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오늘은 네가 결혼한지 꼭 일년이 되는 식목일이네~
엄마의 꽃밭소식을 먼 춘천까지 날마다 미니홈피로 퍼 나르며
너랑 아주 친한 친구로 지난 것 같았는데
넌 준비도 없이 이렇게 먼 나라까지 날아가버리고...
올해도 여전히 엄마의 꽃밭에서는 앞다투어 봄꽃들이 이쁘게 피어나지만
가끔 들려주던 넌 아니오고 전에처럼 자랑도 덜 하고 싶고 꽃소식도
심드렁 해 져 버렸어.
매일 아침 분무기로 물을 주면서 오늘은 무슨 꽃 이야기를 네게 전해 줄까?
어떤 꽃이 어떻게 피어났고 졌는가를 들려주려던 마음이 이젠 덜 재미있어.
둘째는 저 사는게 바쁜지 홈피 글도 답이 없네~~
리틀.
딱 일년 전 오늘 기억나니?
벚꽃이 만발한 꽃길을 달려 와 주던 네 친구들과
친척들의 축하 속에서 너희 둘의 아름다운 결혼식이 있었던 날을?
날씨도 너희 둘을 축하라도 해 주려는 듯 너무 화창했었고
객지에서 하는 결혼식이었지만 참으로 많은 분들이 너희 둘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힘든 걸음들을 해 주셨단다.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축하객들의 그 사랑을 오래오래 기억하렴.
우리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낮은 곳에서 최선을 다 한 모습에서 많은 분들이 사랑으로 보답해 주신거야.
결코 우쭐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는 많이 할 일이지.
리틀
엄마랑 아빠는 빚내지 않고 순수하게 우리 힘으로
너희 둘의 결혼식을 감당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
늘 부족한 듯이 너희 삼남매를 키우면서 많이도 미안했었고
아쉬움 투성이었지만 막상 네 결혼식을 앞두고
엄마는 참 용감해지더라구.
자존심을 앞 세우고 안될 일을 될 일처럼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될 가능성만 있는 일을 다 말씀드리고 솔직하게 혼수준비를 했던 거.
없으면 안되는 가전들만 들이고 사치품은 안 들여줬던 거.
그래도 너희 둘은 엄마아빠의 힘을 들어 준다며
젊은애들 안 같게 실속을 차리는 모습에서 엄마는 흐뭇하면서도 대견하더라.
어떤 일이라도 다 이길 것 같은 가능성을 보았지.
리틀.
그 곳은 요즘 날씨가 어때?
한국은 그야말로 꽃대궐이란다.
너희둘의 보금자리였던 그 아파트...
그 길은 요즘 아주 하얀 꽃비가 마구 흩날리겠지?
이 곳 엄마 사는 곳에도 이리도 흐드러졌는데 이 곳보다 더 따뜻한 그 아파트 앞에는?
바로 네 집 앞 꽃가게 아저씨도 요즘 바쁘시겠다 그지?
겨울 동안의 베란다에 냉기가 사라지고 키 작은 일년초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팬지랑 수선화...꽃잔디에 패랭이까지......
키 작은 요정들이 앙증스러운 자태로 주인들을 기다리며 고운 햇살 아래서
맘씨 고운 아씨를 찾겠지?
아주 작은 화분이라도 집안에 하나쯤 두면 훨씬 생동감 있고 화사~`하지?
늘 푸른 생명들을 가까이 하렴.
울적하고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작지만 화사하게 네게 웃음을 전하는
꽃들을 보면서 화도 삭히고 기분도 전환하길 바래.
화나는 생각을 오래 네 맘에 담아두면 몸에 나쁜 기운이 돌게 돼.
그러면 자연히 남편에게로 나가는 말이 퉁명스러워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나쁜 결과가 생길거야.
널 위해서도 남편을 위해서도 화는 오래 담아 두지 말길.
리틀.
주부 일년차에 뭘 얻었고 뭘 잃은건지?
손익분계점은 따로 없어.
사랑을 찾아 넌 그 모든걸 다 포기하고 먼 나라로 갔고
또 그 사랑이 당장은 화려하지도 부유하지 않더라도
젊음이 재산이니까 뭐든 나이가 젊었을 때 경험하면
나이들어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생활을 이루어내지 않을까 싶어.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어.
