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올해는 기필코 지하세계로 내려가리라.
지상에서의 생활은 너무 끔찍하고 피곤해.
올해는 꼭...지하세계로 내려가고 말거얍~~!!
벌써부터 한낮의 더위가 장난 아니게 사람 기를 죽인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짝으로 땀이 소리를 내고 흘러 내리는 기분이니
여름방학의 수련회를 어찌 감당할까 싶어 두렵기만 하다.
가마솥을 안고 돌아가는 여름 생활이 두렵다고 오지 않는게 아니고
올건 오기 마련이지.
그럼 올해도 또 땀띠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보낼 것인가?
낮 동안에 흘린 땀도 부족해서 밤에까지 흘리면서 잠을 설칠 것이냐??
거실에 돌아가는 에어컨은 사람을 건조하고 무기력하게만 만드니
가능하면 안 틀고 싶은데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그 유혹에서 이길 재간이 없다.
잠시 잠깐씩이나마 땀을 식히려면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야 하는데
에어컨 앞과 밖의 기온 차가 너무 심하다보니
사람이 멍~~해 지는 느낌이라 가능하면 잘 때 만이라도 선풍기도 안 틀고 싶은데
샤워만 하고나도 금방 땀이 흐르는 날씨에는 도리가 없다.
하여....
궁리 끝에 장소를 물색해 뒀는데
그 장소가 ...나의 비밀 아지트가 지하실이다.
기계실이 있는 지하에 우연히 내려 갔더니 우....우.....
여긴 얼음을 가득~채워 놓은 냉동실 같아라~`
이마의 땀이며 등줄기가 금방 써늘~~해 졌다.
오히려 오소소...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어디..어디..
도대체 계단을 몇개 더 내려 왔을 뿐인데도
에어컨 바람처럼 불쾌하지도 않고 선풍기 바람처럼 거슬리지도 않는
자연스럽게 시원한 그 느낌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하여 남편한테 통 사정을 하기 시작.
지하세계로 날 보내주~~~
무슨 이야긴가???
돈키호테식 이야기에 어리둥절하던 남편은
지하실에 작은 쉼터를 만들어 달라는 내 이야기에 심각해졌다.
지하실에는 시멘트 냄새도 좀 나고 추울거라며 꼭 가야하겠냔다.
열대야에 잠 못이루고 낮 동안 옥상을 데웠던 그 열이
우리 집 벽을 달구어서 뜨끈뜨끈.....
샤워 아니라 그보다 더 한 일을 해도 여름 밤은 고이 오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쉬는 아내도 아니고 온 종일 사우나 아니면 찜질방 수준의
주방에서 동동 거리다가 밤에 잠도 설치는 아내다 보니
심각하게 이야기 했더니 방을 하나 만들어 주마고 그런다.
인터넷은 될까?
엥??
그 지하실에서 아주 살려고?
응...
여름을 보내고 올라올께.
도저히 옥탑방에서는 여름이 어렵겠어.
옥탑방이 이렇게 더울 줄 알았으면 건물 뒷편에다가 집을 지어 달랠걸...
1층에다가 지었더라면 땅에다가 꽃도 심고..흙 안 퍼올려도 됐을건데...
이미 집은 옥상에 지어져 있고 나무랑 꽃들이 옥상에서 춤을 추니
여름 한철만 지하세계에서 지내고 올라 오리라.
에어컨도 필요없고 선풍기도 휭~휭~소리내어 안 돌아가도 좋을
석빙고 같은 지하세계에서 덥지 않은 여름을 보내리라.
밤 잠 설치고 주방에서 하루 온 종일을 허덕이고 나면 온 몸이 나른하다 못해
문어처럼 철퍼덕....바닥을 기고 싶어라.
내 올해는 반드시 한더위가 오기 전에 지하세계로의 진출을 하리라.
평상을 짜 넣고 시멘트만 발라져 있는 벽에다가 싸구려 벽지라도 좀 바르고
인터넷은 되면 좋고 안되면 여름만 절필(?)을 선언하고
사람 사는 것처럼 좀 살아야겠다.
맨날 붕~~뜬 사람처럼 헥헥거리다가는
머리가 아주~~텅..비어버릴 것만 같다.
안그래도 크기만 큰 머리에 든 것도 부족한데
더위에 너무 오래 시달리다보면 부풀어서 크기만 더 크고
속에 든 내용들은 제로에 가깝지 싶으다.
지하세계로 내려가서 남들은 모를 시원함에
이불을 두껍게 덥는 오히려 추운 여름을 보낸 다음
선선한 가을에 다시 지상으로 올라 오리라.
혹시...
제가 좀 뜸하거든 지하로 내려 간 줄 아세요~`ㅎㅎㅎ
그 곳까지 인터넷이 되면 또 이렇게 조잘조잘 주저리주저리...
지하세계의 설계도 그리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