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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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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찔렀나?


BY 오월 2009-06-08

5남2녀 그 중 셋째

남동생이 넷이였다.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살아온 나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남의 일

호사의 극치

잔다르크 기질이 있었나

아님 유관순 기질이 있었나

동생들 만큼은 반듯하게 내 손으로 키워야

된다는 사명감

 

엄마와 작은 식당을 꾸려가며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동생들을 줄줄이 공부 시킬때

구미공단 주변이였던 탓에 많이 부족하기만 한

내게도 꽤나 목매는 남자들이 있긴 했었다.

잘난 것도 없는 것이 눈은 꽤 높아서 저 사람 괜찮다

싶은 사람이 없었으니 잘 됐지 동생들 뒷바라지나

할 밖에~~~~

 

건설회사 하나가 식당앞에 들어왔다.

직원들은 회사밥을 거부하고 우리식당을 이용했다.

그 중 한분이 중매를 서신단다.

하지만 남자는 해외근무중인데 언제올지는 모르지만

꼭 그사람에게 시집을 가란다.

농담인줄만 알았다.

어느 날 그 건설회사 회식이 우리 집에서 있었다.

그 중 한 남자 술도 못먹고 고기도 못먹고 생선도 못먹는

다는 남자.이 남자 그 다음 날부터 고기굽는 냄새에

 

구역질해가면서 우리집 드나들기 시작하는데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은 열리질 않는데

들려오는 소문또한 흉흉하여 외국에서 벌어온돈

유흥비로 다 쓰느라 새벽에 숙소에 들어 온다는둥

찾아오는 아가씨가 다섯은 된다는 둥

안그래도 아니올시다 건만

하지만 엄마는 그사람을 예뻐 하셨다

남자가 그정도면 마누라 밥은 안 굶길 사람이라고

 

난 내가 세워논 원칙들에 꽤나 얽매어 산다.

내 기준으론 아니다.

중매쟁이와 엄마의 물밑 작전이 있었지만 차라리 혼자

살래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그 사람 난 두 말도 않고 끊으려 했는데

꼭 한마디만 듣고 끊으라 했다.

\" 세상에 태어나 여자에게 이렇게 수모 받아보기는 처음

입니다 이런 수모 사내자슥 차고 있는것 문틈에 찡가넣서

문을 확 닫아 버려야지 **차고 세상에 태어나 이런 수모

오늘 한번만 더 기다리겠습니다 안 나오면 나 내일부터

일광식당(우리 라이벌집 무지 예쁜딸 셋 있었음)

진출하겠습니다 딸깍\"

 

한참을 멍~~~~

지금이나 그때나 어찌그리 순진했는지 아가씨에게

**차고 태어나서 그렇게 말하는 남자 갑자기 얼마나 박력있어

보이고 멋지게 느껴지던지 식당에 와도 말한마디 없고 그저 하얀이

보이며 미소만 짓고가든 사람이 그 **란 한마디에 난 정말 거짓말처럼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만나며 느꼈던 것은

참 솔직하고 야무진 사람이라는거

24년 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살아냈지만 검버섯이 조금씩 생기는

투박한 남편의 손도 염소 한 마리 뛰어놀만큼 풍성했던 남편가슴에

검은 털도 어느듯 하얗게 되어간다.

후덜덜 엉겁결에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이 결혼한 내 결혼이야기

비디오도 없고 오디오도 없으니 네 식구 모여앉아 너희 엄마가

나 아니면 죽는다고 해서 이 얼굴에 저 얼굴에게 장가왔다고

뻥치는 아빠 이야기에 배꼽잡는 내 사랑하는 아이들

 

2,6키로 작은 아이로 세상에 태어나 잘 자라준 아이들

사랑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이였지만 잡초뽑고 물주고 거름주고

애지중지 다독여 아름답게 일궈낸 내 가정

이제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흰구름 한 조각처럼

졸졸졸 맑게 흐르는 시냇물 처럼

향기품고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저 자연속에 한 조각으로

욕심없이 두루두루 돌아보며 곱고

아름다운 마음내어 그렇게 살고싶다.

부족한 날 데려다 24년동안 아내등에 날개달아 아내를

비상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한 남편 그 남편을 이 다음

생에도 만나 이젠 내가 남편을 돌보며 살고 싶다.

다이야몬드로 옷을 해준다는 약속

전용 꽃길을 만들어 준다는 약속

머리를 마주대고 잡초를 같이 뽑으며 낄낄대는

망중한 무얼더 바라겠는가 사랑한다!!

 

울컥 때로는 눈물나고 때로는 아쉬워

눈물훔쳐내는 어떤 감정 왜 없겠냐 마는

욕심스런 마음 버리고 제 자리에 붙박혀 하나의

풍경으로 고요히 살아가는 나무 처럼 나 자연의

일부로 고요히 사랑하며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