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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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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이 너무 무겁다.


BY 가을단풍 2009-04-02

오늘 밤 딸 하나가 더 생겼다.

우리 막둥이 친구가 우리집에 와서 왕 수다 중이다.

얼마나 시끄럽게 깔깔깔 대며 떠드는지  좀 조용히 하라는 언질을 주었다.

새로 생긴 딸냄씨에게 재미 있냐 묻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다고 대답 할 지도 모른다.

지 아빠는 생사의 강을 왔다 갔다 하건만 철이 없는 이 녀석은 그냥 친구가 좋은 모양이다.

하긴 아까 학교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좋아 죽겠다 환호를 질렀다.

휴~ 가야할 길이 까마득 하다.

그애 아빠가 오늘 중환자 실로 들어갔다.

아이 혼자 집에 둘수 없기때문에 데려 온 것이다.

학교 수업 끝내고 학원 다닐데 다 가고 마지막으로 피아노 학원까지 다녀오게 하였다.

이게 옳은건가

그러나 애를 그냥 붙들고 있는다고 뾰죽한 수가 있는것도 아니고...

아까는 중퇴로 빠진 아빠를 바라보며 잠시 눈물을 흘리더니 어린아이라 그런지 금방 잊어버리는 듯.

정말 오늘을 못 넘길까?

그러니까 작년 여름 방학이었다.

갑작이 그애 아빠가 간암 말기로 판명되었다.

3개월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하였는데 워낙 지극 정성을 들인 탓인지 십여개월이 연명되었다.

혼수 상태로 빠지면서까지도 삶에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환자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병수발을 하는 애 엄마또한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형제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달랑 딸 하나.

지 엄마는 벌어먹고 살아야 될텐데.

아무래도 혼자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요즘들어 부척 아빠 상태 나빠지면서 지엄마는 병원을 드나들고 애는 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는 듯 하였다.

가슴이 아리다 못해 찢어지는 것 같다.

남편 잃고 벌어먹여야 하는 애 엄마도 안됬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애가 더 안쓰럽다.

애가 다 그렇듯이 강하지도 못하고 풀잎처럼 여리기만 하니 어쩌면 좋탄 말인가.

몇달 사이에 애 꼴이 말이 아니었다.

책가방을 열어보니 엉망진창,

책을 홀딱 쏟아놓고 물이 처 담갔다,

그리고 옷을 홀딱 벗겨 물속에 담가놓고 얼마간 비비고 비벼가며 손 빨레를 했다.

아무래도 지 엄마가 애 옷을 세탁기에 둘둘 돌려 입혔던가보다.

꼬질 꼬질 빨아도 빨아도 제 빛이 나지 않았다,

그럴수있지.

경황도 없을테고 의욕도 없을테고 그야말로 보이는게 있겠나.

안빨아 입힐수 없으니 들들들 세탁기 돌려 입히겠지.

그러니 흰빨레 검은 빨레 섞이여 그 모양이 되었겠지.

애는 참 애내.

우리 막둥이 옷을 주어 입고 좋아서 왔다 갔다 .

우리집하고 워낙 왕래가 잦아서 그런지 눈치보는 법도 없고

그래 아가야 오늘 밤이라도 편히 자려므나.

 

전화 벨 소리가 울리면 가슴이 뛰어 어쩔줄을 모르겠다.

그애 아빠 부음을 알리는 벨소리 같기때문이다.

내가 어린 것 한테 아빠 부음을 알려야 할 상황이 오면 어찌할지

저 어린것을 어찌할지.

그야말로 장례까지 치뤄나갈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상을 치룰때까지 애를 장례식장에 놔 둬야 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데리고 있어야 되는건지.

재 작년에도 같은 반 아이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애 얘기를 들어보면 지 엄마 장례를 치루던 상황이 오래 상처로 남았다 했다.

그 다음 어른들끼리 내린 결론이지만

너무 어렸을때 부모가 돌아가시면 될수있으면 장례식장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하고

흉한것은 피해주는 쪽에 상처가 적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모아졌었다.

담임 선생님이 팔자 타령을 하셨다.

\"나는 왜 학부형들이 자꾸 돌아가시는 것을 봐야 하는 팔잔지 모르겠어요.\"

그 애 담임 선생님도 어린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처가 아주 깊다.

이런일이 생길때마다 본인의 상처까지 겹쳐저서 몹시 힘이 드나보다 .

휴~ 이 밤이 너무 무겁다.