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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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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순 없었어요.


BY 가을단풍 2009-04-27

며칠전의 일이다.

십여일 동안 중환자실에 계시던 어머니가 깨어나셨다.

그 후로도 여전히 산소호습기 끼고 콧줄로 음식을 투여하고

의식이 왔다 갔다 하는 관계로 대소변도 조절되지 않았다.

시누이들과 번갈아가면서 간병을 했다.

이번이 세번째 쓸어지셨기 때문에 아무도 살아 난다는 장담을 할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사실것인가에 대해서도 짐작하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퇴원을 하라 했다.

이검사 저검사 다 해봐도 병이 없다 하니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러나 고민이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종합 병원으로 모시자니 다 죽어가는 노인네를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니며 이검사 저검사

실험에 대상이 될게 뻔하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큰 병이 없으니 노인 병원으로 모시자고.\"

종합 병원으로 모지사커니 서로 의견이 분분하다가 노인 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을 했다.

아무래도 사전 답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노인 병원\"으로 가서 현지 답사를 했다.

시설도 깨끗하고 친절하고 병원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특별 대우를 받을 듯

그러나 마음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특히 정이 뚝~ 떨어지는것은

입원실을 둘러보니 풀죽같은 노인들만 한방 누워계셨다.

하루 종일 슬펐다.

자꾸만 눈물이 났다.

그러나 나는 내 주제를 알기에,그리고 그 일이 얼마만큼 큰일인가를 알기에.....

겁이나기도 했지만 우리 남편을 비롯하여

어느 누구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노인을 모시라고 하지 않았다.

시아버지께서 입원수속을 모두 해놓고

남편과 시누이들이 모시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찰라에

마음이 휙~ 돌려서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라 했다.

급히 대청소를 했다.

침대를 온통 핑크빛으로 바꿨다.

휴지커버도 베게도 색깔이 화사한 것으로

아무래도 침구를 자주 갈아줘야 할것 같아 진달래색 이불을 샀다.

그리고 화사한 이불을 있는 대로 골라 몽땅 세탁소를 보냈다.

배란다 청소를 말끔히하고 침실에서 보이는 곳에 화분 정리를 했다.

그리고 풀죽같은 노인을 되가는 대로 씻기고 연분홍 잠옷을 입혔다.

힘이 들었는지 몸을 바들 바들 떨고 계셨다.

그래도 퀘궤한 냄새때문에 그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방 침대에 눕혀 놓고 보니 선녀가 따로 없었다.

방안에 공기 청정제를 휙 뿌리니 기타 등등 괜찮았다.

 

여전히 친척들이 오가니 방문객이 늘어나고

이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되가는 대로 살기로 했다.

우리 시대에는 너나 없이 노인 병원에서 일생을 마치겠지만 아직은 생소하여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거꾸로 인듯

죽을 쑤어 아기 처럼 떠먹이고

약을 삼키지 못해서 수저 두개를 맞대어 갈아 물에 개어  먹이고

사과 긁어 국물만 한수저씩 ,

귀저기 갈아 채우고 아참 귀저기 갈기 전에 세척 해 드리고 보송보송 말려주고

오늘은 그래도 미움이 조금 수월하게 넘어가는 듯.

조금 걱정이 되는것은 이러다가 내 실수로 시어머니를 죽이는 꼴이 되면 어쩌나

그러나 그리된다 해도 아무도 나를 원망하지 않겠지.

얼마만큼 정신이 돌아오니 하시는 말씀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걸,내가 너한테 짐이 되는구나.\"

그리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맺혔던 한을 푸시는데

워낙 사는 팔자가 기박해서 며느리인 입장에서도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나는 그런 노인내를  \"노인 병원\"으로 보낼수가 없답니다.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흐느끼는 시어머니 팔베개 해주고 안고 쓰다듬고

내가 본시 마음이 착한 여자가 아닌데

나원 참  내꼴이 이상스럽게 됬내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렇게 한많은 이 여인을 슬프게 보낼수 없답니다.

마지막 죽음 복이라도 타게 해드리고 싶어

정말 힘이들면 파출부를 쓰던지.... 요양원보내는 비용 절반만 들면 될텐데 ...

우리 어머니 어린시절

친정 아버지께서 작은어머니를 들이시는 통에 집안이 편치않아 풍파가 많았으며

현제의 우리 시아버지가 우리 어머니 인생을 아주 아주 진저리 치게 하는데

남편복이 지지리 없어 감당하기 너무 벅차

그리고 마음착한 자식을 두셨는데 이상하게도 그 자식들 사는게 편치않아

그 자식들이 넉넉했더라면 어머니를 저리 슬피 두지 않을텐데

어째 그런지 전생의 업연인지 몰라도 너무나 복이 없어

그런 노인네를 슬프게 보낼수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