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모든 희망을 거셨기에 딸로 태어난 나는 차별을 받으면서 자라나야햇지만 차별 받는 거에 대해서 억울하다는 생각없이 십대와 이십대 초반을 보냈다 그리고.이십대 중반도 안된 나이에 친정하고는 극과 극인 종가집 종부로 시집와서 그나마 있던 정도 세월속에 휘발성이 되어 날아가버렸는지 내겐 아버지란 단어 석자가 큰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 역시도 믿음직한 아들들이 셋이나 있기에 딸들에게는 바램도 관심도 불만도 없으신듯하여 아버지를 향한 무관심은 내게 있어 정당하게 자리가 잡혀 있었다
그리고 3년전 어느날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그리고 아버지가 딸들을 찾기 시작 했고 나는 뒤늦게 딸을 찾는 병든 아버지가 부담과 함께 낮설게만 느껴 졌었다 편한 딸이여서인지 유독 설움을 많이 당한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미미한지라 병들은 아버지에게 형식적이면서 냉랭하게 대했다 그런 나를 아버진 기다리며 그리워 하시다가 지난해 가을이 익어갈 무렵 내게 27년 세월동안 네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전화를 하셨뜨랬다 \"니가 꿈에 보였어..미닫이 문을 드르륵 밀고 말이야..\" 나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마지못해 친정인 원주를 찾았었고 일년도 넘게 안본사이에 아버지의 늙은 모습에 충격을 받고 집에 와서도 아버지의 힘든모습이 아른거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사는 포항과 친정인 원주는 300키로나 떨어진 거리라서인지 아버지를 뵙고온후 괴로웠던 감정들도 한두달이 흐르면서 멀겋게 희석 되어 갔다 그리고 며칠전 안산에 일이있어 가다가 잠시 들려서 떠온 횟감으로 저녁상을 채려드리고 오다가 다시 들려서 아버지와 하루를 함께 했다 약 6개월만의 본 아버지는 6개월전에 본 팔순 노인네가 아닌 목소리도 얼굴도 걸음거리도 5년은 젊게 보여서 마음이 다소 놓였다
한때는 뭇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던 아버지와 엄마 산소를 가는길가엔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으며 이름 모를 보라색 키낮은 들꽃들이 들풀속에서 청초한 모습을 드러냈다 어둔한 걸음거리로 봄꽃이 핀 시골길을 걷는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어머니의 산소가 보이자 늘 그랫듯이 시야가 흐려져왔다 엄마의 산소는 봄기운에 잔디가 파릇파릇 돋아나서 생기가 돌았다
\"엄마 나 왔수..나 보여?엄마 딸,,도.영.이.\" 엄마의 산소에서 절을 할때는 투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절올리는 내 머리보다 잔디에 먼저 떨어지고 있었다
쑥을 뽑자는 아버지. 쪼그리고 앉아서 쑥을 뽑으며 말이 없는 딸. 따가운 봄볕아래서 부녀가 그려내는 어색한 그림을 내 큰아들은 묵묵히 지켜보았다
가져간 소주 두잔을 엄마 산소에 올리고 소주 석잔을 내가 마시고 아버지가 한잔을 드시고 한잔이 남기에 내가 마져 마셨더니 술 기운에 활짝 핀 연분홍 진달래가 설움의 향기로 다가왔다 엄마 산소앞에서 쑥을 뽑으며 나는 노래를 오물거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울긋불굿 꽃 대궐 .\" 아버진 들릴듯 말듯한 딸의 노랫 소리를 들으며 말씀 하셨다 \"니그 키울땐. 세끼 밥먹는것도 힘들때였어...\" \"아버지 나는 밥 굶은 걸로 아버지를 원망 한게 아니 였어요\" \"그려..알어.내가 그걸 이제야 알았어..\" \"아버진 엄마를 참 힘들게 했어요 반성을 하실때가 안됐나요..\" \"그런 소리 말어 니그 엄마 아플때 나같이 한사람도 드믈어..\" \"그렇지요 엄마 말년에 아버진 최선을 다했어요,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되기까지 그전의 이야기를 하는거예요\" 등을 돌린채 쑥을 뽑으며 흑흑 대는 나와 딸의 반 질책의 \"시절이 그랬어 그땐..\"해명을 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엄마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동행한 우리 아들이 아버지와 나를 일으켜 세우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부녀가 그렇게 오랫 동안 쑥을 뽑았을게다. 엄마의 산소에서 내려올때면 저절로 뒤가 돌아봐진다 뒤돌아보는 딸의 아쉬움에 엄마의 환영이 보인다 엄마는 여전히 슬픈 눈으로 뜨개질을 하고 계셨고 엄마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엄마가 쥐고 있는 바늘 끝에 고독과 절망이 묻어났다
그리고 나는 그날 알았다 아버지가 막국수를 유별나게 좋아 하는줄을 내가 좋아하는 막국수가 아버지도 좋아했음을 아버지의 막국수 그릇이 절반도 비어지기전에 내 막국수 그릇이 비워졌다 아버지가 급하게 드실까봐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지를 못한고 빈 그릇에 헛 젓가락 질을 하며 눈빛으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도 막국수를 좋아 하셨군요..아버지 딸도 막국수 킬러인데 아버지도 오늘 아셨지요?\"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있다는거에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막국수가 신지 짠지..미각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이번 친정 방문에서 아버지가 변했고 나도 변했다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아버진 젊은날 당신의 편협한 생각이 이제야 잘못 됐음을.. 고단했던 그시절 처와 육남매를 책임 지는 가장으로서 아들들이 성공해야 집안이 일어난다는,,..해서 부득이하게 딸보다 아들 중심으로 해야 했음을. 나 역시도 아버지 입장에서 아버지를 이해 할 수가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 시간만이라도 다정한 아버지 ..살가운 딸로 밑그림을 다시 그려 그 밑 그림 위에 색색이..고운 색깔로만 치장한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기에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 세월이 안타까워 남은 세월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