고 장갑을 벗으니

 

응? 손가락에 물집이?

 

\"선생님, 처음이라며 감자 잘 캐시네요^^\"

\"원장님 저 나중에 감자 농사지어야 할까봐요^^ 그런데 손에 물집 잡혔어요\"

\"^^ 농사는 접으세요~\"

 

원에 돌아와 손을 씻고 아이들 저마다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를 꺼내서

점심 먹자고 난리입니다.

다른 때 보다 겨우 10분 지났는데

감자 줍느라 힘 좀 썼나봅니다^^

하원 때 아이들 가방에 저마다 감자를 봉투에 담아서 메 주는데 

묵직하니 아이들의 걸음이 비틀거립니다.

그래도 다들 들고 가겠답니다.

 

아마도 오늘 그 감자 쪄서 먹고   가족들에게 내가 캔 거라고 자랑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