책이 아무리 잘 설명을 하고 곁에 사람이 잘 타일러 주어도 몸으로 부대끼고
네 힘으로 그 일을 경험해 보지 않는한은 다 미지의 세계 일 뿐.
가능하다면 엄마는 네가 다양한 문화와 교육을 접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해.
이왕 먼 나라까지 나간 거니까 먹고 입는 기본적인것은 최소화하고
배우고 익히는 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현명한 딸이길 바래.
유행도 금방 지나가는 거고 꾸미는 일도 당장은 약간 기분전환이 될지 몰라도
네 머릿속에 넣어야 하는 지식의 보고에는 큰 도움이 안 될 듯 하다.
모르지..
네가 패션디자이너나 보석 세공업자가 되면 또 모를까?ㅎㅎㅎ
넌 아니지 그쪽은?
리틀.
그저께 네 밝은 목소리 반가웠어.
사위랑 같이 밝고 씩씩한 목소리 듣고 나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같이 챙겨주지 못하는 너희 둘의 결혼 기념일이지만
둘만이 기억에 남는 기념일 보내렴.
작은 이벤트를 찾아 서로 사랑을 상기시키고 예쁜 카드로 전하고.
사랑은 표현해 줘야만 비로소 빛이 나는거야.
일년 중에서 가장 소중한 날들이 너희 둘의 결혼 기념일 일거야.
각자 따로 살다가 둘의 사랑을 합친 날.
서로의 생일도 중요하지만 결혼기념일은 꼭 챙기며 살아라.
매우 의미가 깊은 날이거든.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주고 받으며 결혼해 줘서 고맙다며 서로를 감사하다고..
나중에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성장하더라도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은 잊지 않게 해라.
엄마아빠가 결혼 함으로써 아이들이 생긴거니까.
소중하고 뜻이 깊은 날임을 분명히 각인시킬 것.ㅎㅎㅎ
엄마처럼 반강제로다가...ㅋㅋㅋ
리틀.
쉽지만은 않지?
그래도 늘 긍정적인 대답을 해 줘서 고마워.
어린 나이에 시집이란 걸 가서 어떨까...걱정했는데
생각보담 훨씬~~잘 해 주어서 엄마가 칭찬을 많이 받는구나.
고맙다.
늘 네 곁에는 너만 있는게 아니라 엄마랑 아빠가 함께 한다는 걸 명심하고
동생들도 누나 언니를 걱정해 주고 있으니까 힘 내.
외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 외 친척 모두....
우리집 할머니들도 늘 기도 잊지 않으셔.
기도의 힘이 느껴지지?
지치고 쓰러질 정도로 힘이 들더라도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발걸음이라 여기고 참고 나아가자.
뭐든 쉬운게 없어.
다 댓가가 따르는 일이지.
쉽게 얻은 것은 그 가치가 떨어지거든~~
어렵게 구하고 힘들게 네가 얻은 것은 그만큼 네게 귀한 것들 일거야.
리틀.
내년에는 이 엄마도 외할머니가 될까?ㅎㅎㅎ
아직은 그 호칭이 많이 어색하구나.
낯선 이름같아.
시어머니도 이야기 하시더라고?
그럼 우리 둘다 할머니 만들어 주던가....
아들일까? 딸일까?
50 대 50 의 확률인데 정말 모르겠더라...ㅎㅎ
어떤 꼬맹이가 되었든 기쁘게 받자.
너희 둘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니까.
비로소 어른이 되는 축복의 자리가 부모가 되는거야.
반가운 소식 날아오길 기다리며
결혼 일주년 기념일을 축하한다 리틀.
행복은 네가 많이 가지지 못한것에 연연해 하는거 보다는
네가 가진 것에 감사함으로 얻어지는걸 거야.
하루하루 고른 숨을 쉬면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호흡하는 것에서부터 감사하자.
널 향한 많은 사람들의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너희 둘의 행복한 소식들이 날아 드는 일.
매 순간순간들을 너로 인해 아름다워지는 그런 집을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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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5일 식목일에 리틀의
결혼 기념 일주년을 축하하면서
보고싶고 그리운 맏딸에게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