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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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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융단 길처럼


BY 자화상 2009-05-19

 


 

우여곡절 핑계 찾다가 약 5개월 만에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집앞 도로 건너 5분 걸으면 양을산이 있다.

양쪽 봉우리 다녀오면 두 시간도 안 되는데 한쪽도

큰 맘 다져 먹어야 다녀오게 된다.

그래서 겨울 지나, 봄 지나, 모처럼,

그것도 팔 다리 어깨허리가 부실해지고 가슴에

시원한 공기를 흡수하고픈 필요성을 느끼고 나서야

등산화를 신었던 것이다.

 

그것이 한 달 전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다 ‘어마나!’ 하고 깜짝 놀랐다.

누가 나무를 잘게 또는 가루로 부숴서 산길을 푹신푹신

걸어 갈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니.

마치 발가락을 다쳐 걷기 불편한 나를 위해 일부러 좋은 사람이

배려를 해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았다.

나보다 더 발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자갈 돌 길을 걷는 것 보다

훨씬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나무융단 길을 조성 할 생각을 누가 했는지

참 고맙고 멋진 분이라고 절로 칭찬을 해주었다.

 

그 덕분에 매일 산에 가며 등산화 신는 게 요즘은 아주 편해졌다.

이제는 발가락도 다 나아서 샌들을 신을 수 있게 되어

지겹게 신었던 운동화도 빨아 널었다.

 

내친김에 오는 토요일 날 서울 가려고 열차표 예매도 해 두었다.

목적은 큰댁에 제사를 지내러 가는데

속맘으로는 사랑하는 딸을 만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들뜬다.

6개월만이다.

목소리는 변함없었는데.

얼굴은 어떻게 변했는지.

어서 보고 싶다.

자취하며 공부하느라 애 쓰는데, 고생한 보람이 있겠지 하고 기대한다.

 

청년 실업자. 명퇴. 실직자 등등의 뉴스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해진다.

언제쯤이나 국가와 기업이 인력을 필요로 하여

너나없이 맞는 직업을 찾아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될까?

참 걱정이다.

그래도 해야 하는 공부 때문에

젊은 청춘, 꽃다운 나이, 뒷전에 두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도 산을 내려오면서 통 털어서 기도를 했다.

누구에게나 원하고 맞는 일자리를 주소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되어야

사랑하는 우리 딸도 행복해 질 것 같습니다.

이 길의 나무 융단처럼

세상의 모든 길이 포근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