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풍경이다.
어디선가 낮설지 않게 보아온 풍경
커다란 설거지 통에 숟가락 하나 달랑 담긴
밥그릇 하나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맑은 물이 외로운 눈물처럼
그릇위로 떨어진다. 어머님 댁에서 본 풍경
때로는 늘 홀로 집에계신 시간이 많았던 친정 아버지께서 커피한잔
드시고 커피스푼과 함께 설거지통에 넣어둔 커피잔
그 풍경은 참 쓸쓸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기억 돼 있다..
귀찮아서 또는 반찬이 없어서 어머님은 밥그릇 하나에 물을 말아 무엇인가를
한 번쯤 찍어 드시고 한 끼를 떼우신 모양이였다.
어제는 남편이 친구를 만나고 밤 12시가 되어 들어왔다.
난 굶었다.
아침에 남편은 새벽일찍 일이있어 나갔다.
난 커피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떼웠다.
씽크대 속에 컵하나 티스푼을 꽂고 달랑 들어있다.
맞다 그 풍경이다 내가 부모님댁에서 시리게 보아온 풍경.
가족이 많을때 주부가 게으름을 조금만 피면 물떠먹을 그릇도
없을때가 있다. 식구들이 다 떠나버린 집에서는 그릇들이 먼지가 싸이고
곰팡이가 피고 그 다음에 사람이 없는 집에서는 퀴퀴한 냄새마저 난다.
가족은 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족은 날 잘 먹이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떠난 집에도 사람의 훈기가 돌아야 한다.
써야하는 세간들이 오래 묵혀있으면 안 된다.
때로는 옆집 아줌마에게 밥먹구가라 부르고 때로는 전화온
친구에게 차 한잔 마시로 오라고 권해야 한다.
그것이 날 잘 살게하는 활력소가 된다
그래야 집에선 사람사는 온기가 돈다.
아침 풍경이 너무 쓸쓸해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어머님 작은 며느리와 좀 싸우실때가 되지 않았나요 저 어머니 미워질때까지
어머니 저 미워질때까지 또 좀 싸워보게 어머님 올라오세요\"
어머님이 늘 하시던 거짓말을 또 하신다.
\"나 며느리 셋 있어도 아직 며느리들과 인상 한 번 붉혀본 적 없다\"
ㅎㅎㅎㅎ 그 거짓말 그래도 그냥 웃는다.
함께 살면 미워지다가도 가시고 나면 또 안됐고 보고싶고 그래서 또
그 생활을 반복하고 그렇게라도 해야 어머님 돌아가신 후 내가
덜 마음아플것 같아 마음이 시키는 데로 하려고 한다.
사람사는 집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쓰기위한 세간살이는 써 줘야 하고 가족은 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날 잘 먹여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늘 고마워야 되고 그래서 늘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하나는 외로워 둘이라했다.
둘보다 셋이좋고 셋보다 넷이좋고 사람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잘 먹고 그래야 내가 건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