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밭으로 견학을 가야 하는데 은비가 안 오네요.
아빠에게 전화를 하니 정지된 번호라 하고...
할머니께 연락을 드리니 아빠가 전화를 잃어버려서 정지신청을 했노라고
어제 친척들이 많이 와서 아빠가 술을 먹고 아마도 아이를 못 깨워서
아직 못 보냈는가보다고 하시네요.
그 말을 들으니 난감합니다.
3세반 만 남아있고 4세 5세 6세 7세 모두 떠나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 감자밭은 차로 25분 정도의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아빠가 그 감자밭으로 은비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감자 캐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래도 왔는데 감자 몇 개는 줍고 가야지 은비야 여기 와서 감자보렴^^”
그렇게 해서 은비는 감자 몇 개 주어 담고 다시 원으로 와야 했죠.
그런데 어린이집 원장, 부원장, 각반 선생님들, 주방 아주머니까지 모두 감자 캐는데 동원되어
도시락을 싸오라고 미리 공지가 나갔었는데
은비 빈 도시락으로 왔네요..
아이들 모두 배고프다고 오자마자 손 씻고 도시락 여는데
우리 은비 제 눈만 멀뚱멀뚱 보고 있습니다.
전 주방으로 가서 접시와 수저 젓가락을 가져와 아이들의 도시락에서 조금씩 덜어
은비에게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은비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저만 쳐다봅니다.
“은비야 왜?”
“선생님~ 난 왜 도시락 없어요?”
“아빠가 전화를 잃어버리셨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문자를 보내도 아빠가 못 보신거야.
다음엔 아빠가 싸주실 거니까 오늘은 친구들과 나눠먹자~!
그런데 은비가 제일 좋겠네? 친구들은 한 가지 밖에 못 먹는데 은비는 여러 가지 다 먹네.
잘 먹고 나면 선생님이 과자도 주실 건데 얼른 먹자~!”
“네^^ 그런데 선생님 저도 쥬스 먹고 싶어요~~”
전 냉장고에 넣어 둔 음료수를 따라 은비 옆에 놔 주었습니다.
측은한 생각이 자꾸 들어서...
십시일반이라고 아이들 것 모아서 주었는데 그 양이 꽤 많았는데도 그걸 다 먹고
친구들이 나눠준 사탕이며 과자 마이쮸까지 다 먹더라고요.
혹, 엄마의 빈자리가 채우기 힘든 허기짐으로 포만감을 날려버린 건 아닐까요?
안쓰러움에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